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포기를 전제로 하는 종전선언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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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년 9월이 되면 190여개 나라가 가입하고 있는 유엔총회가 열립니다. 금년에도 76차 유엔총회가 개막되어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중국의 습근평 국가주석을 비롯하여 영국, 프랑스, 인도, 일본 등 주요국가의 수뇌가 직접 또는 화상으로 유엔에서의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외교의 시대’를 강조하고,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한인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협력을 논하면서, 그 어떤 나라의 악의적 시도에 대해서 단호히 대할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습근평 국가주석은 민주주의는 개별국가의 권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한편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의 완화를 제의했고, 다른 대부분의 국가 수뇌들은 여러분 당의 핵개발과 미사일개발은 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의 위협임을 강조하며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제재조치의 엄격한 실시를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종전선언’을 남북과 미국이 참가한 3자회담 또는 남북과 미국, 중국이 참가하는 4자회담에서 논의하자는 특별한 제안을 했습니다. 물론 ‘종전선언’이란 것은 국제법적 의무를 지니는 평화협정이 아니고 한낮 정치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서 상징적 합의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이런 선언에 남북과 미국, 중국이 합의하면 한반도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하고 제의했다고 생각됩니다.

여러분도 알고 있겠지만 유엔총회가 개최되던 지난 9월 11일과 12일에도 북한은 신형 순항미사일 발사시험을 자행했는데 이것은 분명히 주한미군과 남한 군 기지를 겨냥한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군산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9월 13일 헬리콥터부대와 특수작전 부대가 참가하는 김정은과 북한군 수뇌부에 대한 참수작전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미군당국은 이례적으로 ‘티크 나이프(Teak Knife)’라는 특수병기를 사용하여 야간훈련을 실시하는 미군의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지난 9월 15일 노동당 수뇌부가 800km사정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평안남도 양덕 부근에서 동해를 향해 실시하자, 남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관하는 잠수함탑재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했습니다. 이 SLBM(잠수함탑재미사일)은 400km지점의 목표물을 정확히 명중시킴으로써 한국은 세계 7번째의 SLBM 보유국이 되었습니다. 북한보다 한발자국 앞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한 여러분 당 수뇌부의 반응이 석연치 않습니다. 외무성의 리태성 부부장은 9월 21일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3일 후인 24일 김여정은 나쁜 생각은 아니며 흥미로운 문제라느니, 적대시정책은 먼저 버려야 한다느니, 공정성과 존엄유지를 하라느니, 미국을 본 따서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을 파괴하려 해서는 안 된다느니, 이치와 현실에 맞지 않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누가 남북한의 군사적 균형을 깨려 한다는 것입니까? 비대칭적 핵무기를 개발하는 여러분 측이 군사적 균형을 깨고 있는데 여러분 당은 남한이 깨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리태성 부부장이 시기상조라고 한 이유는 아마도 북한이 핵개발을 완성하고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하여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단계가 되기 전에는 안하겠다는 얘기, 이런 이유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 중에는 이 종전선언 문제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2007년 10월 당시 남한의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의 국방위원장 김정일 간의 정상회담에서 이미 논의된 바 있었습니다. 그때 논의됐던 종전선언문제가 15년간이나 묻혀 있다가 다시 제기된 것입니다. 혹자는 비록 평화협정이 아니더라도 이 종전선언을 채택하면 미군철수 주장을 펴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될 뿐만 아니라 남한의 좌파들을 선동하여 주한미군 철수운동을 보다 활발하게 전개할 수 있으니 응해보자고 주장하는 자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노동당 수뇌부는 선뜻 나서지 않았는가? 그 이유는 명백합니다. 핵개발 중지를 강하게 요구하는 명분이 될까 염려한 것 때문일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남한 당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군 관계자들도 종전을 위한 문은 언제나 열려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노동당 수뇌부의 대남도발과 일방적인 주장입니다. 김여정의 경우 바로 2년 전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라고 명령한 장본인이 아닙니까? 도대체 어떤 나라가 북한에 대한 침략을 준비하고 적대시정책을 계속하고 있다는 얘기입니까? 인민대중을 굶어죽이면서 핵개발에 전력한자가 누구입니까?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 세습 하에 과거 40여 년간 핵개발에 전력한 호전적 집단이 바로 노동당 수뇌부가 아닙니까? 때문에 자유세계국가는 여러분 당 수뇌부를 불량국가로 규정하고 제재대상으로 지명했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만장일치로 결의한 것입니다.

여러분 당 수뇌부는 지금 동맹국인 중국의 입장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은 인도·태평양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QUAD를 결성했고 최근 미국, 영국, 호주 3개국은 호주의 핵잠수함 건조에 협력하는 AUKUS를 결성했습니다. 영국의 항공모함 전대는 동중국해 우리 한반도 근해까지 작전수역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시아 지역 중시전략의 명분에 바로 북한의 핵개발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결의의 엄격한 실시가 있는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그렇다면 지금 가해지고 있는 유엔과 미국 등 개별적 국가들이 실시하고 있는 대북제재는 완화될 수 없을 것입니다.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한 여러분 당이 추진하고 있는 자력갱생원칙에 기초한 경제건설은 더욱 심각한 난관에 직면할 것입니다. 결국 ‘인민대중제1주의’는 허구이고 고난의 행군은 더욱 곤경을 가중시킬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미국을 비롯한 자유세계는 조건을 걸지 말고 협상에 나오라고 제의했습니다. 무슨 적대시정책을 운운하며 핵개발의 명분을 찾으려 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핵 폐기를 위한 의미 있는 제안을 갖고 대미, 대남 협상의 새판을 짜야 합니다. 여러분 당이 인민대중을 기아와 빈곤의 늪에 빠트리며 남한과의 군비경쟁을 전개해도 오늘의 남북 경제력을 보면 승리할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핵 폐기 협상에 나와야 함을 강조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강인덕,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