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할 갈 때 여려 명의 경제인들이 동행했습니다. 여러분 당 수뇌부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갔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돌아와서 각기 방북 소감을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빨리 비핵화를 해서 경제에 집중하고 싶다고 하더라. 이를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과 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길 원했다”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우리는 지난 여름 김정은 위원장이 평안북도를 시작으로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함경남도, 강원도까지 현지 지도하며 공장·기업소의 노동자와 책임자 그리고 각 도 경제일꾼들을 격려하는가 하면 강하게 힐책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의 심중은 경제건설문제로 충만해져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경제에 전력하겠다는 김정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른 바 여러분 당이 그처럼 자랑하던 사회주의 경제건설, 주체형 자립적 민족경제건설이 무너진 것은 지금부터 3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전환하고 소련의 페데스트로이카가 진행되던 1980년대 중반에 사회주의 시장이 무너지다 보니 잇따라 북한경제도 무너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지원으로 사회주의 시장에 의존하며 근근이 버티던 북한 경제였기 때문에 소련과 중국이 체제 개혁으로 이행하고 전 세계적 규모에서 사회주의 체제가 소리 내며 무너지는데 어떻게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만 살아남을 수 있었겠습니까? 여기에 김정일이 전력을 핵개발에 집중하며 제2경제가 제1경제 즉 인민경제를 희생시키기로 작정했는데 어떻게 인민 생활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김정일의 선군정치는 인민생활을 기아와 빈곤으로 내몰았고 그 결과 고난의 행군시절 수백만이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죽어 나갔습니다. 사회주의 경제의 상징인 인민에 대한 식량배급이 끝장나다 보니 자연발생적인 장마당이 생겨났고 급기야 주체적 사회주의 자립경제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이 그처럼 강조하던 ‘혁명적 열의’로 경제를 얼마든지 추동할 수 있다던 ‘사회주의 경제의 몇 가지 리론문제’가 새빨간 거짓말임이 드러났습니다. 지금은 400여 개의 대규모 장마당에 의존하여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 북한의 장마당에 대해 소개한 조선텔레비전을 보니까 규찰 대원이 장마당 상인들 앞에서 쩔쩔매는 장면이 소개되었습니다. “쥐뿔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 주제에 왜 우리들 장사를 간섭하고 상품을 검열하려 드는가?”라는 장마당 아주머니들의 항의에 아무 대답 못하는 규찰대원의 입장이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장마당에 나온 상품은 거의 모두가 외국 상품이라고 했습니다. 중국 제품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 제품도 있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의 가족들은 어떤 방식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까? 식량배급, 일용품 배급을 제때 제때 받아 생활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장마당에서 식량과 생활필수품들을 조달하고 있습니까? 여러분 스스로 북한 경제를 여전히 사회주의 경제, 자립적 민족 경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도대체 내각에서 선포한 20여 개 경제특구는 지금 어느 정도의 발전을 보장하고 있습니까? 나진·선봉 경제특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중국의 관광객이 계속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까? 철도, 항공 그리고 육상 교통망은 어느 정도 정비 되고 있습니까?
우리는 이번 남한의 대기업 경영자들 삼성, LG, SK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한 이유를 알고도 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나 유럽, 미국을 방문할 때도 이들 경제인들이 앞 다투어 대거 수행했는데 그때는 대부분 시장개척이 목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생산한 물건들을 상대방 나라에게 팔기 위한 시장개척 또는 공장·기업소를 차리기 위한 투자 상담이 주목적이었습니다. 앞 다투어 투자 상담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이번 평양방문 목적은 전혀 달랐습니다. 흔히 경제협력을 위한 사전점검 또는 탐색이라고 할까? 정부의 요청에 의해 마지못해 간 형편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들 대기업의 경영자 중소기업연합회의 회장단들이 평양에 간 것은 가고 싶어 간 것이 아니라 마지못해 갔다, 투자조건을 의논하기 위해 또는 수출 수입상품을 위한 상담 차 방문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북한의 경제형편이나 보고 돌아오자는 의미에서 방문한 것입니다. 왜 이들이 가면 가고 보여주면 보고 하는 수동적 입장을 취했는가? 그 이유는 명백합니다. 전혀 투자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상품을 수입할 만한 조건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는 곳이 바로 북한이었습니다. 투자 조건은 완전 제로(0)인 곳이 북한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들 삼성, LG, SK 그리고 우리나라 중소기업체들은 여러분 당처럼 일당 독재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중국, 베트남 또는 라오스, 캄보디아 등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왜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베트남에는 앞 다투어 투자하는 이들이 북한에 대해서만은 그처럼 외면하는가? 바로 개혁·개방의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삼성, LG, SK, 현대 등 대기업은 개성공단에는 눈도 돌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갈 수 없는 곳이 바로 개성공단이었습니다. 필요한 근로자들을 마음대로 모집할 수도 없는 곳, 모든 것이 북한 관료의 처분에 의존하지 않으면 제품 하나도 생산할 수 없는 곳이 바로 개성공단이고 나진·선봉 경제무역 특구였습니다. 지금 여러분 당이 제시한 20여 개소의 각종 특구, 그곳엔 도대체 전력이 제대로 공급됩니까? 도로가 제대로 건설됐습니까? 통신은 제대로 됩니까? 허허벌판에 선만 그어놓고 “여기가 무슨 전문경제 특구”라고 하니 어떤 나라 기업이 그곳에 가겠습니까? 혹시 여러분은 이번 문 대통령의 평양방문으로 개성공업단지 사업이 재개되지 않을까? 금강산 관광 사업이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 기대할 것입니다. 물론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도 서부 동부의 도로연결, 철도연결공사를 금년 중 해볼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것마저 UN제재 때문에 순조로울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 상태에서 남한의 대기업이 북한에 투자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여러분 당이 사회주의 경제체제, 자립적 민족경제 운운하는데서 깨어나주길 바랍니다. 앉아서 제2, 제3의 정주영 회장을 기다려선 안됩니다. 우리 기업들이 투자 의욕을 내도록 개혁·개방에 나서주길 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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