[류현우의 블랙北스] 시리아 독재 몰락③ 북, 시리아에도 파병했었나?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과 시리아는 상당 기간동안 군사적인 협력 관계를 긴밀히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관계를 이용해 상당한 외화를 벌어들인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시리아 독재 정권이 몰락하면서 북한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은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께서 북한-시리아 간의 군사적 협력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류현우 전 대사대리 나오셨습니다.

[진행자]그동안 북한-시리아 간의 군사적 커넥션, 즉 연결고리가 상당한 것으로 여러 보도를 통해 알려져 왔습니다. 실제 북한과 시리아 간의 군수 부문 협력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류현우] 시리아는 이스라엘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1967년 6월전쟁에서 시리아는 이스라엘에 '골란고원'을 빼앗겼습니다. 골란고원 바로 밑에는 '갈릴리 호수'라고 불리우는 이스라엘에서 유일한 수자원이 있습니다. 갈릴리 호수는 성경에도 많이 나오는데요. 기독교인들이 성지 순례로 많이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갈릴리 호수는 아랍어로 '타바리아' 호수라고도 부릅니다. 이 호수의 수자원을 확보하려면 골란고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는 시리아에 돌려주었지만 골란고원은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빼앗긴 영토를 되찾아야 할 시리아로서는 자체의 군사적 능력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대부분 미국산 혹은 자체 생산한 국산 제품이 많습니다. 그러나 소련제 무기로 무장했던 시리아는 무장 장비의 구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대부분 군사 장비들이 러시아제 혹은 러시아제를 개량한 무기들입니다. 한마디로 북한과 시리아의 무장 장비 구조가 같기 때문에 북한으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한이 시리아에 제공한 군사적 지원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었습니까?

[류현우] 북한은 시리아에 스커드 미사일을 생산하는 조립 공장 2개를 지어주었습니다. 1990년대 초 시리아는 걸프 전쟁에 참전한 대가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20억 달러를 받았는데 그 중 5억 달러를 북한에 주고 스커드 미사일 150대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때 부품들을 북한에서 들여와 시리아에서 조립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과 시리아 사이의 핵 협력이었습니다. 2007년 9월 시리아가 데르조르지역에 비밀리에 플루토늄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었는데 이스라엘이 공습으로 이를 폭파시켰습니다. 10년이 지난 후 이스라엘은 당시 북한의 협력으로 건설 중에 있던 원자력발전소 공습 영상을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시리아에 플루토늄 원자력발전소가 건설 중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공군과 함께 벌인 군사작전이었습니다. 이 작전명은 '과수원 작전'으로 불렸습니다. 이 폭격으로 일부 북한 핵 과학자, 기술자들이 사망했다는 설도 나온 바 있습니다. 이스라엘 첩보기관이 북한 핵 기술자들이 이 발전소 건설에 협력한 사실과 관련한 자료들을 일부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미국측 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은 가격만 맞으면 친할머니도 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의 핵 보유가 위험한 것은 핵 기술이 테러단체들에 흘러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핵 기술 이전까지 하면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데 일조했다는 것을 보면 시리아와의 군사적 관계를 얼마나 중시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시리아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돌격대'라고 할 정도로 북한을 옹호했습니다. 유엔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제기되면 당연히 북한을 지지, 옹호하는 발언을 해주었고 투표 시 반대 표결도 했습니다.

[진행자] 2018년 발간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는 북한이 시리아의 화학 무기 제조에 관여한 것으로 단정짓지는 않았지만,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실제 북한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제조에도 직접 관여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류현우] 한가지 사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2013년 초 최수헌 대사가 군수품조달과 관련해서 시리아 외무성 아시아담당 부상 아르누스를 만났습니다. 제가 대사 통역으로 회담에 동석했는데 이 자리에는 시리아 주재 북한 국방성 기술장비국 대표부 책임자도 함께 참가했습니다. 면담 내용은 시리아 군에 납품해야 할 방독면 수만 개를 반입하기 위한 경로를 토의하는 것이었습니다. 시리아 군에 방독면이 납입된다는 것은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시리아 화학무기 생산에 북한이 깊숙이 관여한 것은 사실이라고 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시리아의 화학무기는 북한이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만들어주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시리아에서 근무할 때인 2012년 시리아에 파견된 북한 과학자, 기술자들은 흥남, 함흥 등지의 화학공장 전문가, 기술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함흥화학공업대학을 졸업한 화학 전문가들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왜 시리아에 왔겠습니까? 이는 북한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생산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 8월 다마스쿠스 근처 구타 지역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인 사린가스를 사용하여 민간인 1,400여 명이 죽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4월에도 반군 거점인 동부 구타 지역에 염소가스를 살포하여 무고한 민간인들이 대량 살상되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몸에 물집이 잡히고 입에 거품을 문 채 숨진 아이들의 사진과 영상이 알려지면서 온 세계가 경악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을 전담했던 기관은 시리아과학연구개발센터(SSRC)였으며 북한 노동당 군수공업부 직속 조선광업개발총회사(KOMID)가 이들과 협력했습니다. 시리아에는 조선광업개발총회사 대표부와 국방성 직속 기술장비국, 정찰총국 대표부가 각각 존재했는데 조선광업개발총회사는 시리아과학연구개발센터를, 국방성 기술장비국과 정찰총국 대표부들은 시리아 국방성 조달국과 협력했었습니다.

<관련기사>

망명 시리아 외교관 “북한은 이용 대상일 뿐”Opens in new window ]

[류현우의 블랙北스] 시리아 독재 몰락① 현지 북한인 운명은?Opens in new window ]

[류현우의 블랙北스] 시리아 독재 몰락② ‘김일성공원’ 조성 훈장받은 장명호Opens in new window ]

[진행자] 또한 그동안 외신은 시리아 내전에 북한이 전투병력을 파견했다는 보도도 지속적으로 나온 바 있습니다. 군수품 및 무기 지원에, 전투병 파병까지, 현재 북러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파병 규모는 어느정도 됐습니까?

[류현우] 내가 북한에 귀국한 후 2013~2015년 기간 시리아를 담당해보았습니다. 이 시기 노동당 조직지도부에서 북한군 파병에 대한 외국 뉴스의 정확성에 대한 확인 전화가 자주 내려왔습니다. 아무래도 외신에서 떠들면 북한에도 관련 내용이 여러 기관을 통해 노동당 조직지도부로 올라갑니다. 우선 각국 주재 대사관들에서 북한 관련 뉴스는 1차로 평양에 보고하게 되어있습니다. 시리아 반군 및 반정부 단체들이 북한이 철마1, 철마2와 같은 특수부대를 시리아 정부군에 파병했다고 주장하는 보도가 나왔을 때인데, 당시 외무성 제1부상이었던 김계관이 담당부서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김정은이 김계관 부상에게 해당 보도에 대해 당장 알아보라는 지시를 하달한 것이었습니다. 외무성 담당국장은 국방성에 철마1, 철마2호 부대에 대한 외신 보도 내용에 대해 수뇌부에 사실 여부를 긴급히 보고해야 하니 신속한 회답을 요청하는 공문을 작성해 보냈습니다. 전화로 해도 되지만 규정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일단 문건으로 공문을 발송해 놓고 국방성 대외사업국에 전화를 했습니다. 1시간 후 국방성 대외사업국에서 전화가 왔는데 파견한 사실이 없다는 것과 8명의 훈련교관들이 몇 년 전부터 시리아 특수부대들에 파견되어 근무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는 문건을 완성해서 김정은에게 보고했습니다.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보고 문건은 정확성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북한 특수부대가 파견되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봅니다.

[진행자]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는 사실이지만 일부는 과장된 내용도 있었군요. 오늘 말씀도 잘 들었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북한 못지 않게 심각한 시리아 내 인권 상황을 짚어봅니다. 그리고 한국과 시리아가 수교를 맺지 못하도록 북한이 방해공작을 펼쳤던 이야기에 대해서도 류 전 대사대리께서 말씀해 주실 예정입니다. 류현우의 블랙북스,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