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주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께서 풀어주셨는데요. 오늘은 김여정 부부장의 북한 내 위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볼까합니다. 북한 밖에서 김 부부장을 지칭하는 표현은 대체로 몇가지로 정리됐는데요. 대표적으로는 ‘북한의 2인자’, ‘김정은 총비서의 대변인’ 등입니다. 오늘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와 함께 김여정 부부장과 관련된 비화에 대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북한 매체에 등장하는 김여정은 '노동당 부부장'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류현우]제가 알고 있기로는, 현재 김여정의 직위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입니다. 북한에서 선전사업은 유일관리제입니다. 즉 당이 모든 선전선동부문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당 선전선동부의 승인 없이는 언론 방송기관의 TV 프로그램, 그 어느 하나도 방영될 수 없습니다. 노동당 선전선동부에는 사상사업지도과, 선동과, 강연과, 출판과, 방송과, 신문과, 영화예술과 등 북한 주민들을 세뇌시키는 업무를 담당하는 과들이 있습니다. 김여정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종합적인 업무를 맡아보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국방위원회 행사 과장으로 일한 바 있습니다. 행사 과장의 임무는 대체로 김정은의 국내활동을 조직하고 보좌하는 일입니다. 이전에 한국 언론에서 김여정이 본부 서기실장이라는 기사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사실과는 다릅니다. 본부 서기실은 한국의 대기업 회장 비서실과 같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한국의 대통령 비서실처럼 대통령의 정책과 국정운영 전반을 보좌하는 기관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김정은의 본부 서기실은 정책보좌나 정책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김여정이 본부 서기실장이라면 노동당 선전선동부라는 한 부문을 맡아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없을 것입니다.
김여정 , 선전선동부 '스승' 리재일 은퇴 후 배급 챙겨
제가 한가지 에피소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2015년 당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었던 리재일이 신병관계로 몇 개월동안 은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은퇴기간 배급을 받지 못해 집에 쌀이 떨어지는 일을 자주 겪었습니다. 간부들도 현직에 있을 때에는 중앙당 배급소로부터 쌀을 공급받지만 퇴직하면 동네 배급소로 이전되어야 하니 현직 때와 같이 배급을 못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은퇴한 리재일은 쌀이 떨어져 굶는 현실을 처음 체험했고 자기가 근무하던 선전선동부 일꾼에게 당장 굶게 되었으니 배급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이 김여정 부부장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그녀가 2014년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임명된 후 리재일로부터 선전선동부의 사업을 배웠다고 하는데요. 자기 스승의 애로사항을 무시할 수 없었던지, 김여정이 리재일의 가족은 중앙당 배급소에서 그대로 배급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리재일 은퇴 이후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사 등 선전부문에서 엄중한 문제들과 사고가 빈번히 터져 김정은이 “아무래도 선전 부문을 오랫동안 담당했던 리재일을 복귀시켜야겠다”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몇 개월 후 그는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으로 복귀했습니다. 그 후 리재일은 은퇴 후의 장래를 걱정하며 염치를 불문하고 저의 장인어른에게 자기 손자를 39호실 산하 대성지도국에 입사시켜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면서 장인어른에게 은퇴하면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되니 자식 문제를 다 해결하고 퇴직하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진행자]앞서서 리재일이 물러난 이후 노동신문, 중통 등 선전부문에서 엄중한 사고가 빈번하게 터졌다고 말씀하셨는데, 당시 어떤 문제가 발생했던 건가요?
[류현우]한가지 사실을 말씀드린다면 리재일 1부부장이 은퇴한 직후 노동신문이나 중앙통신에서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동지'라는 표현을 계속 썼는데 김정은이 "아무데나 다 내 이름을 넣지 말라, 내 이름이 들어가야 할 경우에는 정도에 따라 좀 순화시켜 '당중앙'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쓰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아무래도 국정운영과 관련해서 자기한테 모든 책임이 집중되는 듯한 감정이 들었나 봅니다. 한마디로 잘한 부분, 잘못한 부분에 모두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동지'로 쓰면 잘못한 것도 김정은의 탓으로 될 수 있으니 정도에 맞게 '당중앙'이라는 표현으로 순화시키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전부문 책임일꾼들이 김정은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기존에 하던대로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동지'라는 존칭어를 계속 사용해 노동신문이나 중앙통신에 실었습니다. 책임일꾼들은 그들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중앙'은 과거에 김정일을 지칭하여 썼던 표현입니다. 그래서 '당중앙'이라고 하면 북한 주민들에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김정일이거든요. 쉽게 말하면 '수령님'은 김일성을, '장군님'은 김정일을, '원수님'은 김정은을 지칭하듯이 '당중앙'이라는 용어가 지칭하는 내용은 다릅니다. 그래서 노동신문사, 중앙통신사의 간부들과 당 선전선동부의 책임일꾼들이 노동혁명화를 나가거나, 직위에서 해임되었습니다.
김여정 , 2인자 아닌 '김정은 대변인'
[진행자] 김여정을 북한의 실질적인 2인자, 혹은 김정은 전담 대변인으로 보는 견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류현우] 김여정이 김정은의 동생이다 보니 각광을 받는 것이지 북한의 2인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가부장적인 사회인 북한은 남존여비사상이 강합니다. 그러니 북한주민들은 김여정을 김정은의 동생이라는 점, 백두혈통이라는 점 때문에 관심있어 하는 것입니다. 굳이 김여정을 2인자라고 가정한다면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혹은 부장이어야 합니다. 당 조직지도부는 군대, 보위, 안전, 사법, 검찰 등 북한의 모든 권력기관을 통제하는 당 내 최상위 기관입니다. 그러니 사업상으로 놓고 보면 김여정보다 조용원 조직비서의 위상과 권한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점은 북한에는 2인자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2인자가 있다는 것은 김정은을 대신할 수 있는 또 다른 실권자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김정은의 절대 권력에 누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내려오는 절대권력에는 2인자가 없었습니다.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도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장이었지만 김정일에 의해 실각이 됐고 김정일의 매부 장성택도 노동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었지만 김정은에 의해 사형당했습니다. 한마디로 절대권력을 가진 독재자는 자기 권력을 대신할 수 있는 2인자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김여정이 김정은 전담 대변인이라는 견해에는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사실 자기 형제만큼 자기 의중을 잘 대변하는 사람은 없지요. 그리고 온 세상이 북한이 민주국가가 아닌 독재국가라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모든 문제에 시시콜콜 자기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지도자의 격에 어울리지 않죠. 그러니 혈연적으로 이어진 동생이 오빠의 의중을 대변하게 되면 그것이 곧 김정은의 의중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관련기사
[ [류현우의 블랙北스] 김여정 비화① 전일춘에 “실장동지”라며 깍듯Opens in new window ]
[ 김여정 ‘벨라루스’ 담화는 불쾌감 표시?Opens in new window ]
[ 국정원 “김여정 옆 아이들, 자녀일 가능성”Opens in new window ]
[진행자] 김여정은 주로 대외관계와 관련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외무성 사업에도 많이 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류현우] 사실 북한의 경우 대내적인 문제를 제외한 대외적인 문제는 외교와 대남 사업입니다. 그러니 북한이 대외적으로 자기의 입장을 발표하는 부문은 외교와 대남사업 뿐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의 의중을 누가,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외무상이나 노동당 통전부장이 담화나 대답을 통해 입장발표를 하는 것보다 김여정이 자기 명의로 담화나 대답을 발표하게 되면 그것은 바로 김정은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왕조 국가와 같은 북한에서 김여정이 자기 분수에 맞지 않게 대외 부문과 대남 부문에 대한 메시지를 냈다면 그것은 김정은의 뜻이라는 것이 명백하지 않습니까? 백 번의 외무성 대변인 대답이나 담화보다 한 번의 김여정 담화가 가지는 무게감은 김정은의 의중을 대변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무겁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에는 외무성 사업은 최선희가 전적으로 맡아보고 있습니다. 외교부문이나 대남사업 부문을 비롯해 모든 분야가 분업화되어 있고 전문화되어 있기 때문에 김여정이 당 선전선동부, 당 통전부, 외무성의 일을 모두 감당할 수 없다고 봅니다. 특히 매우 예민한 대외, 대남 부문들이기 때문입니다. 외교 부문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김여정의 담화나 대답은 김정은의 의중이 이렇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 외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으로 김여정이 외교업무에 관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즉 김정은-김여정-최선희로 이어지는 외교 라인은 실질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있다면 그것은 결정권 없는 김여정이 김정은이 시키는 대로 자신 명의 담화나 대답을 발표할 때 뿐입니다. 최선희 위에서는 결정권자인 김정은만 있을 뿐입니다.
[진행자] 네 오늘 말씀 잘들었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비화, 다음주 블랙북스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대사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