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북한의 빈부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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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북한에도 상당수의 신흥 부자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모든 인민이 골고루 잘 살고 있다는 북한의 선전과 달리 북한의 빈부격차가 극심해 소수의 부유층을 바라보는 일반 주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자들에 대한 부러움과 반감은 사회주의 천국을 부르짖는 당국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져 북한의 빈부격차 문제는 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민심이반 현상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사실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자본주의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석유 등 부존자원이 많은 중남미 국가들과 아시아의 신흥 개발도상국들, 미국, 중국, 남한, 일본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유한 선진국들은 적정한 수입이 없어 생계에 곤란을 겪는 국민들을 사회적 약자로 지정하고 갖가지 사회복지제도를 통해 이들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도와줍니다. 여기에다 부유층들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재단을 설립하고 활발한 기부 활동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교육, 건강, 의식주 생활을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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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빈부격차가 문제가 되는 것은 기본적인 생계유지가 곤란한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는 복지제도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국가가 시행하는 복지제도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더구나 일부 부유층의 가난한 사람을 위한 기부는 생각지도 못하는 사회입니다. 북한은 사전에도 없는 우리식 사회주의 국가라고 주장하면서 인민들이 김정은과 당의 보호아래 지상낙원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선전합니다. 사회주의의 기본 원칙은 정치,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사회구성원들의 ‘평등’을 기초로 합니다. 그러나 북한주민이 모두 평등한 대접을 받는 진정한 사회주의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불법체포와 공개처형, 고문과 정치범수용소같은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는 북한은 평등사회는 커녕 최악의 반인권국가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2021~2022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2021년 코로나감염병 사태로 경제활동이 제한되면서 도·농간의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전력난이 심각한 북한에서는 농어촌의 서민들은 밤에 조명등조차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도시지역에서도 일반가정에는 시간제 전기를 공급하는 바람에 저녁식사를 서둘러 끝내고 조명등을 끈 채 배터리로 작동되는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이 다반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부자들은 중국산 대용량 태양광 발전장비를 구입해 조명을 환히 밝힌 채 텔레비전은 물론 냉장고 전기 밥가마(밥솥), 냉동기(에어컨)등을 마음껏 사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태양광 발전 장비 용량이 각 가정의 경제력을 반영하는 주요지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현지 소식통들의 증언에 따르면 전력난이 심한 북한에서 개성, 원산 등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평북 염천 등 내륙 산간도시에도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춘 세대가 50%에 달한다고 합니다. 만성적인 전력난으로 전기공급이 안 돼 개인 세대별로 중국산 태양광발전 설비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세대는 200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250W 용량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매해 여러 개의 가전제품을 이용하고 있지만 일반가정에서 수백 달러를 들여 고용량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입하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의 빈부격차는 각 세대별 전기 사용량에서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 농촌 지역에서는 자전거 보유 여부가 부자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고 합니다. 자동차 보유는 엄두도 못내는 북한주민들은 자전거를 한 대 소유해도 잘 사는 집으로 통한다고 농촌 출신 탈북민은 증언했습니다. 북한에도 웬만한 가정에는 텔레비전을 한 대씩 보유하고 있는데 구형 브라운관식 텔레비전을 보유한 가정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최신 판형(LCD, LED TV) 텔레비전을 갖고 있으면 부자로 분류됩니다. 이처럼 북한의 빈부격차가 심화되자 돈주와 권력층 등 부유층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부유층이 많이 살고 있는 평양 외곽지역과 평안북도 등지에서 살인, 강도, 폭행과 같은 강력범죄가 증가하는 추세여서 당국이 기업소, 공장, 학교, 인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상교양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극심한 생활고에 허덕이는 주민들이 잘 먹고 잘 사는 이웃을 보며 느끼는 박탈감과 반감을 사상교양으로 다스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배고픔에 지친 일부 주민들이 동사무소에 몰려가 식량배급을 요구하는 등 주민들의 집단 반발행위도 자주 발생한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점점 심화되는 북한의 빈부격차는 절대 빈곤층을 위한 사회적 보호장치가 조속히 마련되지 않는 한 체제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