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보려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 네트워크의 이일우 사무국장과 함께합니다.
( 진행자 ) 북한이 3월 21일과 25일 '해일-1형' 으로 명명된 핵무인수중공격정 수중 발사 실험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핵 무인 수중 공격정이라는 이름이 담고 있는 표현만 4개입니다. 어떤 실험을 했다는 겁니까?
( 이일우 )북한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물속에서 핵탄두를 터트려 방사능 해일로 적을 쓸어 버리기 위해 해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해일-'1형'이라는 이름대로 '2형' '3형'의 후속 무기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핵무인수중공격정을 풀어보면, 첫번째 핵은 최근 북한이 공개한 <화산-31>이라는 전술 핵탄두를 탑재한다는 것이고, 무인은 잠수정이지만 말 그대로 사람이 타지 않은 자율주행 무기 라는 의미, 그리고 수중 공격정은 물 속에서 공격 임무를 수행한다는 겁니다.
개발 10년만에 선보인 해일-1형
( 이일우 ) 북한은 2012년 김정은 지시에 의해 개발을 시작했고, 2021년에 있었던 무기전시회 <자위-2021>에서 해일-1의 시제품을 김정은과 수뇌부에 보고했습니다. 이 무기가 처음으로 식별된 것은 2020년 5월 27일 상업용 위성 플래닛랩스가 북한 신포조선소 일대를 찍은 사진 속에서 16m 길이의 원통형 물체가 발견된 것입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서 봐도 해일-1형은 지름이 1~1.2m 정도에 길이는 14~16m 정도로 나오는데, 당시 신포에서 발견된 물체가 아마 해일-1형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해일-1형은 3월 21일 1차 발사 때 59시간 12분, 3월 25일 2차 발사 때 41시간 27분을 잠항해 최소 600km 이상을 이동했다고 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어뢰 보다 훨씬 느린 시속 10km 정도의 속도로 움직였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고속 성능보다는 장거리 항속능력과 수중 은밀성에 중점을 두고 설계됐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 이일우 ) 시속 10km 정도의 속도는 물살이 좀 쎌 때 해류보다 조금 빠른 정도인데, 해류와 방향을 맞춰 이 정도 속도로 잠항하면 표면에 캐비테이션 발생이 매우 적기 때문에 한미연합군의 잠수함 탐지 수단에 발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무인수중정은 일단 물속에 들어가면 외부와 데이터 통신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입력된 좌표로만 항해가 가능하고,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이동하는 미국 항모전단을 맞추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의 항모전단이 한국이나 일본의 항구에 입항해 있을 때를 노리거나, 사전에 훈련 해역으로 설정된 곳에 좌표를 맞춰놓고 이 핵공격정을 발사해 미국 항모전단을 공격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부산항이나 해안 원자력 발전소 같은 국가기간 시설을 공격하는데 사용 할 수도 있습니다.
건전지 끼우듯 증폭핵분열탄 탑재
( 진행자 ) 북한이 공개한 해일-1형의 위력은 어느 정도이고 이에 대한 한미전력의 대처 방안은 무엇인가요?
( 이일우 ) 북한이 공개한 해일-1형의 탄두에는 북한이 3월 28일 관영매체를 통해 실물을 보여줬던 화산-31 핵탄두 1발이 탑재됩니다. 이 핵탄두는 소형화됐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핵무기인지, 어느 정도 위력인지 공개되지 않습니다. 다만 북한은 과거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플루토늄, 우라늄을 사용한 핵무기 제조 기술을 확보 했고, 4차 핵실험 때는 증폭핵분열탄 기술을 적용한 신형 핵탄두 개발도 성공했기 때문에 이번 수중 드론에 탑재된 화산-31은 증폭핵분열탄 기술을 적용했을 것입니다.
증폭핵분열 기술은 원자폭탄 방식의 핵무기에 수소폭탄의 기술을 접목한 것입니다. 원자폭탄의 원리는 핵분열 물질을 기폭장치로 폭발시켜 핵분열을 유도하는 것인데요. 핵분열이 시작되면 원자핵은 작은 원자핵 2개와 중성자로 쪼개지며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여기서 나온 중성자가 다른 원자핵을 때려 또 핵분열을 일으키고 이 과정을 극히 짧은 시간에 반복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 이를 폭발력으로 쓰는 것이 원자폭탄입니다. 그러나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핵분열 반응 효율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리틀보이는 1.4% 전체 사용된 핵물질의 1.4% 정도밖에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증폭핵분열은 원자폭탄을 먼저 터트려 고에너지 플라즈마 상태를 만든 뒤, 이 플라즈마 상태에 들어간 삼중수소나 리튬6 같은 물질들의 핵융합 반응을 유도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량손실을 에너지로 전환해 이걸 다시 핵분열 물질의 핵분열 반응 효과를 극대화시키는데 쓰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핵분열 효율이 최대 40%까지 올라가고, 위력이 커집니다.
이런 방식의 핵폭탄은 보통 수십 킬로톤의 위력을 갖는데, 이걸 직접 해안 시설에 접촉시켜 핵폭발을 일으켜 공격할 수도 있고, 수중에서 터트려 해일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다만, 수중 폭발 때는 수심이 깊을수록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수심이 얕은 연안에서 터트려야 합니다. 연안 에서 터트릴 경우, 폭심지 주변의 수심에 따라 작게는 수십 미터, 높게는 100미터가 넘는 높이의 방사능 해일이 해안은 물론 연안 지역의 해군 함대도 초토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미연합훈련 중에도 고강도 도발 이유는 ?
( 진행자 ) 북한은 지난 3월 19일과 27일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3월 22일과 23일에는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을 이어갔습니다. 이 시기는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된 때인데, 과거에는 북한이 목소리만 과격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는데 올해는 양상이 다릅니다. 어떤 의도입니까?
( 이일우 )과거에는 한미연합훈련 시기에 과감한 도발을 하면 연합훈련차 한반도에 전개한 미군 전략자산에 얻어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자신감이 붙어 미국 전략자산 전개 시기에 맞춰 고강도 전략 도발을 하는 것입니다.
3월 19일에 발사한 미사일은 탄도미사일로 한미 양국에서는 KN-23 또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부르는 미사일의 개량형입니다. 800km를 비행해 목표 상공 800m에서 터트렸고, 이 미사일에도 앞서 소개한 해일-1형과 같은 화산-31 전술핵탄두가 탑재돼 있었습니다.
3월 27일 발사된 미사일도 탄도미사일로 한미 양국에서는 KN-24 또는 북한판 에이테킴스로 부르는 미사일로 370km를 비행해 마찬가지로 800m 고도에서 공중 폭발했는데, 여기도 화산-31 전술핵탄두가 탑재돼 있었습니다.
3월 19일 발사한 미사일은 평안북도 철산군에서 발사됐는데, 여기는 북중 접경지역으로 국경 너머에 있는 중국 북부전구 방공여단과 전투기들의 방공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3월 27일 미사일을 발사한 지역은 황해북도 중화군, 예전에는 평양의 일부였던 곳인데, 지금은 항공 및 반항공군의 최신 지대공 미사일인 번개-6호가 배치된 지역입니다. 즉,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 지점은 유사시 한미 양국이 도발 원점을 타격하기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3월 22일과 23일에는 각각 화살-1형과 화살-2형으로 명명된 순항미사일을 쏴서 1,500~1,800km 떨어진 곳의 목표를 맞췄습니다. 이 미사일 역시 공중폭발했으며 600m 고도에서 폭발. 미사일 발사 지점은 함경남도 함흥과 함경북도 김책이었는데, 이곳은 방공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한국군 조기경보기의 탐지 사각지대인 동해 공해상을 크게 우회해 한국 동남 해안 지역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3월 19일부터 실시된 일련의 훈련들이 핵타격 또는 핵반격 훈련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같은 시기 한국 동남 해역에 전개했거나 전개 예정이었던 미국의 항모전단과 강습상륙함 전단을 노린 것입니다.
니미츠에 있고 북한에 없는 것은 ?
( 진행자 ) 북한의 잇단 도발이 미 항모 니미츠함의 한반도 입항에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도 있는데요, 니미츠 함이 얼마나 북한에 위협적이라는 겁니까?

( 이일우 ) 니미츠 항공모함은 길이 332m, 폭 76m에 만재배수량이 11만톤에 달하는 초대형 항공모함으로 1척이 어지간한 중견국가의 공군력을 압도하는 전력을 가진 항공모함입니다. 이 항모가 얼마나 강력하냐면, 이 항모전단 하나를 잡으려면 중국 해군 전체 함대의 70%가 희생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입니다.
최대 90대의 각종 항공기를 싣지만, 평상시에는 전투기 30~40대, 조기경보기와 헬기 합쳐서 10대 정도 도합 50대 안팎을 싣고 다니는데, 이번에 전개한 니미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니미츠함에 탑재된 F/A-18E/F 슈퍼호넷 전투기는 미국이 보유한 대부분의 정밀유도무기를 운용 할 수 있고, 특히 B61 전술핵폭탄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 북한에게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무서운 전투기입니다.
지금 니미츠함에 스텔스기가 안 실려 있으니 위협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니미츠함에는 항상 최소 4대의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가 실려 있습니다. 그라울러는 강력한 전파 방해 장비, 재머를 탑재하고 북한의 레이더나 통신장비를 먹통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슈퍼호넷 전투기가 들어가기 전에 레이더와 통신장비를 먹통으로 만들고 다 정리해 놓기 때문에 스텔스기가 필요 없습니다.
니미츠를 호위하는 항모전단도 위력적임. 현재 니미츠 전단에는 이지스 순양함 벙커힐, 이지스 구축함 웨인 E. 메이어, 청훈, 디케이터, 폴 해밀턴이 배속돼 있는데, 이들은 신의 방패라 불리는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고 있는 세계 최강의 방공 전투함이자 모든 배가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토마호크 미사일을 갖추고 장거리 타격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 전단 자체가 북한에게는 대단히 위협적인 전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 진행자 )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과 함께 했습니다.
기사 작성 김진국,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