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밀수 왕국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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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유행 직후부터 3년 넘게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 북한이 요즘 들어 봉쇄조치 완화를 시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경 봉쇄로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른 북한이 무역 재개를 통한 경제 회복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사하는 주민이 속출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로 인해 민심이 동요하고 있어 무역 재개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를 지탱해주는 결정적 요인이 중국과의 교역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의 90% 이상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이뤄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7일 북한이 소위 전승절을 기해 봉쇄를 해제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북한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봉쇄 해제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공식 무역과 비공식 무역이 있습니다. 그런데 세관을 통한 공식 무역보다는 비공식 무역, 즉 밀수를 통해 필요한 물자를 들여오고 각종 자원을 중국에 팔아 외화를 벌어들이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북한의 국가 기관이나 국가 무역회사가 주도하는 대규모 밀수를 비공식 무역이라고 부르면서 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때문에 수입하거나 수출할 수 없는 품목을 비공식 무역을 통해 거래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밀무역은 그 역사가 꽤 오래 된 것 같습니다. 70년대 초반부터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러시아 등 외국에서 극비리에 밀수로 들여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 결의가 처음 채택된 데 이어 2016년 3월에 채택된 결의 제2270호는 유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광물, 수산 자원을 비롯해 외화벌이가 될만한 물자의 정상적인 수출길이 막힌 북한은 이때부터 국가 기관을 동원한 본격적인 밀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과의 밀수 루트도 다양합니다. 서해바다를 이용해 주로 야음을 틈타 밀수를 하는데, 중소형 선박을 동원해 북중 간의 항구를 여러 차례 오가며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해 밀무역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석탄이나 철광석 등 광물자원은 고깃배로 위장한 선박이 서해의 공해까지 나가 중국 선박에 환적(물건을 옮겨 싣는 것)하는 방법도 있고 북한 선박이 중국의 항구까지 직접 실어 나르기도 합니다.

북한 선박이 중국 국기를 달고 금수품인 석탄이나 수산물을 서해의 공해상에서 중국 배에 환적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습니다. 금수 품목인 원유나 정제유 등도 공해상에서 유엔의 감시를 피해 북한 선박에 환적하는 방법으로 밀수입하고 있습니다. 북한 선박이 공해상에서 불법 환적하다가 유엔 회원국의 감시 선박에 적발되어 화물과 배가 모두 압수되는 사건도 여러 차례 발생했습니다.

북한 당국만 밀수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북중 양국 개인 밀수꾼들의 압록강을 통한 밀수가 매우 성행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국경 인근 지역의 밀수꾼들은 지방 당국에 정기적으로 뇌물을 상납하고 국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밀수를 감행했다는 것입니다. 이들 개인 밀수꾼들이 거래하는 품목은 매우 다양해서 자동차나 기계류의 부품에서부터 각종 생필품, 식품에 이르기까지 다루지 못할 품목이 없다고 합니다.

국경지역에 개인 밀수꾼들이 워낙 많다 보니 이들이 들여오는 식량과 생필품이 장마당의 주요 상품 공급원이 되고 있으며 또 이들이 중국에 내다 파는 물품이 국경 인근 주민들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중국 변경 도시 시장에 가보면 말린 물고기에서부터 북한산 식품이 즐비하고 북한산 담배는 중국 담배에 비해 값도 싸고 질이 좋아 중국인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3년여에 걸친 북한의 국경 봉쇄로 밀수로 먹고 살던 상당수의 국경 지역 주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빨리 국경 봉쇄를 풀어야만 북한의 국가 경제는 물론 주민들의 생계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될 텐데 북한은 봉쇄 해제에 대해서 아직 언급이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봉쇄 해제는 시간문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국가 경제의 근간이 중국과의 무역이고 밀수로 먹고 살아온 북한이 경제 파탄지경에 이르렀는데 언제까지 국경을 막아 놓을 수는 없을 것이란 진단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오는 9월에 국경을 전면 개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나라 경제의 근간이나 주민 생계를 모두 무역, 그것도 비공식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북한이 단지 주민 통제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국경 봉쇄를 마냥 지속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