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 ‘사사끼’로 친구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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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이맘때 가장 바쁜 사람들이 있습니다. 새 학년이 되는 학부모들, 특히 유치원을 졸업하고 오는 3월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첫 입학하는 엄마들은 바쁩니다. 준비할 것도, 가르칠 것도 뭐가 그리 많을까요?

그중에서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법을 알려주는 게 가장 중요하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친구들과도 어울리고 나와 맞는 친구를 만드는 법. 학교에서 또 인생을 살면서 우리가 배우는 가장 중요한 공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친구를 잘 사귀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친구가 되어가는 남북 청년들의 모습, <여기는 서울>에 담아봅니다.

[현장음]여러분 올라가면서… / 잠시만요. 번개가 쳤어요. / 우와! / 날씨가 오늘 되게.. / 어머! 비도 안오는데…

눈이 내렸다, 비가 내렸다 시시각각 변하는 궂은 날씨도 걸림돌이 되진 않습니다. 도시를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지은 ‘온도시’라는 이름으로 만난 남북 청년들인데요. ‘온도시’는 남북 청년들이 모이는 다양한 만남과 행사를 기획하는 작은 모임입니다.

행사가 기획되면 일정과 계획을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공유하고 그걸 보고 관심 있는 참여자들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참여자들은 행사마다 바뀌지만 ‘온도시’와 함께 따뜻한 도시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에서 ‘워머’라 불립니다.

모임 때마다 참가 신청을 받기 때문에 매번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운영진과 연락처만 주고받은 상태로 만나기 때문에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도 서로 알아보지 못하기도 하는데요.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입고 있는 옷이나 쓰고 있는 모자 등을 설명하며 서로를 찾습니다. 이렇게 처음 만나는데 친해질 수 있을까요?

남북 청년들이 첫 만남에도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는 비결

‘온도시’ 청년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처음 만난 사이라도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운영진들에게 그 비법, 들어봤습니다. 지예진 씨 그리고 현주빈 씨의 설명입니다.

[인터뷰]목적 없이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되는 게 저희 모임의 목표고 편안하게 교류할 수 있는 모임으로 스포츠를 선택했어요. 실제로 저희가 만나서 놀았을 때도 편견 없이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 가고 있어요. / '온도시'만의 매력은 남북 청년의 다양한 활동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청년들이 참여하고 싶은 모임이 되기 위한 기획을 하고 또 참여하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게 장점인 것 같습니다.

주로 ‘운동’을 함께 한다는데요. 몸으로 활동을 하다 보면 짧은 시간 안에 친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새해 들어 마련한 첫 만남에서는 전통놀이를 진행했는데요. 남한 놀이로는 제기차기와 투호 던지기를 북한 놀이로는 사사끼 게임을 준비했습니다. 모두 10명이 함께 하는데요. 게임은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는 법!

[현장음]해봐야 될 것 같아요. / 네, 맞아요. / 441이 이거는, 이게 제일 센 거예요? 이게 10보다 센 거예요? / 아니요. 이게 제일 세요. / 그 전에 얘가 센 건가요? / 3 3 3 이렇게 세 개 있는 애들보다 센 거예요. 얘 밑으로 얘랑, 얘랑 얘 밑으로 얘가 제일 세요. 돼지랑 999 이렇게 4개 있는 애보다 얘가 센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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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끼 게임 중인 남북 청년들 /RFA PHOTO

북한에서는 모이기만 하면 한다는 사사끼이지만 남한에서는 익숙하지 않은데요. 인터넷 검색을 해도 관련 자료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능숙하게 사사끼 게임을 설명하는 청년, 예상하셨겠지만 북한 출신 청년입니다.

[인터뷰]저는 온도시라는 남북 청년 단체에서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박수련이라고 하고요. 저는 이북 출신이다 보니 그전에는 그냥 '워머'로서, 참여자로서 활동하다가 온도시 운영진으로 작년 여름부터 합류하게 됐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다 보니 모임에 참여하고 싶어도 아는 모임이 없었어요. 남북하나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온도시'라는 단체를 알게 돼서 참여하다가 언니들이 같이 운영진으로 일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줘서 작년 8월부터 운영진으로 참여해요.

수련 씨는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한국에 온 지 올해로 5년이 됐답니다. 정착 초반부터 3년까지는 한국 생활이 무척이나 힘들었다고 하는데요. 온도시 활동은 아무런 연고도 없이 홀로 시작한 정착에 큰 힘이 됐다고 합니다. 수련 씨의 이야기, 좀 더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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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친해지고 싶고 한국 청년들이랑 교류는 하고 싶은데 내성적인 성격 탓에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한 3년 차 때까지는 그냥 거의 맨날 울고 집에서 혼자 약간 우울해하고 그랬었어요. 여러 모임에 한 번씩은 가봤는데 좀 맞지 않고 잘 안 나가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온도시는 달랐어요. 거기 참여하시는 분들이 저랑 뭔가 결도 맞는 것 같고 저한테는 좋게 느껴지고 좋게 다가왔거든요. 그렇게 한 번, 두 번 참가하다가 스태프로 함께 하게 됐어요. 사람이 좋아서 있게 됐던 것 같아요. 이끌고 나가는 운영진들이 너무 좋고요. 따뜻한 사람들이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뭔가 스며들 수 있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 매력 때문에 뭔가 저도 그냥 스며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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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끼 게임 /RFA PHOTO

수련 씨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해 준 모임이 ‘온도시’랍니다. 이제는 온도시 운영진의 한 사람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데요. 이번 사사끼 게임도 수련 씨가 주도적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다들 빠른 시간 내에 배우고 게임도 즐겁게 했는데, 수련 씨는 아직 아쉬움이 남는 모양입니다. 더 잘하고 싶고 앞으로 바람도 생겼다는데요, 뭘까요?

[인터뷰]제가 진짜 심하게 내성적이고 낯도 많이 가리고 해서 아직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 같지 않아요. 점점 시간이 흐르면 나아졌으면 좋겠고 계속 역할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사끼 게임 궁금해하시는 참여자분이 계셨는데 게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진행하게 됐는데요. 재밌었습니다. 남북 청년이 같이 북한 게임을 한다는 게 의미가 있었고 잘 배워서 나중에는 더 자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사사끼 게임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것은 북한에도 재미있는 게임이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으니까 조금 더 북한에 관심을 더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장음] 62, 62, 6, 2, 62 있어요. (주변 웃음) / 룰이 바뀐 줄 알았어요. / 잘못 됐나? / 너무 조용하다. (카드 소리) / 흑돼지로 잡을 수 있나요? 아니요. 돼지는 빨간 빨간… 잡을 수 있나요

시끌벅적, 쉴 틈 없이 계속 떠들던 그 청년들 맞나요? 게임이 진행될수록 말이 없어지고 고요해집니다. 진심으로 승부에 임하는 가운데 게임은 우승자를 가리기 위한 왕중왕전까지 이어집니다.

[현장음] (카드 낼 게) 없어요. 그냥 다 나가죠. (웃음) / Q.K 3개 낼 수 있죠? / 오~~~

남북 청년들 , 사사끼로 하나 되다!

우승을 놓쳐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지만 벌써 다음 기회를 노리는 청년이 있더라고요. 꾸준히 온도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29살 여소풍 씨입니다.

[인터뷰]규칙 중에서 10이라는 숫자와 그러니까 빨간색 검은색끼리 짝으로 이런 패를 가지고 있는 사람끼리 암묵적으로 한 팀이라는 룰이 있더라고요. 이게 굉장히 인상이 깊었는데요. 무조건 내가, 나 혼자만 살아서 나오는 게임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패를 토대로 상대방이 무슨 패를 갖고 있는 지 추측해서 같이 이기는 게임이라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머리도 많이 써야 되고 게임이 어려워서 제대로 하려면 여러 번 해봐야겠어요. 제가 승부욕이 있는 편이다 보니까 찾아서 또 해 볼 것 같습니다.

-Closing Music-

다음 사사끼 게임의 강력한 우승자 후보, 여소풍 씨의 말이었습니다.

눈 오는 하루를 투호 던지기로 시작해 사사끼로 마무리한 청년들 사이에 따뜻한 온기가 도는 것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차가운 도시를 따뜻하게 만든 청년들의 온기가 청취자 여러분께도 전해지길 바라면서 인사드립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