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선전선동원으로 전락한 북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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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악의 언론 탄압국으로 꼽히는 북한에도 신문 방송 통신 등 소위 유사 언론기관이여러 개 있습니다. 제가 북한의 언론매체를 언론이라는 말 대신 유사 언론기관이라고 표현한 것은 북한의 모든 매체는 언론이라는 가면을 쓴 노동당의 선전선동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언론기관은 모두 노동당과 정무원(정부)에 소속되어 있으며 당의 지시와 감독에 따라 움직이는 선전선동 조직으로 언론의 역할과 책무와는 무관합니다. 언론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당과 정부에 소속되지 않은 민간차원의 민영 언론은 존재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북한의 대표적인 선전매체로는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텔레비죤, 조선중앙통신 등 노동당 소속의 3대 매체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정무원(행정부)의 기관지인 ‘민주조선’, 사회주의로동청년동맹(사로청) 기관지 ‘노동청년’ 등 중앙지와 각 도당위원회에서 발행하는 11개 지방지가 있습니다. 이들 14개 일간지 외에도 공장 기업소가 발행하는 공장 신문과 각 대학 발행의 대학신문, 해외선전용 영자주간지인 평양타임스(The PyongYang Times)도 있습니다. TV방송으로는 조선중앙텔레비죤, 만수대TV와 대남방송인 개성TV 등 3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라디오방송은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대남선전용 음악방송인 평양FM방송, 노동당 비서국 통일전선부에서 관장하는 대남흑색선전방송 ‘구국의 소리’ 방송등이 있습니다. 중앙당 소속 라디오방송 외에도 원산·개성·남포·사리원 등 10개소의 지방방송국이 있고 10개의 유선방송, 200개의 군·구역방송, 4,300여 개의 방송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통신사로는 조선중앙통신사가 유일한데 국내외 모든 정보를 일괄 수집해 주로 외국을 대상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정치, 경제, 외교, 사회, 문화 모든 부문에 걸쳐 북한의 공식입장을 대변하는 북한의 중추적인 대외 선전매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북한은 ‘근로자’, ‘금일의 조선’ 등 분야별로 30여 종의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이들 잡지들도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침에 따라 발행되는 관영 언론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언론매체가 존재하지만 자유세계에서 말하는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언론매체는 단 하나도 없다고 외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언론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공산주의 언론관을 내세우며 인민 교육과 당과 정부의 정책 선전, 인민을 사회주의 건설에 동원하고 비판과 자아비판을 고무하는 데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어떤 형태의 언론매체이건 그 발행 또는 방송의 목적이 노동당의 정치선전 도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중요 기능인 국민의 알 권리 충족,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 기능은 완전히 배제되고 당과 김씨왕조체제를 보위하기 위한 선전선동 수단으로서만 기능해야 한다는 점을 못박은 것입니다. 때문에 북한 언론매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김씨 일가 찬양과 우상화 선전, 체제 우월성 선전에 매몰되어왔습니다. 북한 언론매체 그 어디에서도 국가기관 간부나 공무원의 오류를 비판하거나 사회적 이슈가 되는 대형 사건사고, 범죄 사건에 관한 보도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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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기관에 대한 통제와 장악력은 김정은 정권 출범 후 더욱 강화되어 북한주민들은 선전매체들의 보도를 전혀 믿지 않고 있습니다. 그 대신 외부세계의 언론, 즉 중국이나 남한의 언론보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언론자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중국의 언론조차도 북한에 비하면 훨씬 언론 본연의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 공무원들의 월권과 비리 행위도 자주 중국의 방송이나 신문의 보도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언론을 통해 비공식으로 전해지는 남한의 언론보도 내용에도 북한주민들은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한 인권단체가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50명의 응답자 전원이 북한에 있을 때 국내 및 국제 소식을 중국 장사꾼이나 중국 텔레비전 또는 남한 라디오방송과 외국 신문을 통해 들었다고 대답했습니다. 바깥세상의 소식에 목마른 북한 주민이 외부 언론을 접하거나 남한 방송을 청취하다 발각되면 반역자로 몰려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거나 심한 경우 총살에 처해진다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지금도 상당수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남한 라디오나 외국의 한국어 방송을 청취한다는 사실도 여러 탈북민들의 증언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45년 넘게 언론사의 기자로 일해왔습니다. 평생을 기자로 살아온 제 입장에서 북한 선전매체에서 일하는 기자들을 생각하면 연민(憐憫)의 정을 느낍니다. 북한의 기자들도 분명 젊은 시절에 언론인의 꿈을 안고 기자생활을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평생 기사다운 기사를 한 줄도 써보지 못 했을 것 입니다. 날이 새면 김씨 3대를 칭송하는 문장을 궁리해내야 하고 사실과 동떨어진 왜곡, 과장된 선전내용을 기사라고 내보내는 그들의 심적 고충이 어떨지 짐작이 갑니다. 북한에서 기자로 선발되었으면 상당한 지식층에 속할 텐데 평생 선전 문구나 작성해야 하는 북한 기자들에 대해 측은한 생각이 듭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