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베트남의 발전과 번영을 모델로 삼아야

베트남 북부 박닌성에서 가동 중인 삼성전자 휴대전화공장 전경 모습.
베트남 북부 박닌성에서 가동 중인 삼성전자 휴대전화공장 전경 모습.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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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키로 한 미·북 수뇌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될 전망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수뇌회담은 1차 수뇌회담처럼 변죽만 울리는 회담이 아니라 실속 있는 회담, 북한의 비핵화문제에 실질적인 진전을 보는 합의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특히 김정은의 경우 국무위원장으로 추대된 지 7년이 지나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하는 기회인 만큼, 같은 공산당 1당 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북한로동당과는 전혀 다른 정치·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보다 많은 것을 보고 또 참고하길 기대합니다. 하노이의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내려서 시내숙소로 향하다보면 아마도 남한제 자동차 곧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생산한 승용차와 화물차, 버스가 넓은 거리를 메우며 질주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화려하고 거대한, 남한의 삼성, 현대, LG, 롯데 등 회사제품이나 회사자체의 선전광고판을 보게 될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왜 엎드리면 코 닿을 정도로 가까운 북한에는 하노이처럼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상징하는 승용차, 화물차, 버스, 화려하고 거대한 광고판을 볼 수 없는가? 말할 필요도 없이 남한기업의 북한진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왜 불가능 했는가? 1972년 이후 600회 이상의 남북대화가 있었고 그 중에서도 경제협력을 위한 대화가 수없이 개최되고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남한의 기업투자와 석탄, 철광석, 마그네시아 그링카 심지어 모래와 자갈까지 남한이 수입하기도 했는데 왜 이런 남북 간의 경제협력사업과 물자거래가 중단되었는가? 말할 것도 없이 북한의 무력도발 특히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그리고 핵·미사일 개발로 인한 국제적 제재조치가 실시되었기 때문입니다. 작년 말, 남북 간에 남북철도의 연결을 위한 착공식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실제적인 공사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우리는 하노이에서 개최될 제2차 미·북 수뇌회담이 베트남에 진출한 남한기업처럼 안심하고 대규모투자를 계획하며 북한 땅에 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물론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에 합의할 경우 일단 남한기업의 대북진출의 계기는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오늘날 베트남에 진출한 남한의 대기업, 삼성, 현대, LG, SK, 포스코, 롯데 등의 대기업이 과연 선뜻 북한에 대규모투자에 나설까? 작년 9월 평양에서 개최되었던 남북수뇌회담에 수행했던 남한의 대기업 회장들이 안심하고 투자 리스크(위험부담)을 느끼지 않고 수만 평의 대지에 대규모 제조공장이나 백화점을 건설할 수 있을까? 기대처럼 대북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극히 적습니다.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문재인정부가 정치적 지원을 해준다고 약속해도 선뜻 나설 대기업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왜 이처럼 미온적일까? 그 이유는 정치적·경제적 리스크,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우선 베트남 공산당은 여러분 당처럼 영도자가 세습되는 정치체제가 아닙니다. 1992년 헌법이 제정된 후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국가주석, 내각 수반, 국회의장의 4역 최고 국가지도기관의 장은 다 같이 공산당 정치국의 위원이지만 과거 30녀 년간 중국이나 북한처럼 당총서기와 국가주석을 한 사람이 겸무하는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2018년 9월 현직 국가주석이던 쩐 다이 꽝 씨가 서거하여 임시로 당서기장인 응우옌푸쫑 씨가 겸무하고 있지만 원칙상 최고 국가지도기관의 4자리 책임자, 당총서기, 국가주석 내각총리, 국회의장은 겸무하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1인 지배체제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만큼 당내 민주화, 집단 지도체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3대 세습, 1인 독재 체제인 여러분당과는 판이합니다. 때문에 일단 정책이 결정되면 여러분 당처럼 수시로 김정은 한 사람의 의사에 따라 변경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정치적 리스크(위험)가 없다는 점입니다.

둘째로 북한처럼 베트남은 낡아빠진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1986년 개최되었던 6차 베트남 공산당대회는 도이모이라는 경제체제개혁, 대외개방체제로 이행할 것을 결의했습니다. 남한 기업이 경제적 위험부담을 느끼지 않고 베트남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경제체제가 시장원리에 의해 작동되고 대외개방체제로 인해 베트남 진출기업이 자유롭게 자기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장, 기업소의 근로자를 모집하고 그들에게 작업을 시키는 기업경영에 있어 전혀 부자유한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북한처럼 각 기업과 공장의 노동자 모집을 간섭하거나 통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임금지불도 각 기업이 자유롭게 책정하고 각자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불합니다.

특히 외국기업이 획득한 이윤도 국가가 정한 세율에 따라 납세하면 얼마든지 해외로 가지고 나올 수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베트남 진출 외국기업들은 국제사회에 적용되는 국제 관례에 따라 기업경영을 안심하고 전개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베트남정부는 외국기업에 대한 우대조치, 예를 들면 공장건설부지 제공이나 통신, 전기, 수도, 도로 등 인프라시설 또는 세금우대조치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남한기업처럼 공장근로자를 당국이 제멋대로 보내고 빼 가는가 하면 통신, 통행, 통관을 일일이 간섭하고 공장 경영에 필수 수단인 컴퓨터, 휴대전화 사용조차 못하게 했으니 어떻게 남한의 대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할 생각을 하겠습니까?

당 간부 여러분! 또 하나 지적해야 할 것은 베트남 근로자들의 성실성입니다. 그들은 당성 운운하지 않습니다. 남한기업에 취직한 베트남 근로자들을 보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을 정도로 명랑한 얼굴로 열심히 일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외국기업이 자기나라에 공장과 백화점을 세워준 것이 베트남 인민 각자의 생활을 윤택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고 감사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외국투자기업측도 보람 있고 기쁘게 느끼고 어떻게 더 많은 일자리를 마련해 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자기 공장과 기업소에서 일하는 베트남 근로자들의 아이들을 위한 보육원이나 학교를 마련해줄 것인가를 생각하고 복지, 후생, 건강관리대책을 강구하는데 힘쓰는 것입니다. 이런 외국기업과 현지주민과의 협력을 통해 그 지역의 문화, 환경을 개선해가는 것입니다. 또 능력 있는 자는 회사 간부사원 또는 공장관리자로 임명됩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번 하노이를 방문하는 김정은과 그 수행원들은 베트남 진출, 외국기업 특히 남한기업이 베트남정부와 인민들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 베트남경제발전을 위해 이들 남한기업이 어떻게 공헌하고 있는가를 보고 오기를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사회주의 경제, 대안의 사업체계니 청산 방법이니 하는 공장, 기업소에 대한 당의 통제가 얼마나 북한 경제발전과 공장 기업소경영에 정치, 경제적 리스크가 되었는가를 분명히 깨닫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7차 당대회에서 결의한 5개년 경제전략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지금처럼 낡은 총동원방식, 자력갱생적 방식으로는 요원하다는 사실을 베트남의 경제발전현실을 보고 그 교훈을 얻기를 기대합니다.

경제체제개혁과 대외개방 없이는 비핵화의 일정합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남한기업의 대북투자는 요원함을 분명히 알아야 함을 지적하는 바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