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러 파병 군인들 목숨 살려야

0:00 / 0:00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월 말 즈음, 조선중앙통신은 1월 23일부터 24일까지 개최되었던 최고인민회의의 결과를 장황하게 보도했습니다. 작년 말 개최되었던 당 중앙위원회 11기 확대회의에서 결의한 과업을 성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토의가 전개되고 만장일치로 의정을 채택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선 김정은을 비롯한 권력 실세, 예를 들면 김여정 제1부부장, 조용원 조직지도부장 등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기야 최고인민회의라는 기관이 본래 당이 결정한 혁명과제, 즉 5개년 경제계획이나 대외정책과제 또는 헌법 개정 등을 실현하기 위한 실무를 논의하는 곳이므로 굳이 당 총비서를 비롯한 당중앙위원회 주요 부장들이 참석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지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최고인민회의에는 반드시 토의, 결정했어야 할 중대 국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쟁에 개입해서 러시아에게 1만 2천여 명의 인민군 11군단(폭풍군단) 관병 파견 문제와 관련해서 논의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당 간부 여러분은 이 중차대한 국사문제, 80년 간의 여러분 당 당사에 처음 기록된 이 해외 병력 파견문제와 그후 진행 상황에 대해 왜 말이 없었습니까?

8기 11차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에 대한 5개년 경제계획 완전 수행 문제, 이런 것들 은 여러분 당의 당보를 보니까 이미 “각급 당 조직들은 이번 학습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 방도를 마련했고 각 구성원들 모두가 완전히 요해(파악)했다”고 했습니다. “금년도 과업은 12개 주요 경제고지 점령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성과적으로 완결하면서 2026년도부터 시작될 새로운 경제건설과제 착수를 위한 준비까지 마치도록 결의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니 굳이 최고인민회의가 장시간에 걸쳐 이렇게 8차 당대회가 결의한 5개년 경제 과제를 토의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마땅히 오늘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최대 국사 즉 1만 2천 명 폭풍군단 관병을 러시아군의 용병으로 파견하여 얼마의 병력이 전사하고, 얼마의 병력이 전상을 입었는가? 그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받은 대가는 얼마였는가? 사상자에 대한 보상금이 제대로 그 가족들에게 전해졌는가? 전사한 관병의 시체는 고이 국내로 운송되어 전몰용사 묘지에 안장되었는가? 사상자는 어디에서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가? 이런 최대국사 문제를 논의해야 했는데 그걸 도외시하고 경제문제 따위나 논해서 되겠습니까?

여러분도 선대수령 김정일에 대한 학습과정에서, 1996~97년 고난의 행군으로 수십 만의 평양시민이 식량을 구하기 위해 시골로 나가는 그 광경을 보면서 김정일이 김일성종합대학 당 위원회 참석자리에서 했던 이야기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김정일은 그때 이렇게 말했지요. 김일성 수령께서 나에게 “국가의 최고지도자는 군사부문을 최중요과제로 보고 올바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경제문제 따위는 국가최고책임자가 중요하게 관심을 둘 문제가 아니라고 교시했다. 지금 식량문제가 긴박하여 평양시민들이 식량을 구하기 위해 시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나도 봤다. 그러나 식량문제는 내가 책임질 문제가 아니고 내각 성원들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이 말을 여러분은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무책임한 수령이었기에 300만의 무고한 인민들이 굶어 죽는 대참사 고난의 행군이 발생했는데, 지금 김정은도 같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12개 경제건설 생산 목표 달성 여부는 경제참모부인 내각이 할 일이고 나는 오직 핵·미사일 개발과 인민군의 군사력 강화에 열중할 뿐이다. 그런 관점에서 러시아에 파병된 폭풍군단 수천 명이 희생되더라도 그 대가로 최첨단 무기를 지원받고 파병군의 전투능력이 향상되면 그것으로 족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까?

당 간부 여러분! 1만 2천여 명 용병 파병문제는 더 이상 북한인민에게 숨길 수 없는 단계에 왔습니다. 이미 4천 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4개 여단중 1개 여단이 상실된 것입니다. 그 때문에 지난 1월 15일 러시아의 국방부 차관 알렉세이 크리보루치코가 평양을 방문하여 북한군의 병력 증파와 군수품 추가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크리보루치코 차관은 이번 방문이 4번째이며 인민군 파병문제의 러시아측 책임자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해외 북한관찰자들 우리는 러시아에 보낸 1만 2천 명의 폭풍군단 관병들이 불과 작전에 투입된 지 1개월도 채 안된 기간에 1개 여단 병력을 상실하는 참패를 낳았으니 ‘김정은이 무슨 낯으로 600여 명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 앞에 설 수 있을까?’라고도 말합니다.

1960년대 후반 대한민국의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의 요청을 받아 3개 사단 병력을 베트남에 보냈습니다. 그 결과 수천 명의 전사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희생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결정을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베트남에 파병했던 장병들의 희생 대가를 온전하게 이들 희생자의 유가족에게 전달했고 나아가, 이런 보상의 결과 대한민국이 오늘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산업화를 위한 재정 자금으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파병이 산업화의 기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 당은 1만 2천 명의 용병파병으로 러시아로부터 받은 보상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습니까? 온전히 유가족이나 전상자 본인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까? 이들의 임금만 계산해도 3~4억 달러는 될 것인데 이 돈이 여러분 당이 추진하는 12개 경제 목표, 점령 투쟁에 투자되고 있습니까? 더 이상 진실을 속이려 해서는 안 됩니다.

당 간부 여러분! 또한 쿠르스크 전선에서 부상당한 관병들이 포로로 잡힌들 그것이 무슨 죄가 된다는 것입니까? 포로는 마땅히 제네바 협약에 의해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게 되어있고 휴전되면 마땅히 본국으로 소환되지요. 1953년 7월 한국전쟁이 정전됐을 때도 수만 명의 포로교환이 있었습니다. 폭풍군단 관병들에게 왜 포로가 됐을 때 자폭하라는 명령을 내립니까? 그러니 여러분 당은 반인륜적 집단으로 규탄받는 것입니다. 폭풍군단 관병들이 가능한 한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오도록 마땅한 군령을 다시 내릴 것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