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전략무기 생산이 인민의 먹는 문제 해결보다 더 시급한가?

북한은 지난 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둘째 딸 김주애와 함께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불리는 KN-23을 둘러보는 모습을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 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둘째 딸 김주애와 함께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불리는 KN-23을 둘러보는 모습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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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연말 끝난 당중앙위원회 8기 6차전원회의 결정에 의한 금년도 경제건설과 경제생산계획이 하달되어 각급 당 조직에서는 그 실천계획수립에 골몰하고 있을 줄 압니다. 금년에도 가장 중요한 경제 과업은 먹는 문제해결, 식량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작년의 밀 생산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살려 정보당 1톤 이상의 알곡증산을 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먹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5만 호 살림집 건설문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 김정은이 둘째 딸을 데리고 각종 미사일 저장 기지를 돌아보며 전쟁준비에 만전을 기했다고 선전한들 그것이 북한 인민대중의 안중에 들어오겠습니까? 아니 현재 군복을 입고 있는 인민군 장병들이 큰 관심을 갖겠습니까? 당장 굶주림에 시달리는 처지에서 전략적 무기 생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들 그것이 인민군 장병들의 사기진작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때문에 군비증강은 경제력에 맞도록 진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당은 미 제국주의와의 전쟁에 대비하여 핵과 미사일, 대구경 방사포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린다고 하는데, 미국의 입장은 “우리는 북한을 상대하여 전쟁할 의사가 없고 단지 김정은 일당이 불량국가가 행하는 모든 작태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한 대응조치를 취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핵개발, 미사일 발사 등 도발행위를 중지하고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건설적인 새판을 짜고 협상에 나온다면, 언제나 이에 응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미국을 상대로 전쟁준비를 다그쳐야 한다는 여러분 당의 논리가 먹혀들겠습니까? 특히 최근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전면으로 위반하며 무인기 5대를 서울상공으로 띄워 정찰행위를 자행했으니, 남한 정권인들 이를 그대로 묵과하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노골적인 대남무력도발이 계속되는 한 9.19합의의 일시적 효력정지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당 간부 여러분! 본 방송자는 최근의 김정은이 연이어 계속하는 미사일, 방사포 발사를 보면서 지금부터 29년 전, 1994년 7월 6일 당과 내각의 경제부문 책임일꾼들을 묘향산 거처에 불러 모아놓고 ‘경제부문 책임일군 협의회’를 개최하면서 일갈했던 김일성의 얘기를 생각합니다. 김일성은 당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중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세상에 인민대중보다 더 힘 있고 지혜로운 존재는 없습니다. 인민대중에게 배우고 인민대중을 옳게 이끌어 나가면 그 어떤 고난도 뚫고 나갈 수 있습니다. 인민을 믿고 인민에 의거하면 백번 승리하지만 인민을 믿지 않고 인민의 버림을 받게 되면 백번 패한다는 것이 바로 혁명하는 사람들의 좌우명이 되어야 합니다”

당 간부 여러분! 1994년 7월 5일과 6일 이틀 동안 개최된 이 묘향산 ‘경제부문 책임일군 협의회’를 주재한지 이틀만인 7월 8일, 김일성이 급사했다는 사실을 당 간부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김일성저작집 474쪽에서 490쪽까지를 읽어보면 제6차 당대회가 개최된 1980년, 즉 김정일을 후계자로 결정하고 당권을 물려준 지 10여 년 만에 북한경제가 엉망진창으로 쇠락했음을 통탄하는 김일성의 격한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김정일은 기쁨조를 불러놓고 주지육림에 빠져 인민대중의 경제생활을 외면한데다가 선군정치를 앞세우며 무모한 군비확장에 모든 외화를 쏟아 붓다 보니 인민대중의 식의주문제는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1953년 휴전직후, 전후 복구계획을 수립할 때 인민대중의 생활을 고려한 경공업보다 무너진 인민군의 전력복구를 위한 중공업 우선정책을 밀고 나가 많은 당 간부의 비판을 받았던 김일성 자신이지만, 그래도 자신은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이 무모한 군비증강을 20여 년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1990년대 사회주의 진영이 붕괴되고 사회주의 시장이 사라진 지금, 무슨 방법으로 북한경제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겠습니까? 국제사회의 경제적 제재로 인민경제 각 부분의 생산이 정체되고 북한 경제전반이 무너지는 지경인데 이 엄중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

당 간부 여러분! 김일성의 절절한 유훈을 후계자인 김정일이 무겁게 받아들이고 인민을 위해, 인민의 요구, 인민의 지혜에 의지하였다면 그처럼 처참한 고난의 행군시기를 겪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일성 사망 후 김정일은 인민을 위한 경제건설과 생산에 주력하지 않고 인민대중은 굶어죽던 말던 자신이 원하는 핵, 미사일 개발에 전념했습니다. 김정일은 미국과의 제네바기본합의를 지키지 않고 은밀하게 핵개발을 추진했습니다. 이런 김정일의 표리부동한 속임수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겠습니까?

결국 2000년에 들어오면서 이 은밀한 핵개발이 탄로되어 2002년이 되자 제네바기본합의서의 약속이 파탄나서 국제사회의 제제가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북한경제는 더욱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경제가 이처럼 무너진 형편에서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아사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김정일은 군사강국건설이란 명분하에 인민대중의 식의주 문제는 염두에도 없었고 그러다보니 “김일성 수령 100주년” 운운하며 100일 전투니, 200일 전투 명령하면서 인민대중을 경제건설에 강제동원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도 알고 있는 대로 2009년에 시작하여 10년이 걸린다던 희천발전소 건설을 3년 만에 끝냈다고 대대적인 선전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졸속, 속도전 공사로 완성되었다던 희천발전소가 제대로 건설되었습니까? 2011년 12월, 이 희천발전소의 누수가 심상치 않다는 보고가 김정일에게 전해졌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김일성 수령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최대경제건설과제인 이 희천수력발전소가 무너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김정일로서는 더 이상 평양에 앉아있을 수가 없겠지요. 그래서 영하 30도가 넘었던 자강도 희천의 현지지도에 나섰고 결국 그날 12월 17일, 겹쌓인 피로로 차간에서 사망했다고 합니다.

당 간부 여러분! 본 방송자는 오늘날 김정은이 둘째 딸을 데리고 미사일기지를 현지 지도하는 그 보도사진을 보면서 충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정은은 과연 인민대중제1주의를 실천하고 있는가? 인민대중의 요구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하고 있는 미사일, 방사포 발사로 인민대중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김정은은 두 명의 선대 김일성, 김정인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합니다. 인민대중은 핵·미사일 군사강국이 아니라 걱정 없이 그날그날을 보낼 수 있는 경제생활, 풍요하지는 않지만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먹는 문제 해결, 이 영하 10도가 넘는 한겨울 따뜻한 구들에서 온 식구가 오손도손 얘기하면서 평안하게 지내길 원합니다. 이것이야 말로 인민대중의 소원, 민심임을 알아야 함을 강력히 권고하는 바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강인덕, 에디터 오중석,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