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3대이념은 김정은의 책임회피 구호에 지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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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8차 당대회 이후 노동신문을 비롯한 여러분 당의 주요 매체들은 ‘3대 이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입니다. 노동신문 사설은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강조한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을 깊이 새기라”, “혁명단계에 따라 투쟁 목표와 임무는 다르지만 투쟁이념과 원칙은 절대로 달라질 수 없다”,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은 조선혁명의 실천 속에서 그 정당성과 생명력이 남김없이 과시된 정치이념이고 투쟁원칙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70여 년간의 여러분 당의 역사를 읽어봐도 여러분 당의 정치이념과 투쟁원칙이 “이민위천이다, 일심단결이다, 자력갱생이다”라고 기술한 것은 볼 수 없습니다.

왜 김정은이 이 3대 이념이란 것을 이념으로 제시했는가? 그것은 너무나 명백합니다. 조성된 국내외 정세가 너무나 엄혹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권력을 온전히 유지하면서 인민대중의 고통을 덜어주는 난제를 당 간부 여러분에게 책임전가하기 위함입니다. 핵·미사일 개발을 폐기하지 않는 한 국제사회의 경제적외〮교적 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한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아 작년 1월 이후 취한 압록강과 두만강 국경봉쇄는 금년에도 계속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니, 이 나락에 빠진 경제를 정면돌파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그 책임을 간부들에게 전가하기 위해서지요.

당 간부 여러분! 문제는 이 3대 이념이란 것이 간부 여러분의 사업현장에 강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습니다. 간부 여러분이 속한 조직단위나 사업장은 정치, 경제, 사회문화, 군사 등 제각기 다르고 따라서 맡은 바 과업도 제각기 다르지만 각자의 사업을 추진하는데서 지켜야 할 원칙은 바로 자력갱생이고 인민을 단결시켜 총동원하는 것, 이것을 해치는 그 어떠한 일도 허용하지 않겠으니, 그 책임을 여러분이 지고 사업을 추진하라는 것입니다. 이민위천이란 명분을 제시하면 당 간부 여러분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보는 눈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경제 부문일꾼들의 경우 과연 주어진 경제건설과 생산과제를 자력갱생으로 수행가능한가? 대외사업, 외교나 무역통상 임무를 수행하는 간부에게 강화된 국제사회의 제재를 뚫고 주어진 경제건설과 생산과제에 필요한 외화를 자력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가?

당 간부 여러분! 당원을 수백만으로 늘리고 이들에게 철저한 사상교육으로 세뇌하여 지방 곳곳에 보내 일반 인민을 김정은을 수반으로 하는 당주위에 묶어세워 일심단결케 하라고 한들 빈곤과 기아,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이며 겨우 그날그날의 끼니를 이어가는 인민들이 김정은의 ‘인민대중제1주의’를 믿겠습니까? ‘일심단결’은 강력한 사상교육이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엄벌한다고 하여 실현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속담에 ‘배부르고 등 따스하면 백성의 신심은 스스로 생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민대중의 식량문제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는 여러분 당 선전을 어느 누가 믿겠습니까?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이 향후 직면해야 할 가장 어려운 문제는 각자의 언동이 당 중앙위원회의 조직부나 법무부로 부터 어떤 평가를 받는가 하는 것입니다. “모든 당 조직들과 일꾼들은 이민위천, 위민헌신의 숭고한 뜻을 충직하게 받드는 견결한 옹호자, 철저한 관철자가 되어야 한다. 무슨 사업을 하나 설계하고 작전하여도 인민들의 절실한 의사를 반영하고 인민의 요구와 이익을 최우선절〮대시하는 기풍을 철저히 견지하라. 조건과 환경이 엄혹할수록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인민대중의 사상정신력을 총 발동하여 풀어나가는 기풍을 확립하라”고 엄명을 받고 있는 여러분인데, 과연 이런 엄명을 준수하여 맡은 바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가? 물질적 담보가 없는 조건에서 과연 정치사상의식을 총동원하여 인민대중을 건설과 생산현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가? 이 과정에서 여러분은 어떤 지혜를 발휘할 수 있습니까? 만약 엄혹한 조건과 환경을 극복하자고 사상정신력을 강조하며 총동원태세로 강하게 추동할 경우 여러분의 사업방식을 세도, 관료주의로 규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외부의 북한관찰자들은 지금 북한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세도, 관료주의, 부정부패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사회적 부정이 북한에 만연하여 세계 190여개 중 최고의 부정부패국가로 부끄러운 평가를 받고 있는가? 규정을 준수하는 일반인민은 물론 당 간부들 조차도 생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뇌물은 호상간 생존을 위한 보편적 일반적 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쥐꼬리만한 권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 권력을 이용하지 않으면 내 생활, 내식구가 굶어죽을 판이니 그 권력을 사용해서 뇌물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서로 뇌물을 주고받으면서 규정을 어기면서 눈감아주면서 살 수 밖에 없는 곳이 바로 북한 땅입니다.

그렇다면 이 반당적, 반인민적 요소들을 단호히 쓸어버리고 인민대중제1주의를 국가의 공고한 정치풍토, 당풍, 국풍으로 확고히 고찰시키는 방법이 무엇일까? 여러분은 내심 그 답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상의식, 정신력으로 모든 문제를 풀라는 김정은, 당 중앙의 인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1~2년 내에 가능하다고 생각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상당기간을 통해 기본적인 문제 즉 여러분 당의 이념과 당 규약을 바꾸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김일성, 김정일의 당”이니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이니 “주체사상 일색화 통일”이니 하는 허망한 이념이나 투쟁구호가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당장 실현해야 할 문제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도록 핵개발을 중단한다는 명백한 신호를 발신하는 것입니다. 국제사회 대부분의 북한관찰자들은 “김정은이 절대로 핵 포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생존을 핵으로 방어하려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당이 먼저 포괄적인 핵폐기안을 제시하고 단계적으로 폐기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성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새판을 내놓으면 제재완화를 위한 협상에 응할 것입니다. 이런 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 판을 내놓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제재조치를 풀 길이 없습니다. 혹시 중국이나 러시아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할지 모르나 여러분 당 수뇌부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신뢰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신뢰도 그리 튼튼한 것 같지 않습니다. 이런 여러 정세를 감안할 때 간부 여러분이 인민대중의 협력을 받으면서 한편 당의 오해나 불신을 받지 않으며 숙청되지 않고 자기 자신을 호신할 수 있는 길은 사상의식 총동원방식이 아닌, 필요한 물질적 담보를 보장하면서 주어진 과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조건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 길은 노동당이 먼저 핵폐기의 포괄적인 새판을 짜서 국제사회에 제시함으로써 제재완화의 길을 모색하는 것임을 명시하고, 이를 위해 투쟁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