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북한 주민의 춥고 배고픈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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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節氣) 상으로 입춘(立春∙2.3)이 지났는데도 한반도 전체가 얼어붙은 듯 혹한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한 지역이 영하 15℃ 안팎의 추운 날씨이니 북한 지역은 영하 20℃를 웃도는 강추위가 밀어닥쳤을 것입니다. 평양 주변이 영하 20℃이고 평양 이북 지역에서는 영하 25℃라 하니 북부지방 주민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추위에 시달릴 것으로 짐작됩니다. 매년 겨울마다 되풀이 되는 얘기지만 식량, 땔감, 방한 장구 등 월동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북한주민들은 올 겨울도 춥고 배고픈 겨울을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남한에 비해 겨울이 춥고 긴 북한에서는 해마다 10월이면 전주민이 총동원되어 겨울나이준비(월동준비)를 하게 됩니다. 월동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식량으로 가을 추수 때 모아 놓은 식량과 장마당에서 따로 구입한 식량으로 겨울용 식량을 비축해야 합니다. 식량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김장입니다. 겨우내 밥과 함께 먹을 부식이 마땅치 않은 북한에서는 김장을 ‘반년치 식량‘이라고 부르면서 가족이 총동원되어 김치를 담급니다. 그 다음으로는 강추위를 견디게 하는 난방용 연료가 중요한데요. 주로 땔 나무를 직접 하거나 장마당에서 석탄과 장작을 구입해 월동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서민들

식량과 땔감 , 방한복 걱정에 한숨

문제는 북한의 서민 입장에서 식량과 땔나무, 방한복 등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서 서민이 한꺼번에 수백 수천 킬로그램의 식량을 비축하기가 어렵습니다. 쌀은 고사하고 강냉이(옥수수)도 부족해 한 겨울에 가족의 식량이 떨어져 하루 한두 끼만 먹는 세대가 많다고 탈북민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겨울철에도 장마당에서는 식량을 쌓아놓고 판매하기 때문에 돈주나 권력층은 식량 걱정없이 겨울을 보내지만 서민들에게는 장마당에 나온 식량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탈북민들은 지적합니다.

땔감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권력 있고 돈 많은 사람들은 탄광에서 질 좋은 무연탄을 수 톤씩 구입해 쌓아두고 사용하지만 서민들은 유연탄도 구입하지 못해 땔감으로 쓸 잡목을 수집하기 위해 혹한에 온 가족이 산속을 헤맨다고 합니다. 주민들의 무분별한 땔나무 수집으로 북한의 산은 모두가 민둥산(나무가 거의 없는 밋밋한 산)이 되어버린 탓에 온 가족이 동원되어도 마땅한 땔감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북한당국은 산림법을 제정하고 산에서 땔나무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땔나무 마련을 원천적으로 봉쇄해버린 셈입니다. 지방 주민들은 하루 종일 산속을 헤매 소량의 마른 풀이나 아지(나뭇가지)들을 모아 난방은 엄두를 못 내고 간신히 취사용 연료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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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땔감 사정이 얼마나 열악한 지 땔나무를 구하기 어려운 겨울철에 사람이 집에 있는데도 남의 집에 침입해 나무로 된 울바자(울타리)와 대문, 심지어 출입문까지 뜯어가는 경우가 있고 야간경비가 있는데도 공장기업소와 창고의 널판자를 뜯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과 같이 지하자원, 특히 석탄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 주민들이 난방 연료가 부족해 추위에 떤다는 것은 정말 한심한 일입니다. 당국이 조금만 주민생활 개선에 관심을 둔다면 연료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인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북한주민들은 집집마다 솜을 넣어 누빈 솜동복과 짐승 털로 만든 개털 모자, 방한 신발을 장만해 추운 겨울에 대비합니다. 식량과 땔감에 비해 방한복은 주민들이 조금은 수월하게 마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집에서 직접 만들기도 하고 장마당에는 중국산, 러시아산 방한복이 많이 나와있고 값도 그리 비싸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 군인들은 방한복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혹한 속에 떨고 있다고 군 소식통이 알려왔습니다. 매년 10월 초 북한군의 월동준비는 동계 피복지급으로 시작됩니다. 방한모와 솜동복, 솜외투 등이 개별병사에게 지급되는데 다음해 4월말까지 입어야 하기 때문에 내구성이 좋고 방한 기능이 확실해야 합니다. 하지만 재료부족으로 날림 제작한 동복이 많고 그나마 수량이 모자라 전 해 겨울에 입던 중고 방한복을 재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북한 군인들은 또 연료부족으로 난방이 안 된 병실(숙소)에서 옷을 입은 채 새우잠을 자게 된다고 군 출신 탈북민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은 “허기진 배를 쥐고 난방이 안 된 방에서 추위를 견디는 고통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면서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게 되면 내가 아직 살아있구나”하고 생각하는 병사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군인들의 겨울나기가 이토록 엄혹하다 보니 밤에 민가에 들어가 식량과 땔감을 훔치는 일이 자주 발생해 가뜩이나 어렵게 사는 주민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하고 전투부대를 파견한 대가로 식량(밀)과 연료(정제유), 상당액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 돈과 자원을 고스란히 군수산업과 전시성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자원의 일부만이라도 서민생계유지와 군인들의 복지에 사용한다면 북한 서민과 군인들이 올 겨울을 한결 수월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