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농민의 계급성, 정치적 자각으로 농업생산을 늘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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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더없이 바쁜 2월입니다. “12개 중요고지를 무조건 점령하자”는 구호가 도시와 농촌, 전 지역에 나붙었습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끄는 구호는 “전국적으로 10만여 명의 청년들이 수도의 새 거리 건설장에 참가하자”는 탄원 보도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자력갱생원칙이 강조되는 지금, 12개 생산고지 점령을 위해서는 노동력 이외 의지할 것이 없는데 전국 각 지역에서 10만여 명의 청년노동력을 수도의 새 거리 건설장에 끌어 모은다면 각 지방의 공업생산, 광산과 탄광의 채굴생산은 누가 담당합니까? 지방 당, 초급단체, 세포 당조직원들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본 방송자는 지난 2월 13일자 로동신문에 게재된 ‘정치용어 해설, 농촌진지’란 기사를 읽었습니다. 김정은이 규정한 ‘농촌진지’의 뜻은 “농촌에서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을 힘차게 다그치고 국가적 지원을 늘려 농촌진지를 결정적으로 강화하고 농업생산의 물질적 토대를 튼튼히 다지며 사회주의 농촌을 문명하고 부유하게 전변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썼습니다. 이런 김정은의 규정을 다시 해설한 부분을 보니까 “어떤 적대적이고 반혁명적인 요소도 발붙일 수 없게 농촌을 정치사상적으로, 계급적으로 강화하며 농업생산을 끊임없이 늘릴 수 있도록 현대적 과학기술 수단을 비롯한 풍부한 물질적 밑천을 마련한다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미 로동당은 로동자, 농민, 인텔리 지식인이 하나로 통일된 당이라고 선언한지가 언제인데, 특히 농민을 농업근로자로 부르고 협동농장의 협동이란 두 글자를 제거하고 농장으로 부른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농민을 로동자보다 한 단계 낮은 계급의식의 소유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까? 농업근로자는 공업노동자와 함께 인민경제의 2대 부문의 하나인 인민의 식량과 공업원료를 보장하는 근로자인데 그 어떤 적대적이고 반혁명적인 요소가 농촌에 발붙이고 있다는 얘기입니까?

도대체 농촌을 정치사상적으로, 계급적으로 튼튼히 꾸린다는 말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된다는 얘기인가? 농촌진지가 강화되지 않는 것이 농촌 당 조직이 제대로 자기 사업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인가? 농촌에 로동계급 출신의 일꾼들을 많이 보내지 않아 정치적 계급적 역량을 강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설자의 그 말이 과연 농업, 농민, 농촌이란 어떤 특성이 있는지를 제대로 알고 떠들고 있는가?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은 농업의 집단화, 이른바 사회주의적 생산방식으로 농업과 농촌과 농민에 대한 혁명적 개조를 단행했던 중국이나 베트남이 왜 집단농장을 해체하고 밭갈이 하는 농민에게 경작지를 돌려주며 농촌의 사회주의적 개조니, 농민의 로동계급화를 중단했는지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농업은 무기물을 깎아 물건을 만드는 공업과는 생산구조 자체가 다른, 자연적 조건이 크게 작용하는 산업입니다. 자연적 변화, 태풍, 홍수, 가뭄 또는 지력(땅힘) 같은 계절적, 자연현상을 무시하고서는 생산 그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농업입니다. 농업은 농민의 계급성이니 정치적 자각이니 하는 관념적인 개념이 통하지 않는 생산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도대체 집단화, 전체주의로 어떻게 북한 경제의 성장을 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경제생산의 과학화가 로동자를 혁명적 계급 투쟁의식 강화로 성취될 수 있습니까? 다시 강조하지만 왜 과거의 소련이나 오늘의 중국이 사회주의적 생산방식을 버리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로 혁명적 전환을 기했습니까? 자본주의 국가와의 경제협력, 폐쇄적 계획경제체제를 버리고 개방하여 자유세계와의 자유롭게 유무상통하는 관계로, 적극적인 과학기술의 도입으로 나온 것이지요.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한마디로 오늘의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이행한지 40년도 채 안된 시기에 이 미국과의 패권경쟁을 선언할 정도의 경제발전을 기한 그 동력이 어디에서 나왔습니까? 계급교양, 사상교양, 전체주의 사상의식 강화에서 그 거대한 생산동력이 나왔습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각 개인의 창조적 생산의식, 시장을 통한 경쟁의식을 고취함으로써 발현된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도 알고 있는 대로 1970년대 중국 공산당이 모택동시대의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개혁, 개방으로 이행하여 천지개벽이 일어나고 있던 그 시기, 1980년대 이후 김일성과 김정일은 수십 번 중국을 방문하여 놀라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경제를 극구 찬양하며 중국공산당의 등소평 주석이 주도하는 개혁개방정책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왜, 중국의 현실을 보면서도 김일성, 김정일은 북한 경제의 개혁 개방을 하지 않았는가? 아니 왜 하지 못했는가? 그 이유는 바로 세습체제가 무너질까 두렵기 때문이었습니다. 개혁 개방이 가져온 경제적 풍요를 중국 땅에서 직접 목격하고도 그 방식을 따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역사발전을 거역하고 반사회주의적, 권력 세습을 유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은 이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지 않습니까?

당 간부 여러분!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는 지난 2월 8일과 9일 김정은이 딸 김주애 양을 데리고 인민군 장령들의 숙소를 방문했다느니 인민군 열병식 사열을 했다느니 하는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김주애라는 열 살 내외의 그 어린 아이에게 격에 맞지 않는 친애한다느니 존경한다느니 하는 더없이 멋쩍은 존대의 경어를 써가며 보도했습니다.

왜 북한의 최고존엄이라는 김정은이 이런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자행하는가? 해외의 북한 관찰자들은 아마도 김정은 자신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 몇 개국의 왕실이 국가경축일이나 왕의 탄신일을 맞아 왕을 비롯한 왕자, 공주들이 궁전단상에 나와 일반 국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아냥스런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차라리 주애양을 공주라고 부르라며 조소합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인민경제의 12개 중요고지 점령은 무슨 로작의 사상과 진수를 자자구구 새김으로 달성될 수는 없습니다. 특히 8기 6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의에 따라 북한 땅에서 북한인민이 먹을 식량생산은 계급사상학습으로, 농민을 농업근로자로 개칭하고, 로동자 사상으로 계급의식을 높인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핵·미사일 개발에 쏟아 붓는 자금을 경제생산에 돌리고 집단주의 전체주의를 버리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8기 7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말 그대로 혁명적인 농업발전 계획을 내놓아야 합니다. 더 이상, 사상우선을 떠들지 말고 구체적인 물질적 자원, 투자계획을 내놓아야 함을 재삼 강조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강인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