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북한의 3대 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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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20년 2월에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북한주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입을 틀어막는 악법중의 악법입니다. 여기에 더해 2021년에 제정한 ‘청년교양보장법’과 올해 제정한 ‘평양문화어보호법’은 북한의 3대 악법으로 지칭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주도해 제정한 것으로 알려진 3대 악법은 북한주민들이 일찍이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도 겪어보지 못한 잔인한 문화탄압을 가하기 위해 제정한 것입니다.

먼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얼마나 악랄한 법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이 법은 한국 영화와 노래, 그림, 사진 등 소위 한류문화에 관한 모든 자료를 소유하거나 유포하는 것을 철저하게금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나 드라마, 노래를 보거나 듣다가 발각되면 5년 이상 1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한국영화와 노래를 유포한 사람은 무기 노동교화형이나 최고 사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한국 영상물을 한번 보다 걸리면 무기징역, 두 번 이상 보다 발각되면 사형에 처해진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 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북한은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거나 노래를 듣는 행위를 강하게 단속하면서 기존형법이 허용하는 최고 수준의 처벌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 특히 젊은이들 속에서 한류에 대한 욕구가 워낙 강한데다 일부 간부층까지 한류 문화에 젖어드는 현상이 지속되는 것을 보고 체제유지에 위협을 느낀 김정은이 한국 영상물과 노래 등을 보고 듣는 사람들에 최고 수준의 처벌을 가하겠다며 이런 법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북한 주민, 특히 청소년들 속에서 한류문화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심지어는 청소년들의 생활 습관과 말투까지 바꾸기에 이르렀습니다. 북한 젊은이들이 친구들끼리 모여서 생일 파티를 하고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 돌린다든지 남자 친구를 동무라 부르지 않고 오빠로 호칭하고 남녀간의 사랑을 공공연히 말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에서 ‘사랑’이란 단어는 오로지 수령만이 인민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말입니다.

북한 젊은이들의 한류문화 수용은 실로 필사적입니다. 당국의 엄포와 극형에 처할 수 있다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불시착’, ‘편의점 샛별이’ 같은 한국 드라마가 북한주민 속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스터트롯’ 등 한국 텔레비전의 예능 프로그램도 일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봉쇄로 주민이동이 금지되었던 2022년에는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연작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함께 시청한 고급중학교 학생들이 총살되거나 무기 교화형에 처해지는 사건이 발생해 사람들을 경악케 했습니다.

한류문화 전파로 인해 북한 주민의 경제관념에도 큰 변화가 생겨 당과 수령에 충성하는 것보다 자본주의 생활방식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관념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젊은이를 중심으로 한 이 같은 관념의 변화에 대해 로동신문 등 선전매체에서는 심각한 체제위협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선전매체들이 외부의 군사력보다 이런 외부 사조(한류문화)가 더 큰 위험요소라고 비판하는 것으로 보아 한류문화에 대한 북한 수뇌부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으며 결국 한류문화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겠다는 생각에서 이런 극단적인 법들을 제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된 ‘청년교양보장법’이란 것도 젊은이들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하는 자유로운 문화활동과 행동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표적인 악법입니다.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모양, 언행 등 모든 행동을 사회주의 규범에 맞게 교양해야 한다고 규정한 이 법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반동사상배격법에 규정한 금지 내용에 더해서 청년들의 모든 사상과 행동규범을 김정은과 당에 충성하도록 강요하며 인권을 유린하는 악법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제정된 ‘평양문화어보호법’ 역시 언어사용의 자유를 유린하는 악랄한 법으로 김정은의 권위에 손상을 끼치는 존재는 비록 그것이 인민들의 일상생활 용어라 할지라도 말살해야 한다는 북한식 극단주의 사고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지 오웰의 소설《1984》에 나오는 신어사전처럼 북한주민은 당국 검열에서 통과된 문화어만을 사용해야 하며 외부 문화, 특히 자본주의 문화로부터 유입되었거나 그렇게 여겨지는 말을 사용할 경우 처벌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더 웃기는 것은 평양말이 아닌 평안도나 함경도 등 지방 사투리도 문화어가 아니니 쓰지 말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한 나라가 국민들에게 특정 문화와 언어 사용을 금지시킨 경우가 없지는 않습니다. 과거 한반도에서 일제가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금지시킨 적이 있었고 최근에는 크메르 루주 치하의 캄보디아가 그랬고 아프리카의 무자비한 독재정권들이 주민들의 눈을 가리고 입과 귀를 틀어막았습니다. 그러나 2023년, 21세기 대명천지에 자국 국민을 우민화 하고 특정 문화와 언어를 금지시키면서 이를 어길 경우 극형에 처하는 나라가 북한 말고 또 있을까요?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