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북 탄약 1천 만발과 러 전투기 거래의 비밀

0:00 / 0:00

(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북 무기 공급 , 우크라 전쟁 판세 흔든다

( 진행자 ) 북·러 정상회담이 두 달 정도 지났고, 북한의 탄약과 무기가 러시아에 반입되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무기 공급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진단해보죠.

( 진행자 ) 지난 6월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 작전을 시작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올렸잖아요?

( 이일우 )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6월부터 남부전선을 중심으로 반격작전을 시작했을 때 가장 고민했던 것이 바로 화력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에서 지원 받은 고기동 다연장 로켓 발사기, HIMARS 인수 이후 최전선의 적 병력과 장비 대신 전선 후방의 러시아군 탄약 집적소와 물류창고를 공격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러시아군 물류 체계는 철도에 대한 의존도가 대단히 높습니다. 일단 철도로 물류 허브 역할을 하는 기차역까지 물자를 보낸 뒤, 각 부대에서 보낸 트럭에 수작업으로 탄약을 실어 보급해주는 방식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집중 공격하면서 6월부터 러시아는 화력에서 크게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518aaeb0-4b89-11ee-9b58-cb80889117a8.jpg
지난 8월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연합

각 물류 거점에는 엄청난 양의 탄약이 몰렸는데, 몰릴 때마다 우크라이나군이 장거리 포병으로 이곳을 공격해 파괴하니 러시아군의 탄약 재고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탄약 재고가 떨어져 포격을 못 하는 러시아군을 일방적으로 사냥하기 시작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 추산으로 2022년 2월 24일 개전 당일부터 우크라이나군 반격이 시작된 6월 직전인 5월 31일까지 약 15개월 간 러시아군의 야포 피해는 3,470여 문, 다연장로켓은 575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6월 반격 시작 후 5개월 간 러시아군은 야포 3,900여 문, 다연장로켓 300여 문을 상실했습니다.

러시아는 152mm급 주력 야포를 대부분 잃고, 소련 시절 대량으로 사용하던 구형 122mm 야포를 꺼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야포는 사거리도 짧고 위력도 약해 우크라이나군 상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북 포탄 1천 만발, 10월을 쏘다

( 진행자 ) 그런데 북한이 포탄을 공급하기 시작한 10월부터 전선에 큰 변화가 오기 시작 했다고요?

( 이일우 ) 현재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네츠크주에 아우디우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은 도네츠크의 주도인 도네츠크시 바로 위에 붙어 있는 곳이고, 도네츠크시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 지형이어서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곳인데, 러시아는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이곳을 함락시키지 못했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우디우카 마을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10월, 북한제 탄약이 대량으로 반입되기 시작하면서 러시아는 아우디우카 일대의 포병 사격량을 급격하게 늘리기 시작했고, 이곳의 우크라이나군 방어선에 큰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 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의 국회 정보위 백브리핑 자료를 보면, 북한이 러시아에 넘긴 포탄의 양은 1천 만 발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일선 러시아군의 반응을 보면, 북한제 탄약은 그리 믿을 만한 신뢰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물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일단 쏘고 본다고 합니다. 이러한 화력전 때문에 러시아는 아우디우카 전선에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고, 우크라이나군은 이곳 방어를 위해 남부전선에 있던 전략예비 부대들을 급히 투입해 사실상 공세 작전을 중단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6월부터 10월 초까지 우크라이나가 공세, 러시아가 수세 입장이었다면, 북한 탄약 대량 반입을 계기로 다시 공수가 바뀐 상황이 됐습니다.

북 미사일까지 유라시아 횡단 중

( 진행자 ) 북한이 정말 엄청난 양의 탄약을 러시아에 넘긴 것 같은데, 북한이 넘긴 군수품이 탄약 말고도 더 있다고요?

( 이일우 ) 러시아 인권단체 '굴라구'가 러시아 국방부 내부 자료를 통해 확인한 러시아의 북한제 무기 수입 품목은 포병용 탄약 외에도 전차포탄, 방사포, 야포, 각종 총기류와 박격포, 대전차 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등입니다. 총기류와 탄약, 미사일은 박스 포장되어 지붕이 있는 유개화차에 실려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북한과 러시아를 오가고 있는 열차와 화물선 등을 통해 대량으로 공급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야포나 방사포 같은 대형 장비는 유개화차나 컨테이너에 실어 보낼 수 없기 때문에 수송 되는 장면이 외부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10월 28일, 러시아 극동 지역 아무르주 쉬마노프스카 역에서 북한제 야포가 화차에 실려 수송되고 있는 모습이 식별됐습니다.

6ab0afa2-1fbe-447a-9c8c-3b683aeee4db.jpeg
지난해 5월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리 77주년을 기념하는 승전 기념일에 러시아 보병 전투 차량이 붉은 광장에서 운전하고 있다. /Reuters

쉬마노프스카는 지난 9월 김정은이 방문했던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에서 북서쪽으로 약 47k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곳인데, 이곳은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통과하는 곳으로 북한과도 철도로 이어진 곳입니다. 당시 영상을 촬영한 역사 근무자들은 해당 열차가 북한에서 온 화물이라고 밝혔는데, 영상 속 야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로 북한이 대량 운용하고 있는 야포인 D-30 122mm 견인 곡사포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D-30은 북한군 보병사단 주력 화력지원 수단입니다. 북한 보병사단 포병연대에는 152mm 1개 대대, 122mm 3개 대대가 편제되어 있는데, D-30은 각 대대에 18문씩, 54문이 배치돼 북한군 전연 사단의 핵심 화력 투발 사단으로 운용되는 현용 장비입니다. 북한은 1970년대 후반부터 주요 포병 자산들의 생존성 증대를 위해 이 야포를 장갑차에 얹어 자주포로 운용하기 시작했는데, 일부는 이런 식으로 개조됐지만, 아직 상당수 부대는 견인곡사포 형태의 D-30을 그대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현용 장비인 D-30을 러시아에 넘긴 이유는 러시아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현용장비라는 점도 있지만, 한국이 전방사단의 포병여단 전력을 모두 155mm 자주포로 통일하면서 D-30을 교체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러시아가 북한에 전략무기 기술을 제공하기보다는 재래식 군사력의 현대화를 돕는 쪽으로 무기 공급 반대급부를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러시아 굴라구를 통해 확인된 정보에서도 같은 내용이 확인되고 있어 북한은 구형 무기와 탄약을 대거 처분하고, 대신 신형 무기를 대량 생산해 재래식 군사력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D-30 야포 러시아 수출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헌집 주고 새집 받는 북 무기고

( 진행자 ) 북한 재래식 군사력의 현대화, 상당히 무서운 말인데, 북한이 현용 무기를 러시아에 넘기고, 신형 장비로 대체해 군사력을 현대화한다는 것은 구형 장비를 대체할 새로운 무기가 있다는 말 인데, 그렇다면 북한이 D-30을 대체할 신형 포병 무기를 확보했다는 말인가요?

( 이일우 ) D-30은 한국군의 구형 105mm 곡사포와 같은 체급의 경량급 야포임. 위력도 약하고, 사거리도 짧음. 표준탄을 사용했을 때 사거리 15km, 사거리 연장탄을 사용했을 때 21km 정도밖에 타격할 수 없는 무기입니다. 이에 반해 한국군 일선 사단 포병의 155mm 곡사포는 기본탄을 쏘더라도 18km, 사거리 연장탄을 쓰면 50km까지 타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단포병 대 사단포병이 붙는 상황에서는 북한군이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사단포병 전력 현대화를 추진해 왔고, 2018년부터 주체107년식 155mm 자행곡사포라는 물건을 만들어 배치하기 시작 했습니다. 이 자주포는 중국군도 사용하는 155mm 규격의 신형 주포를 채택했고, 50 구경장 이상 되어 보이는 장포신을 채택해 사거리를 크게 연장했음. 북한이 공개한 사격 영상을 보면 사격 때 차체가 상당히 흔들리는데, 이는 이 야포가 높은 압력의 장약을 사용해 긴 사거리를 추구 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김정은의 10월 초 군수공장 현지지도 때도 관련 교시가 나왔고, 여러 북한 전문 매체들의 보도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의 국회 브리핑 자료를 보면 북한은 현재 전국 각지의 군수공장을 밤낮없이 돌리며 재래식 무기체계와 탄약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탄약의 경우 물량이 부족해 기존 탄약공장은 물론 일반 공장들도 생산량을 할당해 생산을 독려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이 9월 무기 판매 합의 후 한 달 만에 1천만 발을 러시아에 넘겼 다는 것입니다. 이는 신규생산분을 준 것이 아니라 기존에 보관 중인 구형 탄약을 넘겼다는 것이고, 이 구형 탄약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수공장을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자금과 원자재, 예를 들어 무기 생산을 위한 합금, 고출력 디젤엔진과 변속기 등을 공급 받아 신형 자주포와 같은 재래식 무기는 물론, 여기서 쓸 탄약도 대량으로 생산 중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신형 장비로 교체되는 대상은 D-30에 그치지 않을 것이고, 이번 거래를 계기로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은 상당 수준까지 현대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차고 넘치는 정황 : 러 최첨단 전투기, 북으로 간다

( 진행자 ) 이번 거래를 통해 북한군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가 이루어진다면 어느 분야에서 어느 정도 수준 까지 진행될 것이라고 보는가요?

( 이일우 ) 최근 우크라이나 지상군 총사령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상장이 러시아라는 비정상적인 국가를 상대로 소모전을 수행해 전쟁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자신의 실수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러시아는 광활한 국토와 엄청난 양의 자원을 가진 나라이고, 푸틴과 통합러시아당 독재 체제라는 비정상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통해 국력 대부분을 전쟁에 쏟아 부으며 엄청난 양의 무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량의 탄약과 포병장비를 넘겨 러시아의 급한 불을 꺼주는 대신, 점차 늘어나고 있는 러시아의 재래식 무기 생산량 증대의 떡고물을 받아먹을 것입니다.

bf704c56-a1c7-4863-894a-4e0b16bf4a6a.jpeg
러시아군 '미그(MiG)-31K' 전투기가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탑재한 채 비행하고 있다. /AP

최근 러시아가 급격히 생산을 늘리고 있는 분야는 전투기, 폭격기, 미사일과 같은 항공 장비들 부터 전차, 자주포, 중·소형 전투함과 잠수함 등입니다. 러시아는 이것들의 생산량을 확장하는 과정 에서 생산된 완성품이나 부품과 자재를 북한에 넘길 것이고, 북한은 이를 통해 오랫동안 중단 됐던 재래식 무기들을 상당 수준 현대화시킬 것입니다.

가장 우선적인 분야는 공군력이 될 것입니다. 지난 주 카자흐스탄 중고 전투기 도입도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 국정원 보고를 통해 북한이 러시아에 전투기와 여객기 운용 요원을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전투기는 최근 김정은이 보고 갔던 수호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30이나, 러시아에 대량의 재고가 있는 MIG-29 현대화 버전이 유력해 보이고, 여객기는 김정은의 낙후된 전용기 IL-62를 대체하기 위한 IL-96이 도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최근 800~2,000톤 미만의 소형 전투함에 대량의 미사일을 탑재한 중무장 전투함들도 여러 종류 선보이고 있는데, 관련 기술을 제공해 북한이 유사 모델을 건조할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거래를 계기로 내년 또는 내후년 북한 열병식과 무장장비전시회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무기들이 대거 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