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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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사투리와 방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남한 전역에서 사투리를 기반으로 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고 있고 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인터넷에서도 사투리가 인기 검색어로 오르고 있는데요. 북한 사투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다양한 무대에서 북한 사투리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민간 탈북민 정착지원단체인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에서는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도 열고 있습니다. 한국 가요의 노랫말을 북한 사투리로 바꿔 부르는, 어디에도 없는 노래자랑 경연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 담아봅니다.

[현장음] 참가 번호 3번~~ / 오호!!! (박수 소리) 아이고 예뻐라. 아이고 예뻐라…

남북의 이념과 문화 격차를 줄여보고자 마련된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 벌써 7번째 대회입니다. 남한 전역에서 다양한 분들이 지원했다는데요. 예선을 거쳐 본선 무대에 오른 팀은 모두 7개.

무대 위에 등장한 다음 참가자는 단체팀인데요. 팀원 7명이 붉은 저고리에 푸른 치마를 입고 머리엔 빨강 꽃을 달고 등장합니다. 꽃의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등장과 동시에 관객석에서는 감탄사가 터져 나옵니다. 어떤 노래를 들려줄까요?``

[현장음]안녕하세요. 저희는 여러분들의 웃음과 기쁨, 행복을 주기 위해서 대전에서 올라온 '백두한라' 팀입니다. 저희들이 준비한 곡은 박상철의 '무조건'입니다.

전주가 시작되면서 춤을 추기 시작하는 참가자들. 그러고 보니 마이크도 손에 없습니다. 핀을 달아 옷깃에 고정시켜 사용하는 소형 마이크를 사용하네요.

[현장음-노래] 동무 요구될 때 내를 오람매 아무 때나 뛰어갈겁둥. 한낮에도 좋소. 저녁에도 좋소. 아무 때나 뛰어갈겁둥~~

[인터뷰-허시안] 모르는 노래가 아니니까 계속 따라 하게 되는 거예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어요. 뭔가 단어는 다르지만 느껴지는 뉘앙스나 분위기에서 조금은 다 연결이 되어 있는 느낌이어서 막 생경한 느낌은 아니었고 오히려 신박하다? 저렇게도 바꿀 수 있구나 싶었어요. 북한에서도 지역마다 말이 다 다르더라고요.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가 다르듯이 다 다르구나… 신기했습니다.

익숙한 노래라서 객석에서도 따라 부르는데요. 북한 말로 바뀐 노랫말이 조금씩 다르지만 이게 바로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관객들의 환호와 힘찬 박수를 받은 참가 번호 3번, ‘백두한라’ 팀을 대기실에서 미리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7명의 구성원이 옹기종기 모여 있더라고요. 팀 이름에 대한 이야기부터 대회를 준비하면서 있었던 일화까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인터뷰-백두한라팀 대표] 저희는 대전에서 온 '백두한라' 팀입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평화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팀 이름을 '백두한라'라고 했습니다. 저희는 다 교회에 다니는데요. 북한이탈주민이고 여기에 한국분은 저기 권사님 한 분입니다. 그래서 남과 북이 하나가 된 팀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투리 노래자랑은 그냥 노래 실력으로만 겨루는 게 아닙니다. 북한 사투리로 개사를 잘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가장 중요한데요. 지역마다 사투리가 조금씩 다르기에 고향이 제각각인 경우 노랫말을 통일하는 것부터 난관일 수 있습니다.

‘백두한라’ 팀은 함경북도와 양강도 출신이 모이다 보니 두 지역의 사투리를 적절히 섞어서 개사했다고 하는데요. 고향 말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남한 정착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연스럽게 말투가 바뀌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을 준비하면서 잊었던 고향 말을 떠올리게 됐다고 하는데요. ‘백두한라’팀 대표의 경우 한국에 정착한 지 17년이 됐답니다. 그녀의 이야기, 좀 더 들어봅니다.

[인터뷰-백두한라팀 대표] '아! 이거는 우리가 뭐라고 하던가?' 그런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7명이 합치니까 다 나오더라고요. 서로서로가 아이디어 내서 개사했어요. 다 잊어 먹었는데 새록새록 나오는 단어가 있어요. 우리는 사랑이라는 말을 잘 안 썼잖아요? 그래서 '내 마음이, 내 맴이 너를 좋아하는 맴이다' 그 부분이 저는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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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수상자 한아름 씨가 열창을 하고 있다. /RFA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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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다양한 매력의 참가자들이 무대에 속속 오르는데요. 또 한 번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참가자가 등장합니다.

[현장음] 와!!! / 아이고! / 뭐야~ / 내래 노래 없으면 못하는 아바이입니다. 오늘 박구윤의 '낭기꾼' 한 번 불러 보갔습니다.

다섯 번째 참가자, 강원도 철원에서 온 주재학 씨인데요. 오늘 부를 노래가 ‘낭기꾼’, 남한 말로 ‘나무꾼’이라서 지게를 준비했답니다.

[현장음-주재학]노래도 물론 잘해야 되지만 (노래) 제목이 중요하잖아요. '나무꾼'으로 개사를 했는데 지계를 안 지고서 노래하면 의미가 없잖아요.

[현장음-노래] 내는요 동무의 사랑의 낭기꾼. 열 번 패서 안 넘어 감매. 백 번 천 번도 팰 수 있어. 내 옆에 동무만 있어주면 아무거나 다 할 수 있소.

지게 안에는 형형색색의 풍선이 들어 있는데요. 빨간색 풍선은 사랑을 의미하고 파란색 풍선은 인생을 의미한답니다. 지게에 우리가 함께 사는 삶을 담아왔다는 말에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지고 준비한 노래를 완벽히 마무리합니다.

계속해서 열띤 무대가 이어지고 어느덧 7번째 순서, 마지막 본선 참가자가 소개되는데요. 단아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현장음] (사회자) 자, 이제 마지막 일곱 번째 참가자입니다. 황윤옥 씨! / (황윤옥) 안녕하세요. 중랑구에서 잘 살고 있는 북한 아주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황윤옥 씨는 2019년에 발매된 문희옥의 ‘평행선’이라는 노래를 준비했는데요. 반주가 시작되자 태도가 돌변합니다.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무대를 종횡무진 움직이며 열창하는데요. 그녀의 노래, 잠시 들어보시죠.

[현장음-노래]나는 내 밖에 모르고. 너는 니 밖에 모르고. 기래서 니가 내는 똑같은 길을 걷지 두가달선. 나는 내 밖에 몰랐고. 너는 니 밖에 몰랐소. 기래서 니가 내는 못 만나지비~

본선 진출자 7팀의 열띤 무대가 끝나고 축하 무대가 진행되는 동안 심사위원들은 최종 점수를 집계하는데요. 축하공연이 끝난 직후 곧바로 시상식이 열립니다.

[현장음]장려상, 김복실! 축하드립니다~ / 장려상, 성명 김복실! 위 사람은 새조위에서 주최한 제7회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에서 위와 같은 성적으로 이 상장을 드립니다. 2024년 12월 14일 사단법인 새조위 상임 대표 신미녀, 공동대표 황정근. 상금으로 30만 원을 부상으로 드립니다.

장려상을 시작으로 인기상, 동상, 은상, 금상 순으로 시상이 진행되는데요. 대전에서 올라온 ‘백두한라’팀이 인기상을 수상했고 마지막 번호 7번 참가자 탈북민 황윤옥 씨가 동상을, 지게를 메고 온 주재하 씨가 은상을 그리고 영예의 대상은 한아름 씨가 차지했습니다.

-Closing Music-

[인터뷰]안녕하세요. 오늘 1등한 한아름입니다. 너무 좋은 시간이었고 앞으로 이런 기회가 있다면 저는 계속 도전하고 싶습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서 온 허시안입니다. 음악이라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말은 달라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구나 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됐고 이 계기를 통해서 북한 말에 대해서 조금 심도 있게 좀 살펴보는 그런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투리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은 넓어지고 남북은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현장이었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