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관광시즌이 시작되었는데 북한이 외국 관광객, 특히 중국 관광객 유치에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등 북한 전문 매체들은 북한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보도했습니다. 해마다 중국 관광객 유치로 상당액의 외화를 벌어들이던 북한은 코로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의 종료와 함께 중국인 단체관광을 재개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아직 까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북한에 입국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러시아인 단체관광은 소규모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인 단체관광을 꺼리는 이유는 관광객들을 통해 북한 내부 정보가 중국과 외부세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카메라가 부착된 스마트폰으로 북한 내부 곳곳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전송하거나, 현지 주민과의 접촉을 통해 북한당국이 공개를 꺼리는 각종 정보를 중국의 친지를 통해 외부세계에 전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이 개인 필수품이 되고 있는 중국인들이 관광지에서 촬영한 북한 내부 사진과 정보를 중국에 있는 친지에 실시간으로 전하는 것은 관광객 입장에서 너무나 당연한 행동입니다. 하지만 북한 내 모든 상황을 비밀로 분류하는 북한당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 단동지역의 북한 관광 전문 여행사들은 북한당국이 중국 관광객 입국을 허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 관광객에게 문호를 개방하기 전에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K팝이나 K드라마 등 한국의 영상물과 대중문화가 대거 진출해 있는 중국에서 관광객이 입국할 경우 남한문화가 북한에 유입되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외화, 특히 중국 위안화가 절실히 필요한 북한이 러시아 관광객은 받아들이면서 중국 관광객 유치를 머뭇거리는 것을 보면 정보 유입과 유출에 얼마나 신경이 곤두서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의 관광업계에서는 북한이 이달(5월) 말쯤 국경도시인 신의주지역 관광을 먼저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신의주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연간 약 30만 명의 관광객을 받아들였고 이들은 모두 단동에서 버스편으로 하루 이틀 여행하는 단기 여행자들이었습니다. 사실 북한의 외국인 관광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보잘것없는 수준이지만 외화부족에 허덕이는 북한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선전수단을 동원해 관광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외선전용 잡지 ‘금수강산’은 북한에는 냉면과 녹두지짐, 숭어탕과 비빔밥 등이 전통음식이 있다며 평양비빔밥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같은 통제국가, 폐쇄사회에서는 자유세계의 다른 나라처럼 사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고 외국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당국에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전인 2019년 이전에 북한을 다녀간 대부분의 외국 관광객들이 호텔 밖으로 자유롭게 나다닐 수 없고 안내인을 가장한 감시자가 항상 따라붙어 마치 감옥에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불평하는 것만 보아도 북한 관광산업의 한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밀착관계인 북한은 지난 4월 하순부터 러시아 관광객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관광객의 행동을 지나치게 통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광객 수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관광객도 호텔 밖으로 나가 시내를 자유롭게 다닐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고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보편화 되어있는 인터넷망 사용이 북한에서는 여의치 않습니다. 외국인은 제한적으로 인터넷망을 이용할 수 있지만 사용료가 턱없이 비싸고 개인 계정으로는 이메일 송수신이 안 되며 24시간 감시를 받는 호텔 이메일 계정을 사용해야 합니다. 호텔 방에서 온수가 나오지 않거나 난방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관광산업은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의 하나이자 정치적으로는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외부세계에 과시하는 선전수단이기도 합니다. 천혜의 자연조건과 각종 혁명유적을 외국 관광객에 보여주면서 체제 선전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2020년까지 마식령스키장, 양덕온천관광지구, 삼지연지구, 원산갈마지구 등 대표 관광지 조성을 위해 자본과 인력을 투입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관광의 궁극적인 목적과 관광산업의 특성을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외국의 방문지에서 마음껏 돌아다닐 수도 없고 밤낮없이 감시인의 감시와 통제를 받는다면 그걸 어떻게 자유관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북한의 관광산업은 이율배반의 현실 속에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외화벌이를 위해서는 외국 관광객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외부정보 유입과 국내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서 외국인 입국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북한의 관광산업은 오도 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