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50년 넘게 지속된 강냉이 농사를 김정은의 말 한 마디로 바꿀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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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0월 한 달 동안 가을걷이, 탈곡 그리고 원만한 국가수매사업을 위해 노심초사했던 간부 여러분, 수고가 많았습니다. 혹시나 양곡수매사업을 저해하는 요인들과의 혁명투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당적 비판을 받고 있지나 않은지요?

그런데 11월에 들어서자 또 하나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바로 알곡생산구조를 바꿀 데 대한 당 정책이 하달되었기 때문입니다. “알곡생산구조를 바꾼다”는 이 정책은 강냉이(옥수수) 생산을 줄이고 밀 생산으로 바꾼다는 얘기지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더구나 당의 지령은 밭에 밀을 심는 한 벌 농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밀을 파종해서 무사히 겨울나기를 마치고 내년 초엔 밀 수확을 마친 뒤 또다시 벼를 심어 밀농사와 벼농사 즉 두벌 농사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중앙이 여러분에게 내린 결정을 보니 “알곡생산구조를 바꾸기 위한 첫해의 투쟁을 어떻게 벌이는가? 이에 대한 분석을 자책과 반성의 입장에서 과학적으로 깊이 있게 분석하여 밀농사를 더 잘 짓기 위한 대책을 세우라”고 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지금부터 50여 년 전인 1960년대 김일성 시대부터 북한의 알곡생산 구조는 강냉이와 벼 생산이 주였습니다. 특히 강냉이(옥수수) 생산을 위해 여러분 당이 쏟은 그 노력은 가히 천문학적이었습니다. 옥수수를 주식량으로 하는 아프리카 국가의 농업 전문가도 북한에 와서 옥수수 연구 성과를 배워갔습니다. 웬만한 높이의 야산을 몽땅 깔아뭉개서 계단식 밭을 만들고 해동이 되기 전 언 땅에 1미터 이상을 깊이 파서 강냉이 묘를 키우는 온상도 만들었고, 강냉이묘 이양 때는 묘마다 영양단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전력을 다해 벼 생산과 옥수수 생산이라는 두 알곡 생산을 기둥으로 해서 지난 50년 동안 농사를 이어왔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강냉이 대신 밀을 심으라, 그것도 한 벌 농사가 아니라 두벌 농사 방법으로”... 그래서 덕천군, 함주군, 홍원군, 숙천군 등 벼 생산지에서 시험재배를 했습니다. 또한 여러분 당은 10월 가을걷이가 대략 끝난 시점부터 그 경험을 일반화하여 절대성, 무조건성으로 밀 재배에 임하도록 지령했습니다. 적지선정이니, 우량종자확보니, 지력개선이니, 두둑재배니 점씨뿌리기니, 이른바 과학농사에 달라붙으라고 하면서 유기질비료, 화학비료, 석회석, 심지어 구들재 확보 등을 지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50여 년간 지속된 강냉이 생산구조를 하루아침에 그것도 김정은의 명령 한마디로 바뀌어 질까 의문시됩니다. 그러다보니 당 간부 여러분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휴전선 남쪽의 남한에서는 1960년대 이후 흰 쌀밥과 밀가루 식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이처럼 남한에서 흰 쌀밥과 밀가루 음식이 정착된 것은 알곡 생산구조를 바꾼 것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공업생산을 발전시켜 제품수출을 늘리고 벌어들인 외화로 밀 수입을 늘렸기 때문이었습니다. 남한의 농경지 면적으로는 도저히 식량자급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공업제품을 수출하여 농산물, 식량을 수입했습니다. 지금은 남한의 국민 1인당 1년의 쌀 소비량이 60kg도 안 됩니다. 매년 생산된 쌀이 남아돌아 야단입니다. 북한의 경우도 예외가 아닙니다. 남한보다 유리한 공업발전 기반을 갖고 있는 북한인데 왜 공업제품의 수출로 값싼 농산물을 수입해서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지 못합니까? 그 이유는 간단명료합니다. 전쟁준비 때문입니다. 일반 국민이 필요로 하는 공업제품, 가전제품, 생활필수품 등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냉장고, 자동차, TV, 컴퓨터, 신발, 옷 등 국제경쟁에서 이길만한 일반생활 필수품 생산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북한에서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공업제품이 무엇입니까? 전쟁무기입니까? 미사일입니까? 최근에는 러시아에 10만 발의 포탄을 수출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런 것을 수출하여 외화를 벌었다고 하더라도 그 돈으로 부족한 식량과 밀가루가 아니라 미사일 제조를 위한 부속품과 기자재를 수입하고 있으니 어떻게 인민들의 식량부족을 메꿀 수 있겠습니까?

당 간부 여러분! 지난주 남한의 윤석열 대통령은 아시아 국가와의 정상회담에 참가하기 위해 캄보디아를 방문했고 이어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개최된 20개국 선진국 수뇌회담 G-20에 참가했습니다. 동남아의 주요국가 주석과의 회담은 물론 동아시아 지역의 주요 선진국가인 여러 나라 즉 한미정상회담, 한일정상회담,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 유럽, 캐나다, 아세안, 라틴아메리카의 수뇌와의 정상회담을 연이어 개최했습니다. 물론 중국의 수뇌부, 리커창 총리와는 아시안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과는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개최된 선진 20개국 정상회담에서 동아시아와 전 지구촌의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특히 주목을 끈 것은 바로 여러분 당 수뇌부가 불꽃놀이 하듯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며 남한, 일본, 동아시아 그리고 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위협한 도발문제였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미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자유국가는 물론 이웃 중국도 여러분 당의 전쟁놀이, 핵미사일 위협을 잘 하는 것이라고 평가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여러분 당 김정은의 무모하기 짝이 없는 핵미사일 개발과 그 위협은 불가피하게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군의 군사력을 증강시킬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미군의 막강한 전략자산,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잠수함, 이지스함, B-52, B-1B, B-2 전략폭격기 F35-B, F35-C, 첨단 전투기들이 증강 배치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여러분 당에 대한 경제적, 외교적 제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유세계의 강경대응은 아무리 중국과 러시아가 여러분을 돕는다고 해도 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 당이 자력갱생으로 인민대중제1주의를 실현하자면 그 첫째 조건이 국제사회의 제재조치를 탈피하는 것입니다. 국제적인 제재조치를 받지 않는 자력갱생일 때 비로소 여러분 당의 공업제품수출로 부족한 식량수입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흰쌀밥과 밀가루 음식으로 새로운 식생활 문화를 조성해보자는 여러분 당의 정책을 큰 어려움 없이 실현시키는 길은 바로 국제사회의 제재조치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그 조건은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지난주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 아시안 10개국 그리고 G-20 선진국 정상회담은 바로 이것을 여러분에게 알리는 다자간 국제회의였습니다. 가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이번 국제회담을 학습하길 권고합니다. ‘우물 안 개구리’같은 생각과 행동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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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