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농업 생산량 미달이 농민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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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달에 열렸던 제8기 10차 정치국회의에서 올해 농업정책들을 철저히 이행하기 위한 문제들을 주요 의정으로 토의했고 그 내용은 “첫째 가을걷이와 탈곡에 모든 역량과 수단을 총동원시키며, 둘째 탈곡 수매와 공급사업을 개선하고, 셋째 당과 국가의 양곡정책집행을 저해하는 온갖 현상들과의 투쟁을 강도 높이 전개할 데 대하여”였으므로 지금 중앙으로부터 말단 세포에 이르기까지 모든 간부와 당원이 이 가을걷이와 국가수매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고 있을 줄 압니다.

해외의 북한 관찰자들도 금년도 북한의 농사가 제대로 되었는가? 만풍년을 구가하고 있는가? 국가수매사업에서 당국과 농민간의 심각한 대립은 일어나고 있지 않는 지 등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심은 여러분 당의 최대 최고의 정책은 북한인민의 먹는 문제 해결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여러분 당은 인민의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정책 즉 청산리 방법이니, 협동농장 관리방법의 개선이니, 작업반을 분조중심으로 축소하느니, 여러 대책을 강구해왔지만 북한인민을 배불리 먹일 수 있는 알곡생산에는 실패했습니다. 매년 80만 톤에서 100만 톤 정도 식량부족이 계속되어 주변국가로부터의 지원에 의존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을 추수와 국가 수매가 시작되면 으레 농민들과 수매당국과의 마찰, 갈등 대결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농민들은 우선 자신들이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식량 확보에 나서는가 하면 수매당국은 농민의 사정이 어떠하던 생산된 알곡을 가능한 한 많이 수매하기 위해 강압적 태도를 부린 탓에 적지 않은 갈등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지난날의 경험을 고려하여 8기 10차 정치국 회의에서 조용원 조직비서의 강한 지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문제의 본질은 당초 제시했던 정보당 1톤 이상의 증산을 달성했는가의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북한 내부에서 흘러나온 정보를 들으면 북한의 농촌은 금년 봄부터 상당한 난관에 직면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했던 5월 12일은 바로 모내기와 파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방역을 위한 최대, 최고의 투쟁이 선포되었으니 일시에 농촌지원사업이 정지되고 말았습니다. 협동농장의 경우도 사정은 긴박했습니다. 10명 내외의 분조원들도 매일 체온을 재고 무증상 농민만 작업하도록 했으니 가뜩이나 부족한 일손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외부 지원인력의 농장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데다가 협동농장 농민들마저 제대로 작업장에 나갈 수 없다보니 옥수수 씨뿌리기도 제대로 못해 빈 땅이 생길 정도였다고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가뭄이 심해 논바닥이 갈라지는 형편이었으니 모내기가 제대로 되었겠습니까?

6월에 들어서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농촌지원을 위한 도시노동자의 돌격대를 편성하여 지원에 나서서 그런대로 농촌의 일손부족을 메꿨다고는 하나 농사일정에 비추어 보면 많이 늦은 것이었습니다. 8월에 들어서자 비상방역사령부가 최대비상방역체제를 해제하고 주민들의 사업이나 생산활동을 정상화하였지만 그간 2~3개월간 비상방역시기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아 상업급양이나 편의 봉사시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 도시주민의 불평도 계속되는 형편이었습니다. 압록강, 두만강, 국경선의 장기 봉쇄를 북한당국이 선행적으로 풀고 중국과의 무역을 정상화하려 했지만 중국 측의 북한에 대한 방역을 경계해서 9월 하순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결과 쌀값이나 옥수수 값이 크게 올라 도시 근로자의 생활을 압박했습니다. 금년 여름 햇감자 수확도, 가뭄으로 인해 50% 수준이었다고 하니 도시와 농촌 모두가 식량부족으로 허덕일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자본주의를 하던 사회주의를 하던 인민의 먹는 문제 해결 없이 그 어떤 체제를 택하는 것은 말짱 거짓입니다. 생산이 줄고 인민의 소비품 공급이 안 되는 사회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김일성은 1958년 농촌의 집단화를 완성해서 협동농장제도를 택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여러분 당의 걱정은 다름 아니라 바로 농업생산의 부진이었다고 하겠으며 인민대중의 굶주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생산이 있어야 소비가 가능하지 않습니까? 농산물 생산이 제대로 안 되는데 무엇으로 인민대중의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중공업을 발전시켜 핵미사일을 개발한들 그것이 인민대중의 삶, 일차적 문제인 먹는 문제 해결이 되는 것입니까?

당 간부 여러분! 8기 10차 정치국회의에서 조용원 비서가 “탈곡 수매와 공급사업의 개선, 당과 국가의 알곡정책 집행을 저해해온 온갖 현상들과의 투쟁을 강도 높이 전개할 것을 공식 의정으로 택한 것을 보면서, 본 방송자는 여러분 당의 최대 최고의 과제인 인민대중의 굶주림을 해결하는 농업, 농촌, 농민문제에서 가장 첨예화된 모순이 드러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왜 농민들이 알곡정책 집행에 저해요인을 조성하는가? 그 이유는 농민들 스스로 굶지 않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하기 때문입니다.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이후, 공산당 1당 독재체제 하에서 농업의 집단화로 이행한 모든 나라에서 농민의 저항이 아니 일어난 나라가 없었습니다. 집단화 그 자체가 농업의 본질을 왜곡하고 농민의 생산의욕을 감퇴시킨 원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당의 경우 농촌의 집단화가 감행된 1958년 이후 60여 년 동안 간단없이 농민의 사상개조를 위한 일종의 계급투쟁을 전개했습니다. 오늘 현재도 여러분 당은 농촌에서의 계급투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왜 농민이 여러분의 사회주의체제 하에서 적대계급으로 지탄되어야 합니까?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의 사상의식은 바로 농업의 특징에서 파생한 것입니다. 물건을 깎아 내는 노동자의 노동방법과는 달리 시간과 자연의 변화에 영향 받지 않을 수 없는 생산업이 바로 농업입니다. 작물의 생존, 성장에 맞추어 농민의 손길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이런 농업을 천리마 속도로, 100일 전투로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뒤늦게나마 황해남도에 5,500대의 농기계를 전달했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농업투자를 늘려야 알곡생산이 늘어납니다. 핵미사일 개발로는 인민대중의 먹는 문제 해결은 불가능합니다. 여러분 당의 생존은 인민대중의 지지여하에 달려있음을 재삼 자각하고 인민대중제1주의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권고하는 바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강인덕,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