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꼼수 넘어 비윤리로 무장한, 북 ‘샘물트럭 방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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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배달입니다” 생수 트럭에 웬 방사포?

( 진행자 ) 북한이 정권수립기념일인 지난 9월 9일, 이른바 민방위 무력 열병식을 거행했다. 이날 행사에서 대단히 이상하고 특이한 무기가 공개됐다고요?

( 이일우 ) 지난 7월 27일 전승절 기념 열병식을 대규모로 거행한 후 44일 만에 준군사조직 열병식을 한 것입니다.

북한은 2021년에도 로농적위군과 사회안전군을 동원해 민간 및 안전 무력 열병식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사회안전군을 빼고 노농적위군만 동원해서 열병식을 했습니다. 노농적위군은 북한의 준군사 조직으로 17세부터 60세 남성, 17세부터 30세의 미혼여성으로 구성되는데, 대부분 학교, 기업소, 행정단위에 따라 편성되기 때문에 사실상 군인이나 안전원, 보위원이 아닌 성인 남성 대부분이 편성됩니다.

원래 이 조직은 로농적위대라는 명칭이었지만, 2010년 로농적위군이라는 별도의 군종으로 승격 했는데, 이는 이 조직이 더는 준군사조직이 아니라 군사조직이자 육해공군과 마찬가지로 독립 군종의 영역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준군사조직은 소총이나 기관총 정도의 경무장 보병들로 구성되는데, 독립 군종으로 확대된 이후 북한은 로농적위군에 야포와 방사포, 장갑차 같은 중장비를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열병식에는 트럭에 탑재된 ‘화승총’, 과거 소련의 SA-16을 복제한 지대공 미사일이 등장 했고, 북한이 자체 개발한 ‘불새-5형’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한 트랙터와 트럭들이 등장. 여기에 트럭으로 견인되는 37mm 고사포와 57mm 고사포도 등장했는데, 준군사조직에 이 정도 중장비를 배치하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가장 주목되는 무기는 ‘룡악산샘물’이라는 생수 운반 트럭으로 위장한 방사포, 시멘트 포대를 실은 것으로 위장한 덤프트럭 위장형 방사포임. 북한은 이 방사포들을 ‘위장방사포병 구분대’라고 불렀습니다.

이번에 등장한 차량들은 중국 시노트럭과 합작으로 제작한 상용 트럭들을 개조해 방사포를 얹은 것인데, 생수 운반 트럭으로 위장한 차량에는 122mm 방사포 12발, 덤프트럭으로 위장한 차량에는 240mm 방사포 12발이 설치됐습니다. 탑승자들도 모두 군복이 아닌 작업복 차림이었는데, 발사기를 닫고 가만히 있으면 이것이 무기인지 민간 장비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돼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북의 노림수 : 비윤리적이지만 '정치적 고성능' 적극 활용

( 진행자 )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방식의 위장 방사포들은 거대한 방사포가 트럭에 고정돼 있어 평시에는 일반 상용 차량으로 운용이 불가능할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무기들은 평시에는 이 장비들을 보유한 부대 주차장에 방치돼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런 비효율적인 무기를 왜 만들었나요?

( 이일우 )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은 로농적위대를 로농적위군이라는 독립 군종으로 만들면서, 사실상 정규군에 근접한 무장 조직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그런데 이 무장조직은 학교, 직장, 농장이나 행정 단위별로 편성되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모두 민간인입니다.

국제법으로 받아들여지는 강제력 있는 국제 협약으로 제네바협약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제네바 협약은 단일 협약이 아니라 80년이 넘는 시차를 두고 만들어진 제1협약부터 제4협약까지 4개의 협약이 있는데, 북한은 이 4개 협약을 모두 비준한 나라임. 이 중 제4협약은 제2차 세계 대전 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시 민간인에 대한 보호 의무를 담고 있습니다.

총력전 체제로 치러진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은 일반 민간인들에게 무기를 쥐어주고 사실상의 자살 돌격을 요구했습니다. 민간인들을 전투에 투입해 엄청난 사상자가 나오게 만들었고, 반대로 전투 행위에 참가하지 않은 죄 없는 비무장 민간인들이 전투 행위에 말려들어 억울한 희생을 당했음. 국제사회에는 이 야만적이고 비이성적인 전시 민간인 대상 범죄에 대한 반성으로 1949년에 미국과 소련은 물론 거의 모든 나라가 참가해 제4협약을 만들었습니다.

제4협약이 만들어지면서 이제 전쟁은 군인 대 군인 간의 적대 행위로 그 범위가 좁혀졌습니다. 민간인은 적극적으로 적대 행위에 참여했다는 증거가 확보되지 않는 한 보호 대상이 되는데,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이 점을 노려 교란전을 벌였습니다. 군복을 입지 않으면 전투원인지 비전투원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사복을 입힌 전투원에게 무기를 쥐어주고 적대 행위를 한 다음, 그 전투원이 죽으면 상대방이 무고한 민간인을 죽였다고 선전전을 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월남전 당시 AP 통신 기자가 이른바 ‘사이공식 처형’이라고 해서 보도해 퓰리처상까지 받은 사건입니다. 사진에는 손이 묶여 있는 민간인을 월남군인이 머리에 권총을 쏴 살해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는데, 공산권은 이 사진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미군 철수와 종전을 주장해 엄청난 반전 여론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사실 사진 속에서 권총을 쏜 인물은 베트남 경찰 국장이었고, 처형된 인물은 사복을 입고 남베트남에 침투해 수많은 민간인을 암살하고, 수십 명의 여성을 강간하고 강도짓을 저지른 베트콩 암살대장이었습니다. 권총으로 처형되기 직전, 그는 가족이 남베트남군이라는 이유로 많은 여성과 어린이를 살해해 체포된 상태였고, 전시법에 따라 즉결처분된 것이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이 장면을 무도한 남베트남군이 죄 없는 주민을 잔인하게 살해한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바라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 위장 방사포들은 대단히 위협적인 살상무기인 방사포를 싣고 있지만, 겉에서 보면 민간 트럭이고, 탑승자들도 모두 작업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이 방사포로 한국군과 미군을 공격하고, 역으로 공격 받아 이들이 죽으면 한미 연합군이 무고한 민간인을 죽였다며 선전할 것입니다. 무기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인 무기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대단히 가치 있는 선전무기입니다.

‘비윤리 위장’ 무기를 실전 배치 단 2나라: 중국,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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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제 컨테이너 미사일: Club-K System. /사진 출처 :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 Morinformsystem (user)

( 진행자 ) 그런데 이런 무기들을 만들고 있는 것이 북한 하나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어느 나라에서 비슷한 무기가 나오고 있고, 그 나라들은 도대체 왜 그런 무기를 만드는 것인가요?

( 이일우 ) 민간 차량이나 컨테이너 등으로 위장한 무기를 제작해 배치한 '원조'는 러시아입니다. 러시아는 지난 2012년 방산전시회 때 일반 상업용 컨테이너 내부에 탑재하는 대함 미사일 발사 장치를 개발해 공개했음. 일명 '클럽-K'로 불리는 위장 미사일 발사 시스템인데, 컨테이너선이나 부두, 화물 야적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20피트, 40피트 규격의 표준 컨테이너 내부에 미사일 발사기와 통제소, 레이더 등을 숨겨놓은 모델입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미사일은 ‘클럽’이라는 대함 미사일이 기본이고, 사용자 요구에 따라서 다른 무장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외부에서 보면 상용 컨테이너와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민간 상선에 실어 적국 해군기지 인근까지 접근한 뒤 기습 발사해 공격하는 전술을 구사할 수도 있고, 육상에서 트레일러 차량으로 실어 목표물 인근까지 다가간 뒤 해군기지에 정박한 군함이나 해상, 지상 표적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가 이런 무기를 개발하자, 불법 복제 분야에서는 자타공인 최고 국가인 중국도 유사한 무기를 개발했습니다. 중국에는 러시아의 클럽 미사일을 복제한 YJ-18이라는 미사일이 있는데, 이 미사일을 똑같이 컨테이너에 설치한 무기가 2016년 주하이 에어쇼에서 공개됐습니다. 중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북한처럼 122mm, 300mm 로켓 등 방사포를 얹은 파생형도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러시아의 ’클럽-K’가 실용화되지 않았다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의 이 위장 컨테이너 미사일 발사 시스템은 실제 양산돼 중국군은 물론, 중국의 관영 해적 집단인 해상민병에도 배치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해상민병은 소형 어선은 물론 중대형 트롤어선과 컨테이너선 등 다양한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선박들은 민간 선박으로 위장하고 있다가 유사시 미군이나 대만군 군함 근처에서 미사일과 방사포를 날리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중국이 이런 무기를 배치 하는 이유도 북한과 마찬가지임. 미국이 미사일을 발사한 중국 상선을 찾아 격침시키면, 중국은 미국이 무고한 중국 민간인을 죽였다고 비난할 것입니다.

이런 무기는 주로 전체주의 독재 국가에서 ‘기습 공격’과 ‘선전전’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만들 어지는데, 현재까지 이런 무기를 실용화해 실전에 배치한 나라는 북한, 중국, 이란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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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제 컨테이너 위장 무기 : SR-5 Container Rocket system /사진 출처 : 중국 국영 북방공업공사

미국도 최근 표준 컨테이너 규격의 플랫폼에 미사일 발사기를 내장한 신형 무기를 만들기는 했지만, 이 무기들은 군용 도색을 하고 있고, 탑재 플랫폼이 해군 선박과 상륙함으로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그 목적과 운용 성격이 앞서 언급한 독재 국가들과 완전히 다릅니다.

민간인 내세운 인질성 범죄 무기 퇴치에 국제사회 나서야

( 진행자 ) 민간 위장 무기는 군사 무기로서, 그리고 선전전 수단으로서 그 효용성은 충분하지만, 이러한 무기들이 확산되면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요?

( 이일우 ) 베트남 전쟁 당시 수많은 베트남 민간인들이 죽은 것은 공산 전체주의 세력이 민간인들을 방패로 삼아 그 속에 들어갔기 때문임. 죽임을 당한 사람들은 억울하겠지만, 그 반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수많은 민간인들 사이에 총을 들고 숨어 있는 공산 테러리스트들이 있는 것은 확실한데, 살려 보내면 언제 뒤통수에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고, 누가 민간인이고 누가 숨어있는 테러 리스트인지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양민 학살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과거 소련이 그랬고 중국의 모택동이 그랬던 것처럼 공산·전체주의는 사람을 존엄성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그저 수단으로 인식함. 중국에서 인민전쟁이라는 개념이 나오고, 북한에서 총폭탄정신이라는 개념이 나온 이유가 사람을 그저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민간인으로 위장한 북한의 신형 무기들도 민간인을 방패로 삼아 자신의 정치적, 군사적 목적을 달성 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임. 이런 무기들이 많아지면 전시 한국군이나 미군은 뭐가 진짜 생수 운반차고 뭐가 방사포인지 고민하고 확인하기 전에 방아쇠부터 당기고 볼 것입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진짜 민간인들입니다. 다시 말해 이런 무기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제2의 베트남 양민학살, 제2의 4.3 사건과 같은 민간인 학살 사건들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민간인을 공격하는 행위도 국제법 위반이지만, 민간인을 공격하게끔 유도하는, 다시 말해 민간인을 인질로 삼는 것은 앞서 말한 제네바협약 제4협약 위반이고, 협약 비준국 여부를 떠나 로마규정에 의거해 무조건 국제형사재판소 에 회부되는 전쟁범죄 행위입니다. 국제사회는 민간 위장 무기를 만들고, 보급해서 유사시 민간인 희생 가능성을 높이는 불량 국가들의 평시 전쟁범죄 예비 행위를 비판하고, 이를 막기 위한 강제력 있는 제재 조치와 강도 높은 처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