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당 간부 여러분이 들으면 이해하기 곤란한 결정을 남한의 국회가 법률로 채택했습니다. 지난 3월 23일 남한의 국회는 매년 농가에서 생산되는 쌀이 생산가격에 못 미칠 경우 또는 시장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을 정도로 남을 경우, 그 쌀 전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주어야 한다는 법률을 채택한 것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쌀이 남아돌기에 이렇게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법률을 채택했는가? 지금부터 38년 전인 1985년에는 1인당 쌀 소비량이 128kg이었는데 2022년에는 57kg으로, 30여 년 전에 비해 쌀 소비량이 50% 감소했습니다. 반면 쌀 생산량은 10년 전인 2012년에 400만 6000톤이었는데 10년 후인 2022년에는 376만 4000 톤으로 무려 24만 2000톤, 6% 감소했습니다. 즉 쌀 생산량 보다 쌀 소비량이 더 빨리 감소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농민들이 논농사를 밭농사로 바꾸고 ‘쌀 대신 밀을 심는다’, ‘야채를 심는다’ 해도 쌀 소비 감축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매년 쌀 10만 여 톤이 남아도는 것입니다.
그동안 남한 당국은 매년 수십만 톤의 쌀을 농민으로부터 수매하여 비축해왔습니다. 여러분의 8기 7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의와는 정반대의 조치를 취했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한의 농업 당국은 남아도는 쌀을 의무적으로 사주기만 하는가? 그렇지 않지요. 쌀 소비를 증대시키기 위한 조치도 아울러 강구하고 있습니다. 그 조치 중 하나가 지금까지 농민들이 생산해왔던 쌀이 아니라 밀가루처럼 가루로 만들어 새로운 식품으로 태어날 수 있는 쌀, 즉 ‘가루쌀’을 생산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이 가루쌀로 새로운 식품도 만들었습니다. 일반 주민들, 특히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빵, 라면, 과자 등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가루쌀은 밥 짓는 쌀보다 찰기가 적고 전분도 적어 제분하기도 쉽고 밀가루 대신 식재료로 쓰기에도 적합하다고 합니다.
남한 농업 당국자의 말을 들으면 “밥 대신 빵이나 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쌀 소비는 계속 감소될 판이지만 이 가루쌀이 나왔기 때문에 2027년까지는 밀가루 소비를 20여만 톤 줄이고 가루쌀 소비를 대폭 늘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반 농촌의 정미소나 밀가루 제품 공장도 편해졌습니다. 종래에는 밥쌀 1kg을 제분하는데 가공비가 한국 돈 1200원 정도 들었는데 이 가루쌀을 생산함으로써 가공비가 30%이상 절감, 즉 800원 정도로 낮아졌다고 합니다. 이처럼 가루쌀에 대한 평판이 좋다보니 남한 농업 당국은 농가에게 가루쌀 1헥타르를 재배할 경우 100만원(약 800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금년 1월부터는 특히 밀이나 목초와 함께 가루쌀을 재배할 경우 1헥타르 당 250만원(약 2000달러)의 보조금을 농가에 지불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밥쌀, 종래에 재배하던 쌀 생산을 줄이고 이 가루쌀로 밀가루를 대신하여 빵이나 과자, 라면 등 일반 남한 주민들의 변화하는 식성에 맞는 쌀 생산으로 농업정책을 바꾸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여러분 당의 쌀 증산정책과는 정반대의 식량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처럼 가루쌀 생산을 장려하다 보니 남한에서는 도리어 쌀 생산이 증가할 전망입니다. 특히 가루쌀을 원료로 하여 새로운 식품생산에 착수한 식품공장, 기업소가 급속히 증가했습니다. 지난 3월 22일 남한 정부의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 사업으로 선정된 식품업체가 15개이며, 가루쌀 제품으로 이미 19개 제품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 가루쌀 식품 공모를 또 한번 제시했더니 77개 업체가 참가하여 그 경쟁률이 7.2대 1이었다면서 정부는 1개 제품 당 최대 한국 돈 2억 원까지 지원해, 원료구매부터 연구, 생산, 판매, 소비자 평가까지 전 과정을 돕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남한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식품생산 기업인 농심, 삼양식품, SPC삽립, 풀무원, 해태제과 등 굵직한 식품 대기업들이 이 연구개발에 경쟁적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해태제과는 이미 초코과자 ‘오예스’에 가루쌀을 섞어 생산, 판매하고 있는데 젊은 세대와 어린이들만이 아니라 장년들과 노인세대에게도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당 간부 여러분! 남한의 경우 겨우 10만 ㎢의 영토를 보유하고 있어 5000만의 인구를 먹일 식량생산은 당초부터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북한은 식량자급자족이 가능한 자연환경입니까? 아닙니다. 면적은 11만 ㎢가 넘고 인구는 2400만 정도라고 하지만 산악지대가 많습니다. 매년 봄에는 가뭄, 여름엔 홍수와 태풍 등 자연재해가 닥칩니다. 식량자급자족이 불가능한 형편이다 보니 금년에도 당 수뇌부가 최대의 과제로 알곡 증산을 제기한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하여 남한은 쌀 생산을 줄이고 있는가? 뿐만 아니라 줄이는 형편에서도 남아도는 쌀 잉여를 처치하지 못해 야단인가? 왜 가루쌀이라는 생소한 신종 쌀 생산을 독려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입을 통해서 연간 1400만 톤 내지 1500만 톤의 밀, 옥수수, 콩을 보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수입한 잡곡으로 축산업을 발전시켜 인민대중에게 영양가 높은 우유와 육류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알고 있다시피 남한에선 누구든지 유럽, 미주,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나는 각종 다양한 식품과 요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인민대중의 식성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지요.
당 간부 여러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인민의 식성도 다양화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현상은 외래문화라 해서 거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원컨대 북한 인민들도 다양한 음식문화를 접하기를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먹는 문제의 안정을 기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풀어져야 할 것입니다. 핵·미사일 개발과 잦은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에 도전하는 일이 중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여러분 당의 대외무역 정상화의 길이고 이 길로 나갈 때 부족한 식량 수입도 가능할 것이며 굶주림으로 생명을 잃는 일을 멈출 수 있을 것입니다. 핵·미사일 도발이 모든 악조건의 시발임을 강조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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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덕,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