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북한의 화폐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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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북한의 화폐, 즉 돈 가치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북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화폐단위가 ‘원’이고 국제기호로는 KRW(\)로 표시됩니다. 북한이 정한 공식 환율은 1달러에 북한 돈 160원이지만 실제로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은 이보다 53배나 더 높습니다. 현재 북한의 암시장 환율은 1달러에 8000~8500원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는데 지난 2020년 코로나사태가 시작된 이후 환율은 8000원대 초중반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환율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한국 화폐의 액면 가치는 북한화폐에 비해 6.5배 더 높습니다. 즉 한국 돈 1000원이 북한 돈 6500원의 가치를 지녔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규모가 북한의 55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북한의 실질 화폐가치는 더 형편없으며 앞으로 환율이 더 폭락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쌀값은 지역에 따라 1kg에 북한 돈 6000~6500원 선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고품질의 쌀이 10kg에 2만원 안팎이니 쌀값만 놓고 따져보아도 북한 쌀값이 한국에 비해 3배 이상 높습니다.

북한의 지폐는 5000원, 2000원, 1000원, 500원, 200원, 100원, 50원, 10원, 5원권 등 9종입니다. 이밖에 1전, 5전, 10전, 50전짜리 주화(동전)이 있는데 요즘에는 돈가치가 떨어져 주화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중 고액권인 5000원 권에는 앞면과 뒷면에 김일성의 얼굴과 생가가 그려져 있으며 2000원 권에는 북한이 김정일의 생가라고 주장하는 집과 백두산이 인쇄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1947년 첫 화폐개혁 이후 2009년 12월까지 총 5차례의 화폐개혁을 실시했습니다. 철저한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추구하던 북한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지속적인 경제난에 직면하자 그 돌파구를 찾기 위해 2009년에 화폐개혁을 단행했습니다. 생계난에 허덕이는 민심을 수습하고 권력세습 공고화 및 체제 단속을 목적으로 실시한 것입니다. 이때 구권 100원과 신권 1원을 맞바꾸는 액면가절하, 즉 리디노미네이션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당시 북한의 화폐개혁이 실패로 끝나면서 과도한 화폐발행으로 화폐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주민들은 달러, 위안화, 엔화 등 외화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탈북민들은 북한 은행에 돈을 맡긴다는 것은 곧 국가에 돈을 바치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당국이 개인들의 예금 인출을 영구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주민이 맡긴 돈이 일정액 이상이 되면 혁명 자금이 모자라니 국가에 헌납하라며 예금한 돈을 몰수하고 이에 항의하면 반동분자로 몰아붙이니 주민들은 북한돈을 무조건 달러나 위안화로 바꿔 집에 보관하는 것입니다.

북한 특권층들이 북한 화폐는 믿을 수 없어 달러, 위안(元)화 등 외화로만 뇌물을 챙긴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돈주로 불리는 신흥 부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 내에서 각종 이권사업을 벌이면서 외화거래를 기본으로 하고 북한 돈이 들어오면 즉시 외화로 바꿔 보관하는 것이 습관화되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이따금 부패 혐의로 숙청된 고위 간부의 집에서 달러 뭉치가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이는 달러 등 외화를 부정축재하는 전체 권력층 간부 숫자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무역 중심지인 신의주, 해산, 라선 등 국경 도시에서는 장마당에서도 중국 위안화가 일상적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북한 내륙지역의 장마당 상인들조차 물건을 팔면서 달러나 위안화를 요구하고 국돈, 즉 북한 돈으로 지불하려고 하면 물건값을 올려 받는 등 북한 돈은 화폐로써 기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식환율과 암시장 환율의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이나 평양의 외교사절들도 달러나 위안화를 북한 돈으로 바꾸려 들지 않습니다. 외국인들의 외화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지난 2020년부터 북한은 외국방문객이나 외교사절에게 공식환율이 아닌 달러 당 8000원의 시장환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에게는 달러 당 160원의 공식환율을 고집하던 북한입장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였는데요. 그 만큼 외화사정이 다급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북한 내 외국인들이 환전하는 이유는 외화상점에 비해 북한 돈을 받는 일반 상점의 물건 값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지폐는 대부분 훼손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1년 가을에는 코로나와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조폐용지와 특수잉크 수입이 중단되어 북한 중앙은행이 더이상 신권을 발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누더기 지폐가 늘어나자 북한 당국은 폐지한지 19년 만에 오천원권 돈표를 인쇄해 화폐대신 유통시켰는데 그 후 돈 가치가 더 떨어지자 2022년부터 기존 액면의 10배인 오만원권 돈표를 발행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북한 화폐가치의 추락이 어디까지 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