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농업의 질적 개선 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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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의 로동신문은 연일 가을걷이에 나선 농장원들이 만풍년을 구가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크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신문엔 이렇게 보도됐습니다. “지금 들판에 떠나갈 듯 울려 퍼지는 흥겨운 노래소리, 사방에서 들려오는 탈곡기의 동음… 이런 풍년을 가져온 것은 하늘 덕도 땅 덕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리 당의 은덕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본 방송자는 이런 로동신문의 기사를 읽으면서 과연 그런가? 정말로 북한 농민들은 금년의 풍년을 당의 은덕, 김정은의 은덕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기야 지난여름, 정확히 8월 22일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평안남도 간석지 피해 복구현장에 가서 내각을 호되게 힐책하는 기사를 게재한 바 있었습니다. 김정은의 얘기인즉 “김덕훈 내각의 행정규율이 좀더 극심하게 문란해졌다. 전국가적으로 농작물 피해 방지 대책을 철저히 세울 데 대해 특별히 강조하는 이때인데 제방공사가 부실하여 168만 평의 농경지 가운데 81만 평의 벼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 이런 무맥(무기력)한 사업태도, 비뚤어진 관점을 당장 시정해야 한다.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와 규률조사부, 국가검열위원회와 중앙검사소가 책임있게 기관과 당사자들을 색출하여 당적으로 법적으로 단단히 문책하고 엄격히 처벌하라”고 지시한 바 있었습니다.

이처럼 김정은의 관심이 컸다는 점에서 금년의 풍년이 하늘 덕도 땅 덕도 아니고 오로지 당의 덕, 김정은 덕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떻든 간에 금년 가을걷이 벼농사가 풍년이라니 감사한 일이고 이런 풍년농사로 북한인민들의 배곯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렇다고 이제부터 해야 할 수매 문제를 놓고 생산자인 농민, 농장과 수매당국간의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까?

당 간부 여러분은 이 문제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지난 몇 십 년간 이맘때가 되면 으레 농민과 수매당국간 갈등이 심했던 것이 사실 아닙니까? 농민의 입장에서는 수매량을 가능한 줄이고 보다 많은 알곡을 남기려 애썼고 반면 수매당국은 보다 많은 알곡을 수매하기 위해 수확량을 높이 잡았습니다. 이런 농민과 수매당국의 갈등이 심화되어 결국 농민들이 수확한 알곡을 숨기는 현상도 비일비재였습니다.

금년에는 이런 갈등 없이 원만하게 수매량을 결정함으로써 도시근로자나 인민군 장병, 국가공무원들이 충분한 식량을 배급 받길 바랍니다. 특히 금년은 여러분 당으로써는 충분한 식량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갖게 하는 한 해입니다. 왜냐하면 지난 9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 예상 외로 난관에 직면했기 때문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여러분 당이 러시아 군을 지원하기 위해 엄청난 포탄과 군장비를 제공하고 있으니 마땅히 러시아는 여러분 당이 필요로 하는 식량과 여타 군사지원 또는 과학기술을 제공해야만 할 것입니다. 사실 연간 200만 톤의 식량 수입이 이뤄진다면 북한인민의 먹는 문제는 걱정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필요한 식량은 제쳐놓고 김정은이 원하는 핵미사일이나 미사일 탑재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군사지원 혹은 정찰위성 발사를 위한 과학기술지원을 받아온다면 북한인민의 굶주림은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도 알고 있는대로 금년도와 같은 풍작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수십만 톤의 식량이 부족한 현실은 모면할 길이 없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북한은 원천적으로 농경지가 적고 그동안의 농업에 대한 투자도 적었고, 그 결과 농토가 피폐하게 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도 인정하고 있는 대로 1958년 농업의 집단화가 이뤄진 이후 지난 50여 년간 여러분 당은 중공업우선정책으로 일관했습니다. 4대군사노선, 선군정치 등은 모두 중공업우선정책을 뒷받침했습니다. 그 결과 농사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원, 비료 생산, 농기계 생산도 모두 뒤로 밀렸습니다. 매년 농민에게 부과된 알곡생산은 거의 미달되었고 그 때문에 농민이 내년 농사를 준비할 수 없을 정도로 알곡수매가 과다하게 진행되었으며, 따라서 도시 근로자들보다 알곡 생산자인 농민이 더욱 식량부족에 허덕이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매년 가을걷이가 끝나면 농민과 수매자간에 수매량을 놓고 대결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도 느끼는 대로 이런 현상은 내각의 농업담당자들의 태만이나 규율 이완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지 않습니까? 평안남도 간석지공사가 허술해서 제방이 무너져 아까운 벼농사 81만평이 소실되었다는 김정은의 힐책도 따져보면 필요한 기자재, 트랙터나 필요한 시멘트와 같은 자재 공급이 제대로 안된 것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금년의 풍작이 김정은의 은덕 때문입니까? 아니면 하늘 덕 때문입니까?

당 간부 여러분은 분명히 알고 있지 않습니까? 수천만 달러를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하늘에 날려 보내는데 비해 과연 북한의 농업투자는 어느 정도입니까? 농업의 과학화 운운하지만 가장 기초적인 대책인 땅 덕을 볼 수 있도록, 필요한 비료를 공급하고 트랙터와 같은 중장비 공급이 있어야 닥쳐올 자연재해도 막을 수 있지 않습니까?

북한인민이 식량부족으로 영양실조를 모면하지 못하고 심지어 굶어죽는 현실을 실제로 여러분 자신이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옥수수 백만 톤만 수입하기 위해, 1억 달러를 썼다면 고난의 행군과 같은 대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당은 이를 외면하고 군비증강에 전력한 결과 수십만의 무고한 인민들이 굶어 죽지 않았습니까? 이런 뼈저린 과거사를 생각한다면 오늘의 풍년을 “하늘의 덕도 땅 덕도 아니고 김정은의 덕”이라는 얼토당토 않는 기사가 로동신문에 게재될 수 있겠습니까?

지금이야말로 알곡증산은 가을걷이 경쟁 운운하는 인위적 생산경쟁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농민들이 풍족하게 느끼도록 필요한 비료와 농기자재를 공급하여 농업의 질적 개선을 기해야 합니다. 이것이 향후 북한의 풍년을 구가하는 관건임을 지적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