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1주일간 간부여러분 자신도 무엇인지 석연치 않은 의문을 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3월 16일 발사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20km 상공에서 폭발하며 그 육중한 불덩어리가 평양을 비롯한 근방 곳곳에 떨어지면서 엄청난 피해를 주었는데도 아무런 보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순안비행장에서 발사된 것이 20km 상공에서 폭파됐으니 순안구역은 물론 룡성구역, 형제산구역, 평양시, 평성시, 평원군, 대동군, 삼원군 등 수십 km내 모든 곳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목격한 사건입니다. 들리는 말로는 일반 주택뿐만 아니라 군 간부 양성기관까지 불덩이와 파편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화성- 17형 미사일은 1단계 발동기로 쏘아 올리는 것도 아니고 3단계 발동기를 장착한, 거대한 괴물 미사일이다 보니 그 떨어지는 파괴력이 얼마나 컸는지는 가히 짐작이 됩니다. 피해범위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제2자연과학원 과학자, 기술자들은 이 괴물 같은 탄도미사일 발사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검토하지도 않고 10일도 지나지 않아 3월 24일 같은 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때의 발사장면을 보도한 TV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이 착각할 정도로 김정은의 참관 장면을 보도했습니다. 영상에는 번들번들 빛나는 유광의 검은 점퍼에 검은 선글라스를 낀 김정은이 느린 화면으로 미사일 격납고에서 나오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그러더니 검은 선글라스를 벗고 마침내 발사 단추를 누르는 장면이 나오고, 발사된 미사일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자 환호의 소리를 지르는 관계자들과 함께 만연의 웃음 짓는 모습이 등장하며 다시 과학자·기술자·군인들과 함께 무리를 지어 걸어 나오는 장면이 나타납니다.
정말로 3월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가 김정은의 이런 영화장면과 같은 현지 참관 하에 발사되었습니까? 남한 국방당국자들의 분석 보고를 보면 3월 24일, 발사한 두 번째 미사일은 화성-17형이 아니고 화성-15형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조선중앙TV의 보도는 실패한 3월 16일의 장면과 3월 24일 장면을 짜깁기하여 재편집한 것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기상조건 특히 바람방향이 완전히 달랐는데 이를 무시하고 재편집했음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그 어려운 탄도미사일 발사실험은 응당 한두 차례 실패하게 마련입니다. 선진국가의 경우도 수차례 실패한 후 성공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수만의 인민들이 현장을 보았는데 이들을 속이고 성공했다고만 하지 않습니다. 솔직하게 실패한 사실, 그 원인을 제대로 밝힙니다. 그만큼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실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모든 것을 숨기려 합니다. 이미 알려진 화성-15형의 재발사였는데 이를 화성-17형의 성공으로 거짓 보도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가? 그 이유는 명백합니다. 김정은의 위신 손상을 막아보자는 이유에서지요. 3월 16일 발사 실패는 사소한 기술적 문제였다고 변명하기 위함입니다. 이런 과장된 보도, 허위보도는 과연 누가 꾸미며 주관하고 있는가? 바로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책임자들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 방송자는 지난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개최되었던, 사상 초유의 사상부문 일꾼강습회에 깊은 관심을 두고 로동신문을 읽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의 모든 인민들이 오로지 김정은을 믿고 온 몸을 맡겨 희생하는 것이 바로 최고의 가치라는, 일종의 신앙을 심어주라는 것이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국제 공산주의 운동의 원조였던 소련 공산당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선전선동부가 무엇을 담당하고 있는가 정도는 다 알고 있습니다. 허구를 형상화하는 소설처럼 거짓을 진실인 냥 이론화하고, 이를 무고한 인민에게 주입시켜 공산주의 도그마를 믿게 하는 이데올로기 사상사업 담당부서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러분 당이 선전선동일꾼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를 인민대중에게 교육하는 공산당 본연의 선전선동 교육이 아니라, 반마르크스주의적·비과학적 사이비 사회주의와 거짓 공산주의 이론을 인민대중에게 주입하는 무속적 신앙심을 심으라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임무를 담당하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수백 년 전에나 통용될 수 있었던 봉건왕조시대의 군주에 대한 충성심을 애국심이라고 인민대중에게 강요할 수가 있겠습니까?
여러분은 아직도 북한인민들이 조선조시대의 봉건적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는 것같습니다. 1945년 8·15 해방 이후 온전한 자유와 민주주의를 경험한 바 없는 북한 인민들이기 때문에 자유의 진정한 의미, 자유의 그 맛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사상부문 일꾼들이 흔히 쓰는 말, “달걀에 사상을 재우면 바위도 깰 수 있다”는 미신 같은 구호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까? 김정은이 사상일꾼들에게 보냈다는 편지 내용은 차치하고 당장 눈앞에 닥친 경제난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 사상사업 강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일반부서, 특히 경제부서 간부 여러분에게 묻겠습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부여된 건설과 생산과업, 식량증산, 5만호 주택건설, 각종 광공업 생산의 정상화 등이 사상사업 강화로 성취될 수 있는, 여유 있는 상황입니까? 저 거대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20km상공에서 폭파하여 수많은 파편이 평양과 순안일대에 떨어질 때, 북한인민, 특히 북한 농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떨어지는 파편을 피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까?
솔직히 얘기해 봅시다. 화성-17형은 외부세계에서는 괴물 미사일이라고 부릅니다. 왜냐하면 그 덩치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3단계 발동기 값만 해도 수백만 달러입니다. 그 소재는 모두 외국, 러시아와 중국에서 밀수 방식으로 수입한 것들이어서 정상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여 온 것들입니다. 북한의 과학자, 기술자 수준으로는 생산할 수 없는 자재로 만들어진 미사일입니다. 그래서 엄청나게 비싼 제품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만약 전쟁을 군사력만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 이미 김정은의 패배는 불가피함이 입증되었습니다. 저 강대한 군사대국이던 소련이 미국과의 군비경쟁에서 패배하여 붕괴되지 않았습니까? 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소련이 붕괴되자 북대서양조약기구인 NATO에 가입했습니까? 왜 지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도처에서 군사적 패배에 직면하고 있습니까? 바로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 군사력의 우수함 때문입니다. 지극히 간단명료한 결론이 도출되는 현실인데 왜 김정은은 이를 부인하며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에 전념하는가? 그 이유는 긴장고취, 전쟁 운운하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입니다. 북한을 침공할 나라는 없습니다. 평화는 핵·미사일 개발 없이도 이룩될 수 있습니다. 전쟁을 고집할수록 북한인민의 고통이 가중됨을 알아야 함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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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