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북간에 비핵화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김정은에 대해서 “사람들은 그를 엄청난 위협으로 봤고 이제 그는 핵 능력(nuclear power)을 보유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언급을 두고 미국과 한국의 언론들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며 앞다퉈 이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정은에게 연락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럴 생각이 있다”고 분명히 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김정은과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김정은을 핵협상 테이블로 유인하기 위한 전략적 표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 외에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연례적인 한미군사훈련도 중단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이 견지해온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 미국 안보전문가들 속에서 제기되었고 한국과 일본 등 관련국가들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핵보유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나섰습니다.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NSC 대변인은 한국의 한 방송기자가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는 것이냐고 질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재개 가능성을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트럼프가 취임하자마자 핵대응태세를 무한히 강화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9일 김정은이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하고 북한의 핵물질 생산 실태와 전망, 2025년도 핵무기연구소의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료해(파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연락하겠다고 대화의 손짓을 한지 6일만에 나온 북한식 응답입니다.
2019년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난 후 지난 6년간 북한의 핵무기는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룬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더 많은 핵무기(탄두)를 보유하게 되었고 더욱 정교한 핵무기를 만드는 핵관련 기술도 꾸준히 개발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핵무기 투발수단, 즉 핵탄두를 미사일에 부착해 발사하는 기술은 상당한 진전을 이뤄, 동북아는 물론 미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은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섰다고 군사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밀착한 러시아가 첨단무기 기술과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 “트럼프의 ‘북 핵보유’ 발언은 계산된 유인책”Opens in new window ]
[ 트럼프 “김정은에 다시 연락할 것”…한국 “북 대화 복귀 촉구”Opens in new window ]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트럼프 2기행정부 외교안보팀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경제제재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는 실패한 것으로 인식하고 핵군축을 위한 미북대화에 나설 준비를 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 국방부가 올해 한미연합훈련 일정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힌 것도 향후 북한과 핵동결 후 핵군축 협상에 임할 가능성에 대비한 발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모든 협상에서 톱다운(Top-down)방식을 즐겨 사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으로 볼 때 북핵 재협상도 미-북정상회담으로 대화의 물꼬를 틀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도자 개인의 성향과 친근감에 비중을 두고 협상을 전개해 필요한 이익을 취하는 거래적 외교에 치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방식에 김정은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시작하면서 시종일관 ‘벼랑끝 전술’을 구사해왔습니다. 핵무기를 빌미로 한반도 및 동북아의 전쟁 위기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후 미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받아내려는 협상전술입니다. 미북협상에서 진전이 보이지 않으면, 미군기지가 있는 오키나와나 괌의 해역에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해 위기감을 조성한 다음 협상테이블에 엉뚱한 조건을 포함시켜 협상력을 높이는 전술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또 비핵화협상에서 철저하게 한국(남한)을 배제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고수해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의 침략을 막기위한 방어목적임으로 미-북 핵협상에 남한이 끼어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입니다. 한반도 비핵화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한국을 무시하는 북한의 억지로 한국은 지금까지 한번도 북핵협상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향후 북핵협상이 재개된다 해도 북한의 강한 반대로 한국은 협상테이블에 참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이처럼 한국을 배척하고 미국과의 1대 1협상을 고집하는 이유는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함으로써 보다 많은 경제적 보상과 지원을 얻어내려는 것입니다. 또 남한 내에서 소위 ’남남갈등’을 유발해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을 노리는 목적도 있습니다. 미국정부가 앞으로 북핵 회담을 재개할 생각이라면 북한의 통미봉남 정책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북핵의 직접적인 이해당사국인 한국이 회담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바랍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