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의 새 판을 짜서 협상에 나와야 할 사람은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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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6월 초 김여정 당제1부부장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전개한 삐라작전 즉 김정은 3대세습체제 하에 신음하는 북한 동포들, 말하자면 탈북자 자신들의 부모·형제·동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기 위한 대북삐라 살포에 대해 격앙된 분노를 드러내며 남한의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6월 중순에 개성공단내에 마련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인민군 총참모부가 나서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폐기하는 여러 조치들, 예를 들면 ‘비무장지대에 민경초소를 다시 구축하겠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인민군 병력을 재투입하겠다’, ‘남북간의 통신연락망을 전면 폐쇄한다’고 위협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당중앙군사위원회의 결정으로 총참모부의 작전계획을 일시 유보한다고 발표하는 등 그동안의 담화나 결정들을 실시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남한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위협했습니다.

그러더니 7월에 들어서자 외교부 최선희 제1부부장이 더 이상 미국과의 대화는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7월 4일자 최선희의 담화는 “미북대화를 저들 즉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들의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 밖에 여기지 않는데 마주 앉을 이유가 있는가? 우리의 기억에서 마저도 삭막하게 잊혀지고 있는 조·미 수뇌회담이란 말이 다시 화제로 오르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특히 남한과 미국의 외교가에서는 10월 미·북 회담 추진설(October Surprise)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데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 미국이 아직도 협상할 것 같은 행동으로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그 누구의 국내정치 일정 즉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연계된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변수에 따라 북한의 대미정책이 바뀌는 일은 절대 없다. 그러니 미국은 북한과의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를 가지고 북한과의 대화, 수뇌회담을 논하라”고 앙칼지게 비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7월 7일부터 2박 3일 서울을 방문하고 이어 일본을 방문한 후 귀국한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의 여정과 관련하여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이 또 담화라는 것을 발표하고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라고 했습니다. 마치 미국무부 비건 부장관이 서울방문길에 북한 최선희에 대해 만나자고 제안한 것을 걷어차는 식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비건 부장관은 “나는 북한 외무부에 대해 만나자고 제의한 일도 없고 지금 만날 이유도 없다. 나는 한미동맹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본 방송자는 지난 6월과 7월초에 이르는 한 달여 동안 여러분 당이 발표한 일련의 담화라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지금 이 시점에서 누가 더 대화, 협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까? 과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에 누가 더 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최선희 부상의 주장대로 국내정치 일정상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의 절실함을 느낄까? 김정은이 느낄까? 여러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더 절실하게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김정은은 전략적 예지가 발동하여 트럼프의 속내를 꿰뚫어 보고 최선희로 하여금 권정근으로 하여금 대화거부를 표명하게 했다고 생각합니까?

참으로 한심한 생각입니다. 그 이유 한 두 가지를 지적하지요. 첫째로 여러분 당이 핵 폐기에 응할 생각이 있습니까? 한마디로 전혀 없지요. 그렇다고 미국이 하노이 회담 때 일축한 여러분 당의 제의 즉 영변핵시설의 일부를 폐기하는 대신 지금 유엔과 미국이 가하고 있는 대북제재의 완화에 응할 수 있을까요?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은 핵 폐기뿐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 화학병기, 생물학 병기, 장거리·중거리 미사일의 개발중지까지 하라고 제안한 바 있는데 이런 하노이회담 제의를 뒤엎고 여러분과의 무슨 합의를 한다고 할 때, 과연 그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운동에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지극히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새 판을 짜가지고 협상에 나와야 응한다?” 이런 최선희의 주장에 어떻게 미국 국무부가 응할 수 있겠는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북한과의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말한 것은 더 이상 ‘단계적 접근이니, 행동대 행동이니 하는, 과거 30~40년 동안 써먹던 협상전술을 되풀이 하지 말고 포괄적이고 완전한 핵 폐기 일정을 갖고 나오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19와 최근 발생한 인종차별문제로 재선운동 가도에 좋지 않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해서 하노이 회담에서 제시했던 그 제안을 거두어들이고 김정은과의 수뇌회담에 나올 수 있겠는가?

또 한 가지 지적하겠습니다. 대통령 후보에 나선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는 연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3차례 김정은과의 회동으로 그의 콧대만 높였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런 바이든 후보의 비판에 응수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김정은이 새 판을 짜가지고 나와야 하는데 과연 여러분 당은 그럴 의향이 있는가? 핵 억지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여러분 당의 주장인데 어떻게 미국이 대화장에 나올 수 있겠는가? 빈손으로 돌아갈 때 과연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당 간부 여러분! 최근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에 전개하고 있는 거대한 군사자산,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폭격기, 최신 정보수집작전기 그리고 증가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 또는 순항미사일 배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지난 몇 년 동안 지속된 대북경제제재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금년도 북한의 농업생산이 어떨 것인가? 평년작 수준이 될 것인가? 중국의 대북지원이 북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준에 미칠 것인가? 다방면으로 관찰하고 있습니다. 이런 미국을 속이려 해서는 안됩니다. 북한의 현 정세를 샅샅이 알고 있는 미국을 향해, 선동적 언사로 농락을 시도해서는 안 됩니다. 왜 쓸데없는 비난, 그것도 원색적 비난을 퍼붓는 것입니까? 우물안개구리 같은 자기주장을 되풀이해서 무슨 이득이 있는 것입니까? 전 시간에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특별보좌관의 회고록이 여러분 당의 대미정책 수립에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라고 권고한 바 있는데 좀 더 미국의 정치 정책 수립과정을 공부하고 대미태도를 제시해야 합니다. ‘최고존엄’이란 북한 땅에서나 적용되는 말이지 국제사회에서 통할 수 있겠습니까? 김정은의 생각이 어떻든 여러분 당 최고 수뇌부의 판단이 어떻든 관계없이 힘의 우위에 서 있는 미국은 자국의 입장에서 여러분을 대합니다. 외교란 국내정치의 연장이라는 말이 있지만 지금 국내정치에서 어려움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여러분 당의 김정은이 더 크게 겪고 있습니다. 느긋한 자세로 임할 측은 미국이지 북한이 아님을 분명히 알고, 자기가 침을 뱉은 우물물을 자신이 마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바로 여러분 당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