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간부들에게] 리일규 참사 한국 망명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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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7월 한달 동안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자유세계 여러 나라의 보도매체들은 일제히 북한 외교관의 탈출, 망명 사실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바로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였던 리일규 씨가 작년 11월 한국으로 망명하고 정착했음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리일규 참사는 아내와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나 자신은 이미 50이 넘었으니 이대로 김정은 세습정권하에 기아와 빈곤, 공포와 통제 속에 살다 죽으면 되겠지만 내 아이들의 청청만리 장래를 나와 같이 살게 할 수는 없었기에 탈북, 망명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2016년에는 영국대사관의 공사였던 태영호 공사와 가족 모두가 탈북하여 서울에 왔습니다. 이후 태 공사는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부인은 대학원을 나와 사회활동가로, 두 아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 유학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지요. 2019년엔 이탈리아대사관 대사대리였던 조성길 일등서기관, 쿠웨이트대사관 대사대리였던 류현우 서기관, 이외에도 프랑스 대표부에 파견되었던 북한 외교관 가족 두 세대가 무사히 대사관을 탈출하여 한국이나 미국 또는 현지 정부 당국의 보호 하에 있다고 합니다.

당 간부 여러분! 남한에 정착한 3만 5천여 명의 탈북자 중 6000명을 대상으로 탈북 이유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11월에 탈출한 리일규 참사의 증언과 일치했습니다. 이미 배급이 끊긴지 오래이고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 뭐라도 입에 풀칠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내야 하니 부조리나 불공정 불법행위를 아니할 수 없는 것이 일반 인민의 처지 아닙니까? 당 간부 여러분도 상사에게 뇌물을 괴던가, 아랫사람이나 일부 주민으로부터 뇌물을 받아먹던가 하지 않으면 당장 생활을 유지하기가 곤란한 형편이 아닌지요?

리일규 참사의 증언에 의하면 외교관이 받는 월급이 서기관급은 350~500 달러, 공사급은 500~600달러, 대사급이 600~1000달러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런 월급으로는 외교관으로서의 품위 유지는 고사하고 끼니 때우기도 어렵다는 것은 자유세계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런 처지인데 무슨 경축일만 되면 충성자금을 몇만 달러씩 보내라고 하니 불법인줄 알면서 외교관으로서는 해서는 안될 술, 담배, 심지어 마약 밀수를 자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리일규 참사는 다행히 쿠바대사관에서 근무했기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쿠바 시가(담배)를 외교 배낭에 120~150곽 정도 넣어 중국에 밀수시켜 15,000~2만 달러를 벌어 충성자금을 보냈다고 했습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쿠바에 북한식당을 차릴까 생각하고 평양 외무부 담당국장에게 의논했더니 상당한 뇌물을 바치라고 해서 분노했고, 이런 뇌물 요구를 당장 수행할 수 없어 차일피일 미루었더니 북한 쪽에서 앙심을 품고 본국 소환명령을 내렸다고 얘기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런 상황에서 무슨 정의가 있고 합법이 작동한다는 것입니까? 그러니 북한에서 해외에 파견된 외교관, 무역 통상 대표, 외화벌이 일꾼들이 북으로 돌아가길 원하겠습니까?

리일규 참사의 말대로 “우리들 기성세대는 별수 없이 이런 지옥 같은 곳에서 김정은 세습 왕조를 위해 희생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자식들까지 이런 형편에서 살 것을 원할 수가 있겠냐”면서 “해외에서 우유도 마시고 고기도 먹던 아이들을 귀국시켜 북한 아이들과 비교해보면 피부가 희고 키는 5~10cm크다”고 했습니다. 북한의 아이들은 못 먹어 영양부족을 겪다보니 자라나는 아이들의 몸무게, 신장, 가슴둘레, 모두가 외국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왜소할 수밖에 없겠지요.

당 간부 여러분! 문제는 노동에 대한 대가를 온전히 지급하지 않고 갈취하는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체제와 노력에 대한 불평등한 평가로 권력자의 사리사욕을 암암리에 보장해주는 이른바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가 지속되는 한, 국위선양을 위해 전심전력하는 외교관은 ‘넥타이를 맨 꽃제비, 거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악조건 가운데 엄습해오는 국제정세변화로 인해 여러분 당이 궁지로 몰리게 되면 여러분 당은 영락없이 그 책임을 현지 외교관에게 들씌워 처형하거나 숙청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유엔대사로 오랫동안 근무하고 귀국하여 미국 담당 부상으로 근무했던 한성렬을 미국의 스파이(간첩)으로 몰아 순안 비행장 근처 강건군관학교에서 외무성 부국장 이상 간부들을 모두 몰아놓고 처형한 사건입니다. 이 장면을 본 외무성 간부들은 며칠 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뿐입니까? 2018년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김정은이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회담할 때 외상이었던 리영호는 2019년 12월에 개최되었던 7개 5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중국대사관에 파견되었던 한 서기관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들씌워 비판한 후 온 가족과 함께 정치범수용소에 들어갔다고 했습니다. 이런 지경이니 여러분 당의 국위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남북 간의 관계를 계산해서 한국과 외교관계를 맺은 쿠바 당국의 결정이 리일규 참사나 마철수 대사의 외교실패 때문입니까? 2018년 11월 북한을 방문하여 김정은과 무개차를 타고 환영장까지 나왔던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 평의회의장이 한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결심하게 된 것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쿠바의 국가적 이익을 충분히 고려한 연후에 결정한 것입니다. 김정은에게는 치명적인 외교적 타격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명백히 인식하고 결정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될 것입니다. 해외에 나와있는 10만의 외화벌이 근로자, 외교관, 무역통상 근무자들 중 얼마나 많은 인원이 김정은을 등지고 탈출, 망명할지 전 세계가 깊은 관심을 갖고 보고 있음을 강조하는 바입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