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북한의 종교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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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구상에서 최악의 종교탄압국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외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1948년 북한정권 수립 이후 일체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으며 유물사관을 내세우고 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종교를 미신으로 규정하고 미국 제국주의 침략의 도구라며 어떤 형태의 종교에도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 대신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 신격화를 통해서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초월적인 능력의 소유자, 영생하는 존재로 각인시키고 주민들에게 숭배하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김일성에 대한 신격화 작업은 지난 70년 동안 꾸준하고 집요하게 추진되었고 일반 주민들은 김일성을 하느님 또는 한울님이라고 부르면서 별다른 저항없이 김일성을 신인동체(神人同體)의 존재로 믿어왔습니다. 김일성, 김정일의 어린 시절 일화와 김일성의 독립운동 활동 등은 북한의 소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되었으며 각 가정마다 김일성 부자의 초상화 걸기, 주체사상 학습을 통해 어떤 종교의 교리보다 강력한 세뇌교육으로 북한주민들이 김일성을 신적인 존재로 믿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일성을 신과 동일시하는 북한에서 다른 종교가 발을 붙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세계 3대 종교 즉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중에서도 특히 기독교에 대해서 북한은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독교에서 강조하는 만인평등사상, 인권을 중시하는 인본주의(人本主義)와 사랑의 정신은 인민을 김일성 교조사상으로 옭아매고 인간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북한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눈엣가시와 같은 것입니다. 북한의 종교탄압, 특히 기독교인에 대한 가혹한 처벌은 북한이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한 독재국가로 지탄을 받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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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들어서면서 경제적 난관에 봉착한 북한은 한국과 미국 등 외국의 원조가 절실해졌습니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원조가 상당부분 종교단체와 연관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한 북한은 대외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평양에 교회당을 건립하고 전국의 사찰을 정비하는 등 종교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남북교류협상에서 남한 측이 종교단체 간 교류를 요구하자 북한은 조선불교도연맹,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조선가톨릭교협회,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 등 4개 종교단체를 급조해내고 남북종교단체간 교류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종교단체는 어디까지나 한국과 외부세계의 종교탄압 비난을 잠재우고 경제적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위장 종교단체에 불과했습니다. 북한 사찰의 스님이나 교회 목사들은 모두 노동당 선전선동부 소속으로 성직자로 위장한 선전요원들이었습니다. 그 후 남북관계가 악화되자 이들 종교단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 이들이 위장 종교단체였음을 증명해줍니다.

북한은 지금도 대외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지 소식통들과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종교를 당과 수령의 권위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구금, 고문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종교를 믿는 주민들을 노동교화형과 관리소(정치범 수용소)수감, 최고 사형에 이르는 등 무자비하게 처벌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한 인권단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는 기독교인 5만~7만 명이 수감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자국민의 종교활동을 가혹하게 처벌하는 한편 중국 변방지역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선교사들을 납치하거나 암살하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 납치된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는 지금까지 생사불명인 채 10년 넘게 북한에 억류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탈북민 대상 설문조사결과 북한에 1천 11건의 종교적 박해 사례가 있었고 이 중에는 126건의 처형과 94건의 실종 사건이 포함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같은 종교탄압사례를 근거로 유엔은 2001년부터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CPC)으로 지정했습니다. 북한 외에 유엔의 종교탄압국 명단에는 중국, 니카라과, 이란, 미얀마 등이 포함되었는데 중국은 기독교인들을 북한처럼 가혹한 처벌은 하지 않고 급속한 확산을 막기 위해 선교활동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나라들도 국교가 불교, 이슬람교이기 때문에 기독교를 제외한 다른 종교는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인에 대한 철저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북한에는 여전히 지하 교회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하에 숨어서 성경을 공부하는 북한의 기독교인들이 한국의 종교단체들에 성경을 보내달라는 요구를 최근까지도 하고 있다고 한국의 선교단체가 밝혔습니다. 한반도에 기독교가 전래된 지 120년이 넘었습니다. 기독교는 원래 중국 북경을 통해 북한지역에 맨 먼저 전래되었습니다. 때문에 평양을 비롯한 북한지역의 기독교 역사는 한국 기독교역사의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기독교 탄압에 앞장선 김일성은 역설적으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은 장로교 신자였고 외할아버지 강돈욱은 칠골교회 장로를 거쳐 목사가 되었습니다.

한국 기독교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북한에서 당국의 감시를 피해 목숨을 걸고 지하교회에 모여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습니다. 신앙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아무쪼록 북한 주민들이 마음 놓고 자신이 믿는 종교의 가르침에 따라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 바랍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