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북한 김씨일가의 잔혹한 가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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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024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밤에 평양 5.1일 경기장에서 2025년 새해를 맞이하는 신년 경축 공연을 개최했습니다. 이 날 조선중앙텔레비죤에 김여정이 남자아이, 여자아이를 데리고 경기장 주변에서 걸어가는 모습이 TV화면에 비쳐졌습니다. 지금까지 김여정의 결혼 여부와 자녀 유무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이 화면을 보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는데요. 사람들이 김여정의 가족관계를 궁금해 하는 이유는 그가 소위 백두혈통으로 김정은의 친 여동생이며 한 때 2인자로 지목되었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김씨일가의 세습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백두혈통이란 것을 창조해내고 김일성 일가를 하늘에서 내려온 신성한 가문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 김일성 일가의 가족사를 들여다 보면 평범한 가족이라면 있을 수 없는 형제간에 서로 견제하고 반목하며 죽이고 죽는 골육상쟁(骨肉相爭)의 피비린내가 물씬 풍깁니다. 김일성에서 김정일, 김정은으로 권력이 세습되는 과정에서 후계 경쟁에서 탈락한 남자 형제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과거 왕조시대에 후계경쟁에서 탈락한 왕자들의 모진 인생과 닮았습니다. 여자로 태어난 사람들은 아예 후계 경쟁의 대상이 되지 않았기에 평범한 삶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이름은 물론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김일성의 아들과 딸, 손자 손녀들의 출생과 성장 과정은 시종일관 비밀에 부쳐져 왔습니다. 일반 주민들은 그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어디에 사는지, 무얼 먹고 무슨 일을 하며 지내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북한 당국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직계 가족구성원을 외부에 밝히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둘 다 여성편력이 심해 사생아가 많기 때문이라고 탈북민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일성은 본처 김정숙과의 사이에서 김정일과 딸 김경애를 낳았고 후처인 김성애와의 사이에서 김경숙과 아들 김평일, 김영일이 태어났습니다. 김일성은 이밖에도 이런 저런 여성과의 사이에서 사생아만 9명을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전혀 없습니다.

이복형 김일성과 함께 김일성의 후계자 경쟁을 하던 김평일은 김정일이 후계자로 확정된 후 가시밭길 인생을 살아야 했습니다. 김평일은 언제든지 살해당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평생을 동구권 나라들의 명목뿐인 대사로서 해외를 떠돌아야 했습니다. 김평일은 3년 전 북한으로 완전 귀국해 연금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김일성의 딸들 중 유일하게 본처 김정숙 소생인 김경희는 김정일 집권기간 당 정의 요직을 차지한 채 백두혈통의 공주 대접을 받았으나 남편인 장성택이 처형된 후 김정은의 냉대 속에 불우한 말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일은 알려진 대로 여성 관계가 매우 복잡했습니다. 첫 번째 부인 홍일천과의 사이에서 딸 김혜경을, 두 번째 부인 김영숙과의 사이에서 딸 김설송 등을 두었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습니다. 김정일은 본처 이외에 성혜림과 고영희를 비롯해 수많은 동거녀가 있었는데 이들에게서 태어난 배다른 자식들이 10여 명이나 된다고 탈북민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의 장남은 첫 번째 동거녀였던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남입니다. 김정남은 2001년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밀입국 하려다 적발돼 국제적으로 큰 망신을 당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권력 승계 구도에서 이복동생인 김정은에게 밀려났고 그 후 외국을 전전하다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김정은이 보낸 북한 공작원에 의해 독극물로 암살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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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구도에서 밀린 김정남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것과 달리 김정은과 같은 고용희 소생인 친형 김정철은 김정은 집권 후 모처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며 그럭저럭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등극 후 김정철의 존재는 까맣게 잊혀지고 말았습니다. 소위 백두혈통의 아들로 태어나도 후계경쟁에서 밀리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투명인간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번에 북한 TV가 김여정의 자녀들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북한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그럴듯한 해석은 김여정이나 그 가족이 김정은의 후계구도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해석입니다. 즉 같은 백두혈통이라도 여성은 북한의 권력구도를 편성하는데 열외가 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3년 동안 김정은과 북한당국이 김주애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김주애가 다음 후계자로 정해졌다는 여러가지 암시를 주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김주애 후계자설을 확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북한같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과연 여성을 후계자로 정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남기 때문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