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미 해군참모총장도 “원더풀” 연발, 비궁에 시선 집중
(진행자 )하와이에서 미국 주도의 대규모 연합군사훈련, 'RIMPAC'이 한창입니다. 초대형 항공모함이나 최신 전투기와 미사일이 성능을 뽐내고 있는 이 자리에서 미 해군참모총장이 여러 차례 찾아가 참관할 정도로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무기가 있었다고요?
(이일우 )지금 미국 하와이에서는 미국과 한국, 일본 등 29개 국가에서 모인 2만 5천여 명의 병력이 참가하고 있는 대규모 연합훈련이 진행 중입니다. 매년 림팩 훈련에서 각국은 자국에서는 하지 못했던 각종 신무기 실사격 평가를 하면서 그 능력을 과시하곤 하는데, 이번 훈련에서 한국은 미국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신무기를 하나 가지고 갔습니다. 바로 '비궁'이라는 유도로켓입니다.

한국은 이번 림팩 훈련에 이지스 구축함과 다목적 구축함, 상륙함과 잠수함 등 다양한 전력을 보냈는데, 천자봉이라는 상륙함에 리사 프란체티 미 해군 참모총장이 두 차례 승선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두 번 모두 한국의 ‘비궁’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7월 12일에 실시된 이번 실험은 FCT, 해외무기비교실험이라는 이름으로 한미 양국 해군과 방산업체들이 협력해서 실시됐습니다. 한국 상륙함에 미국 텍스트론이라는 업체가 만든 무인 수상 보트를 싣고 바다로 나간 뒤, 상륙정에서 그 무인 수상 보트를 내려주고, 무인 수상 보트가 망망 대해에서 다른 무인 정찰기와 위성과 협력해 원격으로 ‘비궁’ 로켓을 발사하는 시나리오였습니다.
이번 실험에서 무인 수상 보트는 6발의 ‘비궁’ 로켓을 싣고 바다를 항해하다가 무인 정찰기가 발견한 가상 표적 정보를 위성 통신망으로 수신해 조준한 뒤, 유도로켓을 발사했습니다. 실전 상황에 거의 근접한 환경을 모사해서 실시된 실험에서 ‘비궁’ 로켓은 6발 발사, 6발 명중으로 100% 명중률을 기록하며 FCT 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실험은 미 해군 참모총장을 비롯해 미군 고위 간부들이 직접 헬기를 타고 날아와 참관할 정도로 미 해군의 관심이 컸는데, 이번 FCT 결과가 좋게 나와서 한국산 유도로켓 ‘비궁’이 미국에 수출될 가능성이 아주 커졌습니다.
가성비 갑 유도로켓 ‘비궁’에 미 해군 엄지척
(진행자 )미국은 대검부터 핵무기까지 모든 종류의 무기를 개발하고 제작한 몇 안 되는 나라입니다. 군사과학 기술이 가장 뛰어나고, 무기 제조 인프라도 뛰어난 나라인데, 왜 미국이 한국산 로켓을 도입하려 하는 것인가요?
(이일우) 이번에 '비궁' 유도로켓을 장착하고 실험에 동원된 무인수상정은 미국 텍스트론사의 CUSV라는 무인 보트입니다. 이 보트는 항구에서 직접 출항할 수도 있고, 상륙함이나 연안전투함에 실려 작전해역에 도착한 뒤 크레인으로 내려져 투입될 수도 있는데, 사람이 타지 않고 스스로 항해가 가능한 무인 보트입니다.

이 보트는 이번 실험 때 적용한 구성처럼 ‘비궁’ 유도로켓을 탑재할 수도 있고, 기관포탑을 달아 근접전을 수행할 수도 있고, 전자광학 또는 적외선 센서를 달아 정찰용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다기능 보트입니다. 미국은 이른바 유령함대 계획의 일환으로 이러한 소형 보트부터 중대형 규모까지 다양한 크기의 무인 선박을 도입하려고 하는데, ‘비궁’은 바로 이러한 무인 선박에 탑재될 핵심 타격 수단입니다.
비궁은 비수 비(匕), 활 궁(弓) 자를 쓰는 유도로켓으로 옛날에는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개발 사업을 진행했던 저가형 유도로켓인 Low-cOst Guided Imaging Rocket, 약칭 ‘로거’로 불리던 무기였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미국이 개발 사업에서 빠지고, 한국 독자 개발로 사업 방향이 틀어졌는데, 결국 한국이 이것을 완성해 비궁이라는 명칭으로 배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가지고 있던 미국은 사실 미 해군 전투함에 적이 가까이 접근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000년 예멘에서 이지스 구축함 ‘콜(USS Cole)’이 자폭 보트에 피격 당해 17명이 죽고 수십 명이 다치는 사건을 겪은 뒤, 소형 보트 공격에 대한 대응 수단이 요구되기 시작했습니다. 하푼과 같은 미사일은 너무 크고 비쌌고, 3인치나 5인치 함포로는 소형 보트를 맞추기 어려웠습니다. 급한 대로 군함 좌·우현에 기관포를 장착하고, 육군과 해병대가 사용하는 헬파이어 미사일을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됐지만, 너무 비싸다는 지적 때문에 결국 70mm 로켓, 일명 ‘히드라 로켓’에 유도장치를 달아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됐습니다.
이 사업의 산물이 APKWS라고 불리는 유도로켓이었습니다. 이 로켓은 비교적 성공해서 공격헬기와 전투기 등 다양한 플랫폼에 도입됐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레이저 유도 방식을 채택해 명중률은 우수했지만, 조준 단계부터 명중할 때까지 누군가가 표적에 계속 레이저 빔을 쏴주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시간이 보통 10~15초 정도 되는데, 이 시간은 유도로켓을 발사한 헬기나 항공기에게는 매우 취약한 시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쏠 때마다 레이저를 조준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에 1개의 표적만 공격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였고, 이렇게 제한된 성능을 갖고 있는데 가격은 1발에 4만 달러가 넘을 정도로 비쌌습니다. 고민하고 있던 미 해군의 눈에 한국의 ‘비궁’이 들어왔습니다. 이 비궁은 처음에는 레이저 유도 방식으로 개발됐지만, 나중에 영상적외선 유도 방식으로 바뀌었고, 그 덕분에 유도로켓이 날아가는 동안 레이저로 조준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개의 표적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군은 APKWS와 별개로 ‘비궁’ 도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비궁’ 미국 입성의 최고 조력자는 북한
(진행자 )미국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 무기, 한국군에서는 이미 사용하고 있는 무기입니다. 그런데 이 무기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요?
(이일우 )일단 용어 정리 먼저 하고 가야 합니다. '비궁'의 분류명이 '유도로켓'이라고 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유도로켓과 미사일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 현대에 와서 미사일과 유도로켓의 구분은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원형의 설계 단계부터 유도 기능을 넣은 것을 미사일, 유도 기능이 없는 로켓에 나중에 유도 장치를 넣은 것을 유도로켓이라 부릅니다.
사실상 미사일이나 다름없는 이 ‘비궁’도 처음에는 레이저 유도가 검토됐습니다. 그러나 한국군에서 이 유도로켓은 육군이 아닌 해군과 해병대가 개발을 요구했기 때문에 해상에서는 레이저 유도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 때문에 유도방식이 변경됐습니다.

한국 해군과 해병대가 비궁과 같은 유도로켓을 요구한 이유는 북한 때문입니다. 비궁이 개발되던 시기, 북한은 이른바 공방급이라는 공기부양정을 대량으로 생산해 황해도 지역에 전진배치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해군과 해병대 입장에서는 서해 연평도나 백령도와 같은 서북 도서 지역에 북한 특수부대가 대량의 공기부양정을 타고 내려오는 상황에 대비해야 했습니다.
북한에는 공기부양정뿐만 아니라 소형 고속정이나 경비정도 많습니다. 한국해군은 하푼이나 해성과 같은 함대함 미사일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소형 함정에 대해 이런 미사일은 적합한 무기가 아닙니다. 1발에 10~20억 원이나 하는 비싼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런 미사일은 수 천톤 정도 되는 대형 군함을 상대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 작은 표적 공격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한국은 작고 빠른 소형 함정들이 대량으로 밀고 내려오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값싸고 날쌘 유도무기를 요구했고, ‘비궁’도 이러한 요구조건들을 맞추는 방향으로 설계됩니다.
비궁은 기존의 표준 70mm 로켓을 그대로 사용하되, 여기에 유도장치를 결합한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유도장치는 GPS 위성항법과 관성유도, 여기에 열영상 유도장치를 복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목표물의 대략적인 위치를 위성좌표로 입력해 발사한 뒤, 유도로켓이 목표물 인근에서 열영상장치를 사용해 사전에 입력된 표적의 적외선 형상을 탐색해 목표물을 찾고 돌입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은 명중률이 아주 높고, 플레어 같은 적외선 기만책에도 강합니다. 무엇보다 발사 직전에 표적 정보를 입력하고 쏘기만 하면 유도로켓이 알아서 명중하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개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 해병대에 배치된 ‘비궁’은 20연장 발사기 2개가 5톤 트럭에 탑재된 형태로 운용되고 있는데, 이는 이 차량 1대가 한번에 40개의 표적을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한국은 서북도서 지역의 구형 전차 활용 해안포 대신 이 ‘비궁’을 배치하고 있는데, 해안에 배치된 이 몇 대의 ‘비궁’ 발사차량만으로도 수백 척의 북한 공기부양정과 소형 보트들의 접근을 막아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비궁’이 이처럼 독보적인 성능으로 개발될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위협 조건을 일찌감치 만들어 한국군의 요구성능 설정에 영향을 준 북한 덕분입니다.
To 김정은, 멈출 수 없는 악몽의 지옥문이 열린다
(진행자 )비궁이 미국에 도입되면 이것을 탑재하고 운용하는 무기도 늘어날 것이고, 한국군도 도입을 더욱 확대할 것 같습니다. 이 비궁, 중국 드론들에도 위협적이지만 북한에게는 특히나 더 위협적인 무기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활약할까요?
(이일우) 북한은 공방급 공기부양정, 남포급 공기부양정을 동해와 서해 양쪽에 200~300척 이상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기부양정은 빠른 속도를 이용해 한국군의 대함 저지선을 돌파하고, 도서나 연안 지역에 특수부대 병력을 상륙시키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비궁이 배치되면서 이런 특수부대 침투가 불가능해지게 됐습니다.
비궁의 최대 장점은 다른 미사일 무장과 달리 아주 작고 가볍다는 점입니다. 소형 헬기에도 탑재가 가능한 70mm 로켓 포드에서 발사되고, 조준 장비도 단순하기 때문에 트럭은 물론, 군함이나 일반 범용 헬기에도 장착해 운용하기 쉽습니다. 헬파이어 미사일이 1발에 15만 달러가 넘는 것과 달리 비궁은 1발에 2만 5천 달러 수준이어서 대량 배치, 대량 사용도 용이합니다.
현재는 주로 북한 공기부양정에 대비한 해안 방어용으로 운용되고 있지만, 이 비궁이 한국형 무장헬기나 공격헬기, KA-1 전선항공통제기와 같은 항공기에 탑재될 경우, 이 헬기와 KA-1은 방공 무장이 형편없는 북한 해군 수상전단에 말 그대로 저승사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군이 운용 중인 아파치 공격헬기의 경우, 19발들이 로켓 포드를 최대 4개까지 탑재할 수 있는데, 아파치 헬기에 76발의 비궁을 달고 백령도나 연평도에 배치할 경우, 단 1대의 헬기로도 황해남도에 있는 북한 해군 제7전대나 제8전대 소형 전투함들에 궤멸적인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비궁을 평가한 미 해군이 비궁을 도입해 무인 전투함에 대량으로 적용할 경우, 향후 대만 인근 해역에서 벌어질 중국과의 무인 함정 전투에서 주력 무기로 운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이 비궁과 유사한 성능, 가격을 갖춘 무기는 서방 세계에 없기 때문에 이번 미국 진출 이슈를 기회로 한국의 비궁이 북한 해군 킬러에서 중국, 중동 불량국가 무인 수상정 킬러로 성장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