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해마다 고급중학교 졸업식이 끝난 후 4월부터 군대의 초모병(신병) 모집을 시작합니다. 각 지방 군사동원부 주관으로 신병을 모집하면서 청년 학생들이 자원입대하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강제 징집이라는 사실이 여러 탈북민들의 증언에 의해 확인되었습니다. 초모 모집기간에는 각 지역 청년들과 학생들이 최고사령관(김정은)의 지침에 따라 입대탄원 궐기모임이란 것을 열고 군입대를 자원하는 탄원서를 작성하는 행사를 연이어 개최하고 있습니다.
짧아야 7년, 길면 10년 이상 복무해야 되는데 어느 누가 군대에 자원입대하고 싶겠습니까. 그런데도 고급중학교 졸업생을 비롯한 청년들이 궐기모임에서 입대탄원서에 서명하는 것은 입대를 거부할 경우, 최고사령부의 방침을 무시하는 반동분자로 찍혀 본인은 물론, 부모들까지 큰 곤욕을 치르기 때문에 억지로 입대하는 것입니다. 각 지방 군사동원부는 봄이 되면 고급중학교 졸업생들과 각 직장의 17~25세 사이의 청년들을 조사해 입대 대상자 명단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초모(입대) 대상자명단에 올랐는데 입대 탄원 궐기대회에 불참하거나 탄원서에 서명을 거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군의 현역 군인 숫자는 현재 12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월드 아틀라스(World Atlas)가 작년(2023년)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병력 규모만 보면 세계 4위에 해당하는 대규모 병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군의 현역 군인 숫자는 육해공군 합쳐 55만 명 정도이니 수치상으로 보면 북한이 한국보다 2.2배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인데 군사 전문가들은 병력 숫자와 실제 전투력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구도 적고 경제력도 매우 저조한 북한이 이 정도의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7세에서 25세 사이의 모든 청년들이 군에 입대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북한당국이 초모생을 모집하면서 자원입대형식을 강조하는 것은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선전에 불과하다고 탈북민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요즘 출산율 저하로 고심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시작된 북한의 출산율 저하는 2000년대에 들어서도 계속되어 북한의 인구감소가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향후 북한이 120만 명 규모의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군대가 당면한 더 큰 문제는 인구감소보다 군인들을 제대로 먹이고 입히는 후방사업(보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라 규모와 경제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병력을 고집하다 보니 북한군인들 대부분은 열악한 보급으로 인해 영양실조 상태에서 군대 생활을 계속해야 합니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하나같이 잘 입고 잘 먹어 건강상태가 양호한 군인들의 훈련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출신 탈북민들은 일반 부대 군인들의 보급상태는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열악하기 짝이 없으며 하루 세끼 식사는 쌀이 전혀 섞이지 않은 옥수수밥과 된장국, 소금에 절인 채소가 전부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연료가 부족해 겨울철 추위에 떨고 있으며 동절기에 지급되는 군복도 강추위를 막기에는 부실한 옷이어서 겨울에는 동상환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탈북민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군복무 중에 병이 나거나 부상을 당하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특별휴가를 주어 집에 가서 치료하게 할 정도로 의료환경이 열악하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물론 북한의 모든 군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김정은 호위병력인 호위사령부, 보위사령부, 미사일부대, 핵무기 운용부대, 후방침투(게릴라)부대 등 특수부대는 정상적인 공급을 받아 상시 전투력을 유지하도록 지원한다고 합니다.
북한은 가을 추수 후 군대를 위한 군량미부터 확보하고 나머지를 일반 주민용으로 돌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규모 군대를 먹이기 위해 그렇게 악착같이 군량미를 거둬들이는데 많은 군인들이 배고픔에 시달리는 데 대해 분노한다고 군출신 탈북민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작년(2023년)에 농사 작황이 좋아 식량사정이 조금 나아지자 김정은은 제일 먼저 전시예비식량 창고를 채우도록 지시했습니다. 당장에 군인들을 잘 먹이기보다는 예비식량을 비축해 전쟁준비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한국과 세계의 군사전문가들은 북한군은 병력 규모에 비해 전투력은 보잘것없다고 강조합니다. 우선 군인들을 잘 먹이고 잘 입혀야 하는데 영양실조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군 보급상태가 열악한데 그 군대가 어떻게 제대로 전투를 수행하겠냐고 전문가들은 반문합니다. 이에 비해 차고 넘칠 정도로 후방 보급 상태가 좋은데다 각종 첨단 무기와 최신 전투장비로 무장한 한국 군대와 단순히 군인 숫자만 놓고 전투력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체제 유지를 위해 모든 젊은이들을 강제로 징집해 군대에 모아 놓고 적절한 보급도 해주지 않으면서 과도한 노동과 훈련을 강요하는 북한당국의 처사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어린 나이에 군대에 징집되어 고생하는 북한 병사들과 군대에 보낸 자식들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북한의 부모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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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