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파열음이 들리는 북-중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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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웹사이트에 있던 북-중 수교 75주년 기념 코너가 슬며시 사라졌습니다. 작년(2024년) 한 해 동안 조선중앙통신의 홈페이지 첫 화면을 장식하던 '조중(북중) 친선의 해 2024' 코너가 해가 바뀌면서 지난 1월 3일 삭제된 것입니다. 중앙통신은 작년 한 해 동안 이 코너에 북-중 교류와 관련된 기사를 한데 모아서 게시했는데 북-중 친선의 해가 종료 되자마자 관련 코너를 없애버린 것입니다. 북한은 북-중 수교 75주년인 2024년을 친선의 해로 선포하고 2024년 4월 12일에 중국 공식 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평양에서 거창하게 열린 친선의 해 개막식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자오러지 전인대 위원장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최룡해와의 회담에서 고위급 교류 확대 의사를 밝혀 북중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요란한 개막식에 걸맞지 않게 작년 내내 북-중 친선의 해를 기념하는 이렇다 할 행사가 없었고 북한 고위급 인사의 중국 방문도 없었으며 결국 연말을 맞아 폐막식도 없이 북-중 친선의 해는 조용히 막을 내렸습니다. 완공 후 10년째 개통을 미루고 있는 신압록강대교도 조중 친선의 해를 맞아 개통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이 역시 1년이 지나가도록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날이 갈수록 밀착해가는 북한과 러시아 관계를 상징하듯 북한 중앙통신 홈페이지에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한 조로(북러) 친선관계 코너’가 첫 화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강화와 지나친 밀착관계가 북한과 중국의 오랜 동맹관계에 균열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러 관계 강화로 인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 최우선 과제는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통한 전쟁 방지와 북한에 대한 영향력 유지인데 북-러 관계 밀착으로 인한 북한의 군사적 호전성 증가는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판단한다는 얘깁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북한이 혈맹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벗어나 군사력을 키우고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달갑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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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간 연구기관 ‘전쟁연구소’는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관계가 지속되는 가운데 북-중 관계의 파열음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연구소는 앞으로 상당 기간 김정은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러시아와의 군사경제협력 강화를 계속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2012년 북한의 새 지도자로 등장한 김정은이 주민 생계안정을 통한 민심 회복을 위해 중국에게 화끈한 경제지원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중국은 이를 번번이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3년 2월에 단행한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중국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2013년 3월 8일 UN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응하는 제2094호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유엔 안보리에서 번번이 거부권을 행사해 북한을 보호하던 중국은 이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하고 결의안의 전면적 이행 강조, 북한과의 금융거래 중단 등 강경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을 ‘순망치한’의 관계이며 전통적 혈맹관계라고 여기던 중국의 태도가 크게 달라진 것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은 요즘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가 매우 복잡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중국이 과연 북한과의 혈맹관계를 재고할 여지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러시아 밀착 행보나 군사력 증강이 중국 입장에서 마땅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북-중 관계는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기복이 있었고 러시아가 중국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양국 관계의 회복은 시간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전통적인 북-중 관계의 근간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말입니다. 북한, 중국, 러시아 등 관련 3개국의 관계는 국제정치 상황변화에 따라 서로 주고받기식의 거래적 성격이 강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중국과 북한은 1당 지배체제로 통치권력의 생리가 비슷하고 한국전쟁 당시 중국군이 피를 흘려 북한을 방어해준 혈맹이기 때문에 두 국가 사이에 끈끈한 동류의식이 흐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현 시점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서 북한은 중국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중국은 북한과의 교류협력 중단같은 극단적인 방법은 최대한 미룬 채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현재 북-중 관계는 침체기에 있지만 결국 경제∙외교 분야의 협력이 강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