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선전선동과 사상교양 강조는 김정은의 초조감을 반영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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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 한 주간은 당 간부 여러분에게 더없이 바쁜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이른바 김일성 수령 탄생 110주년, 바로 태양절이 4월 15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금년 태양절은 꺾어지는 해였기 때문에 예년보다 더 많은 행사를 치러야 했을 것입니다. 특히 선전부문 간부여러분은 지난 달 말에 개최되었던 제1차 선전부문 일꾼 강습회에 참가하여 “사상사업에서 일대 혁신을 일으키라”는 김정은의 지령을 직접 받았으니 더욱 긴장된 상태로 선전선동과 사상교양사업을 전개해야 했을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오늘날 여러분 당이 직면한 정세는 핵이나 미사일 개발을 과시하는 수준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아무리 군사강국 건설의 과학·기술적 성과를 과시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빈곤과 굶주림의 허덕이는 북한인민의 생산의욕이나 창발성,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 나라에 대한 애국심의 고취는 불가능함이 명백해진 상황이 아닙니까?

바꾸어 말하면, 여러분에겐 사상의식의 강화외에는 오늘의 난관을 뚫고 나갈 방도가 없습니다. 이런 형편인데 그렇다고 무슨 특별한 인민대중 선동수단도 없습니다. 김정은이 제1차 선전일꾼 강습회에 보냈다는 편지를 보면서, 특단의 선전선동방법을 창안하지 않으면 그 성과도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과 초조감에 휩싸여 있는 김정은의 모습을 보는 듯 느꼈습니다. 김정은의 편지 제목을 ‘형식주의를 타파하고 당 사상사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데 대하여’로 잡은 것 자체가 바로 여러분 당의 수뇌부가 얼마나 위기감에 떨고 있는가를 나타냈다고 하겠습니다. 전 시간에 지적했지만 건설 현장이나 협동농장에 파견된 선전선동일꾼들이 붉은기를 흔들며 목청껏 투쟁구호를 외쳐도 이에 호응하는 태도를 볼 수 없게 된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비웃음과 조소만 되돌아옵니다. 그만큼 인민대중은 전투적 구호나 혁명적 선동에 감동을 느낄 때가 아니라는 얘기지요. 그러니 김정은의 입에서 구태의연한 형식주의를 타파하라는 힐책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무슨 새로운 논리로 인민대중이 감복할 수 있는 사상교양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가? 선전부문일꾼 여러분은 새로운 논리를 개발해 놓았습니까? 김정은의 편지를 보면 “사상사업을 혁신하는데서 제기되는 중대한 문제는 원리와 이론을 강화하고 이론 선전사업을 활성화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는데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주체이론 중 어떤 부분을 수정하여 새로운 논리로 구성해야 하는가를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9년 전인 2013년 6월 12일 당, 국가, 군대, 근로단체, 출판보도일꾼들 앞에서 했다는 저 유명한 연설, 바로 김정일이 채택한 10대 원칙의 수정과 추고를 역설한 그의 연설, 이 연설이야 말로 지금 현재 당원은 물론 모든 북한 인민들이 절대적 권위로 사상과 생활전반을 규제하는 사상사업의 원본, 원리를 제시한 내용이 아닙니까? 본 방송자는 이 10대원칙에 저촉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수용소에 끌려간 많은 사람의 증언을 들었습니다. 이 이상한 사상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누가 제시할 수 있는가? 당의 최고 수뇌인 김정은 외에 어느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본 방송자는 10대 원칙을 제시한 김정은의 연설을 보면서 오직 한 사람, 수령만이 사상사업의 내용을 수정·보완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지적한다면 김일성 시대 사상사업의 주제는 사대주의와 종파주의 분자를 숙청하는 것이었다면 김정일 시대는 수정주의 분자의 당내 침투를 저지하는 것이 사상사업의 목적이었음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지적한다면 김일성 시대는 전통적인 사회주의 혁명이론을 제시하여 김일성의 독주와 개인숭배사상척결을 주장했던 소련파, 연안파, 중진을 숙청하는 것이 바로 사상사업 강화의 목적이었다면 김정일 시대는 중국공산당, 소련공산당, 동유럽 사회주의 정당에서 제시한 개혁, 개방으로 이행만이 사회주의 건설의 길임을 강조한 이른바 수정주의가 북한 노동당 안으로 또는 북한 젊은 지식인들 속에 침투하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는 것이 사상교양사업의 요지였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당내 민주주의 부활은 곧 김일성, 김정일 권력세습을 저지하는 최대위험임을 주장하는 것이 바로 사상사업의 과제였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여러분 당은 국내외정세의 변화에 따라 수령의 절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의 논리로 사상사업의 주제를 수정, 보완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국내외정세에 비추어 볼 때 김정은을 비롯한 당 수뇌부는 어떤 요지로 사상사업의 내용을 수정·보완해야 하는가? 김정은이 지난달 말 선전부문일꾼들에 보낸 편지에는 “형식주의의 사상적 바탕은 혁명의 주인다운 자각의 결여에 있으니 자기 지역, 자기 단위의 당원들과 근로자들의 사상생활이 혁명의 주인임을 자각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했는데 도대체 무슨 논리를 펴야 이처럼 모든 당원과 근로대중이 스스로 혁명의 주인으로서의 자신 역할을 자각하며 창의성과 생산성을 고양시킬 수 있을까? 대단히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김정은의 편지는 “일꾼들과 당원들, 근로자들과 자라나는 새 세대들이 우리 당의 지도사상인 주체사상을 원리적으로 정확히 파악하고 세계관화, 인생관화 하도록 그 진수와 구성 체계, 심오한 내용을 알기 쉽게 깨우치며 당 정치이론을 이치에 맞게, 실제 사업생활과 결부하여 잘 해설,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여러분은 이런 김정은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습니까? 썩은 종자를 밭에 뿌린다고 싹이 트겠습니까? 이미 허구임이 입증된 주체사회주의 건설임을 알고 있는 북한의 새 세대들이 선전부문 일꾼들의 해설사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겠습니까?

왜 지난 10년간 김정은 시대에 전례 없는 황색바람이 북한 땅을 휩쓸었습니까? 왜 남한의 노래와 연극, 옷과 손가방, 머리모양이 그처럼 유행했습니까? 그 이유는 주체사회주의 건설의 거짓, 그 허구가 폭로되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 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여러분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더 이상 한발에 몇 십, 몇 백만 달러가 소요되는 핵·미사일 발사는 중단토록 건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 교양이니 주체사상일색화니 하는 주장은 그만하고 새 세대가 원하는 체제개방과 체제개혁에 나서야 하지 않는가? 이런 과단성있는 혁명적 조치만이 형식을 타파하고 혁신적 사상의식으로 새 세대를 인도하는 길임을 강조해야 할 것입니다. 이미 반사회주의 사상문화, 비사회주의적 생활방식은 역사의 새로운 줄기가 되었음을 인식하길 권고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강인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