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2025 코리아 디스카운트: 북은 식량난, 남은 탄핵
( 진행자 ) 정말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가고, 이제 2025년 새 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주 2024년 한 해를 돌아 보는 시간을 가지며 한반도 안보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온 중요한 해였다고 평가했는데, 2025년은 한국과 북한에게 어떤 해가 될 것으로 보나요?
( 이일우 ) 2025년은 육십갑자로 따지면 60년 만에 한번 돌아오는 을사년, 푸른 뱀의 해입니다. 60년 전인 1965년의 을사년은 대한민국이 일본과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해 외교관계를 회복하고, 베트남에 첫 전투병력을 파병하며 이 두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일본의 도움을 받아 급속도로 국력을 키우기 시작한 원년이었고, 북한은 이를 기회로 제2의 남침을 준비하며 중국에 파병을 요청했었던 도박의 해였습니다.
그 전의 을사년인 1905년은 미국과 일본 사이에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체결되고, 그 여파로 대한제국이 일본과 을사늑약을 체결해 국권을 강탈당한 치욕의 해였습니다. 이번 을사년도 한국, 북한이 국가 지도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해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 가을걷이 이후에도 전례 없는 수준의 식량 가격 폭등이 보고됐는데, 이것이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작황 문제라면, 북한은 올 가을 추수 전까지 대단히 심각한 식량난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대통령 탄핵의 혼란을 어떻게 마무리할지가 중요합니다. 새로운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한미동맹에 위기가 올 수도 있어서 건국 이래 전례 없는 군사적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고 전망됩니다.

<관련 기사>
[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F-15K 개량시 한반도 하늘에 일어날 일Opens in new window ]
[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북 폭풍군단 러 파병 댓가는 전략핵잠?Opens in new window ]
트럼프의 "우크라 전쟁 종식" 호엄장담, 실현될까?
( 진행자 ) 얼마 있으면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공언해 왔는데, 러시아에 무기와 병력을 보내고 큰 이익을 얻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전쟁 장기화를 바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전쟁, 과연 트럼프 당선인의 말처럼 금방 끝나게 될까요?
(이일우) 트럼프 당선인의 종전 구상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긴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4개 지역 탈환을 포기하고 종전 협상에 응하는 대신,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 지역에 한반도의 비무장 지대처럼 완충지대를 만들고, 여기에 유럽 국가들을 주축으로 구성한 평화유지군을 보내 평화를 유지 하자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제안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반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지난 3년 동안 엄청난 피해를 입으며 싸운 것이 헛수고가 되는 것은 물론, 당장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해집니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부다페스트 각서 때 한번 속은 것으로 충분하다”면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이 확정되기 전에는 트럼프의 종전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거듭 천명했습니다.
러시아 역시 크렘린 대변인의 입을 통해 NATO 군대가 러시아 코앞까지 진출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유럽군이 우크라이나에 들어올 경우, 러시아는 유럽군의 전술 미사일 사정권 안에 모스크바가 들어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크렘린은 또 이런 임시적인 휴전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제 무장을 갖추고 재무장하는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천명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끊어도 우크라이나는 동결된 러시아 해외 자금 수익금으로 매월 15억 달러 이상씩 현금을 지원받는 것은 물론, 유럽 여러 나라가 지속적인 군사 지원을 약속했고, 실제로 지난해 말 입법부에서 예산까지 통과시켜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최소 1년은 더 싸울 수 있는 상태입니다.
당연히 전쟁은 올해 말까지 계속될 수 있는데, 여기서 변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금껏 공개적으로 밝혔던 입장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를 무너뜨릴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러시아는 전쟁 장기화로 인해 경제가 그야말로 풍비박산 났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졌고, 농업과 공업에 투입할 노동자가 없어 현재 칼리닌그라드와 캄차카 등 일부 지역에 한정해 시행되고 있는 생필품 배급제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가두마 의원 입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전쟁을 더 끌면 러시아도 과거 소련처럼 붕괴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은 그걸 노리고 러시아를 더 압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최소한의 지원만 제공하고 전쟁 장기화를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아질 것이고,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무기 공급국으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받아온 각종 군사기술과 장비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술과 장비를 받아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2025 북한의 대외 협력 방향, 북에게 ‘이란’이란?
( 진행자 ) 지난 해 마지막 <한반도신무기대백과>에서 2024년을 신냉전 체제가 격화된 해로 평가했는데, "그렇다"라는 것은 북한-러시아 협력뿐만 아니라 북한과 중국, 북한과 이란의 협력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2025년, 북한의 대외 협력,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나요?
( 이일우 ) 2024년은 북한에게 기회의 창을 열어준 해이고, 2025년은 그 창을 더욱 키울 수 있는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입지는 더욱 강해질 것이고, 여기서 더 나아가 북한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북한 우방국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란입니다.
이란은 지금 매우 다급한 상황입니다. 지난 12월 8일, 이란과 매우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던 시리아의 알 아사드 대통령이 튀르키예가 지원한 반군에 의해 축출됐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이스라엘은 무려 800회 이상의 공습을 감행해 시리아 정부군이 보유했던 방공무기 대부분을 파괴했고, 여기에 더해 시리아에 주둔했던 러시아군도 대부분의 장비를 가지고 철수했습니다.
지도를 펴놓고 시리아의 위치를 보면 이라크와 함께 이스라엘과 이란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주는 것 을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은 이란의 동맹이었던 아사드 정부군의 전투기와 방공무기, 아사드 정권을 보호해주던 시리아 주둔 러시아군의 수호이 전투기와 S-400 같은 방공무기가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시리아 영공을 거쳐 이란으로 가는 길을 어느 정도 막아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사드 정권이 붕괴하고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시리아 하늘 길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됐습니다. 이는 이라크도 마찬가지인데, 이라크도 이스라엘 전투기를 저지할 방공무기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2월 18일에 UN에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대사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보유량 급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추가 제재를 해야 한다고 성토했고, 이란 대사는 즉각 추가 제재가 있으면 보복하겠다고 받아쳤습니다. 이때 옆에 있던 이스라엘 대사는 이란 국민들에게 이스라엘이 도울 테니 이란 국민들은 들고 일어나 이란 정권을 엎으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란 정권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고, 자신들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은 핵무기뿐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핵무기를 손에 넣으려면 외부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이란 역시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북한에게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24년에 한국은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이 심화되는 것을 막지 못해 북한이 러시아의 첨단 군사 기술이 북한으로 넘어갈 수 있는 협력체제가 만들어졌습니다. 2025년 한국은 북한의 대외 군사 협력이 이란과의 핵 협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력투구해야 합니다.

북 장시정포 대비하고 북·러 /북·이란 협력에 강력한 견제 나서야
( 진행자 ) 북한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굉장히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 같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역할이 커지면 커질수록, 한국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또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한 축으로써 역할을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일을 해야할 것 같은데, 2025년 한국은 안보 분야에서 어떤 것들을 가장 신경 써야 할까요?
( 이일우 ) 한반도 안과 한반도 밖 상황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먼저 한반도 안에서는 기존의 구형 장사 정포에서 전술탄도미사일 중심으로 바뀐 서울불바다 2.0 시대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전에서 검증된 새로운 방어 시스템 도입을 시급하고 진지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한반도 밖에서도 북러 협력, 북한-이란 협력이 더 강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공세적 외교와 정책을 펴야 합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민감한 군사기술을 넘길 경우 한국 역시 이에 상응하는 행동(우크라 직접 무기 지원 등)을 할 수 있음을 적극적으로 어필해 북러 협력을 약화시키는 한편으로, 미국, 이스라엘 등 우방과 협력해 북한과 이란의 군사 협력 확대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25년 을사년은 한국과 북한 모두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갈림길이 될 한 해이고, 특히 한국은 잘못된 결정을 할 경우 120년 전처럼 망국으로 갈 수도 있음을 명심하고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