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미신에 빠져드는 북한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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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들 속에서 사주팔자나 점괘를 보기 위해 점쟁이를 찾아 다니고 심지어는 집안에서 액막이 굿을 하는 등 미신 행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식 사회주의 운운하면서 김씨일가 독재정치를 펴고 있는 북한은 모든 종교는 물론 우리 고유의 민간신앙을 기반으로 한 무속과 사주팔자, 점보기 등 미신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민속신앙을 뿌리로 한 미신은 수천 년 우리 민족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면서 우리민족 생활문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북한이 전체주의 국가로 바뀌고 강하게 단속을 한다 해도 민간 속에 뿌리 박힌 민속신앙을 하루아침에 근절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북한에서 미신으로 치부되는 행위는 그 범위가 꽤 넓습니다. 민속신앙이나 무속 외에도 풍수지리를 따지는 일과 유교문화의 유산인 관혼상제 등도 미신으로 분류됩니다. 남북분단 직후인 1946년부터 북한은 민간에 팽배해 있는 미신을 타파하기 위해 주민을 대상으로 계몽과 선전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의 문헌을 살펴보면 신년운수, 점복, 사주보기, 조상묘 이장, 손금, 무당의 굿 등 모든 미신의 종류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정권수립 이후 미신 행위를 비사회주의행위로 규정하고 법으로 단속하고 있습니다. 북한 형법 256조 미신행위죄에는 상습적인 미신 행위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 정도가 심하면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나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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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북한 당국이 작성한 군중정치사업 자료를 보면 ‘사람들을 사상정신적으로 변질타락시키는 미신 행위를 철저히 없애야 한다’면서 병을 고치기 위해 병원에 가지 않고 여기저기 점쟁이를 찾아다니는 행위, 결혼 대상을 미신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행위, 손이 없는 날을 찾거나 손금을 보는 행위가 모두 미신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또한 적들이 북한의 경제난, 식량난을 이용해 미신침투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하며 미신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에서 미신은 매우 강한 통제를 받아왔기 때문에 당국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행해졌습니다. 그러다 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시기를 지나며 미신은 주민들의 일상속으로 깊이 파고 들었습니다.

식량난으로 수십만 명이 아사하는 최악의 시련을 겪던 북한주민들은 앞날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회분위기에 더욱 더 미신에 의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고단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점쟁이의 점괘로 달래려는 북한주민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고난의 행군시기에 이어 2020년에 불어 닥친 코로나사태로 인한 생활난은 북한주민들이 더욱 미신에 매달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에서 미신이 유행하는 이유에 대해 법보다는 최고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우선하는 독재정치,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사회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생활고와 언제 체포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자신에게 닥쳐올 액운을 피하기 위해 액풀이 등 미신 행위에 의존하게 된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의 미신 행위는 특히 간부들 사이에서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위 용하다고 소문난 점쟁이는 대부분 간부들의 점괘를 봐주고 간부들의 비호아래 단속을 피하고 있다고 탈북민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돈 많은 간부들은 자신의 승진이나 출세에 대해 알아보거나 자녀의 운세를 점치기 위해 점쟁이를 자택에 2~3주씩 머물게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과거 중국돈 5~10위안이었던 복채(점봐주는 대가)도 점보려는 주민이 늘어나면서 10~15위안으로 올랐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최근에는 단속이 심해지자 휴대전화로 점을 봐주는 통신점쟁이도 등장했다고 합니다. 전화로 점을 보는 경우 5~10위안이면 가능하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한편 주민들의 미신 행위는 강력하게 단속하면서 과거 김정일이 국가적 행사의 택일이나 자신의 친모인 김정숙이 묻혀있는 대성산혁명열사릉 묘역을 조성하면서 풍수지리 전문가와 점쟁이의 조언을 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의 묘지가 평양 최고의 명당이라는 소문은 웬만한 평양시민은 다 알고 있으며 북한고위층 부인들은 남편의 출세를 위해 명당으로 꼽히는 김정숙 묘에 소원을 빌러 다닌다고 현지 소식통은 증언했습니다. 살아있는 신 행세를 하는 김씨일가의 정신세계에도 미신과 사회주의 체제 수호라는 이질적인 요소가 공존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첨단과학기술 선진국인 한국에서도 점을 보거나 무당 굿을 하고 돼지머리를 차려놓고 고사를 지내는 미신 행위는 지금도 일반적인 관행이 되고있습니다. 종교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된 한국사회에서 미신은 민속놀이의 한 형태로 용인되는 것입니다. 다만 남한에서는 점쟁이의 말을 일상생활에 참고할 뿐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수천 년 역사를 가진 우리의 민속 신앙을 체제를 위협하는 종교의 한 형태로 보고 이를 적극 탄압하는 북한당국의 태도를 보면서 저들이 주장하는 우리식(북한식) 사회주의가 얼마나 취약한 체제인가를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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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