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음식을 나누면 마음이 커지고, 경험을 나누면 공감이 커지고, 꿈을 나누면 희망이 커집니다.
‘나도 힘들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있으니까’, ‘나의 작은 성의를 보태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또 커다란 힘이 됩니다.
마음을 나누어 더 크게 만들고 그것을 다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 담아봅니다.
[인터뷰]국물이 필요한 분들 계시면, 저기 라면이 있어요. / 네, 사골 라면과 매운 라면이 준비돼 있습니다. 저쪽에 뜨거운 물이 있으니까~
이곳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한 건물. 지난 2월 22일 토요일, 황금 같은 주말을 반납하고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정오도 되기 전에 모이기 시작하더니 두부밥, 인조고기밥 등 북한 음식부터 상에 오릅니다.
건물 입구에 있는 현수막에는 ‘오손도손 도시락 나눔’이라고 되어 있는데 도시락은 보이지 않고 테이블에 7-8명씩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상에 오른 음식으로 간단한 식사 중입니다. 오늘 이 자리, 어떤 모임일까요?
[인터뷰]안녕하세요. 유니시드의 나눔 팀장 김명희라고 합니다. 유니시드가 한 10년 동안 서울에 쪽방촌에 있는 어르신들한테 과일 도시락으로 나눔 해왔거든요. 좀 더 많은 지역의 취약계층이나 독거 어르신들에게 나눔을 해보고 싶어서 '사랑의 열매'라는 단체에 나눔 사업 신청을 했고 선정됐어요. 그런 지원으로 봉사를 경기도 지부로 확장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인천 지역에도 한 100가구 넘는 분들, 시흥 지역에도 한 100가구 넘는 어르신들 또 취약 계층에 과일 도시락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세 지역 봉사자가 모여서 서로가 알아가고 소개도 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025년, 유니시드의 도시락 나눔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인 건데요, 서울 지역, 인천 지역, 시흥 지역에서 각각 일부 구성원만 참여했는데도 50여 명이 됩니다.
‘올해는 더 넓게’… 통일봉사단 ‘유니시드’의 도시락 나눔 봉사
유니시드는 2014년, 탈북 청년 4명이 만든 단체인데요. 자신들이 받은 장학금으로 한 달에 한 번 서울역 노숙인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준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좋은 일은 소문이 빨리 퍼지나요? 단체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고 덩달아 지원 사업도 늘었습니다.
도시락 나눔도 점점 진화했습니다. 처음엔 북한 음식을 넣었지만 소외 계층 나눔 도시락에 북한 음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한식으로 변경됐고, 2019년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는 도시락이 아닌 반찬을 만들어 나눴습니다. 그러다가 2023년부터 한 끼 식사가 되는 도시락이 아니라 과일 도시락으로 바꿨습니다. 남한에는 워낙 많은 봉사 단체들이 있고 대부분 도시락과 반찬을 나누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챙겨 먹기 어려운 과일 도시락을 나누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안녕하세요. 유니시드의 대표 엄에스더입니다. 많이는 못 나눠 드리고 또 많이 나눠도 쪽방촌에 계신 분들은 보관도 어려우세요. 그래서 과일은 제철 과일로 다섯 가지 준비하는데 매번 조금씩 달라요. 그때그때 나오는 계절 과일로 하고 있어요. 오늘은 사과, 단감, 바나나, 샤인 머스켓, 천혜향…
계절이 오가는 것을 느끼기 어려운 사람들도 도시락에 든 과일을 보면 봄이 오고, 여름과 가을이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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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과일 도시락 나눔 활동을 하기 전, 조금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3월부터 나눔 활동을 새롭게 시작하는 인천 지역과 시흥 지역 봉사자들을 위해서 말이죠.
오손도손 , 알록달록 작은 도시락에 담은 희망
오리엔테이션이라고, 신입 사원이나 신입생 등 새로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환경 적응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는데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북한 음식으로 간단히 점심 식사부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다들 어느 정도 식사를 끝내고 난 뒤,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되는데요. 다른 지역 사람들과도 금방 친해질 수 있는 간단한 오락 활동입니다. 같은 탁자에 앉아 있는 사람끼리 한 팀이 되어 놀이하는데요. 역시 자원해 봉사를 하는 분들이라 참여도 적극적입니다.
[현장음]준비, 시작! / 으쌰으쌰. 하나. 으쌰으쌰 하나, 둘~~
팀별로 구호도 만들고 게임도 함께 하면서 금방 한 마음이 되는데요. 오락 시간에 준비된 놀이가 단순히 웃고 즐기자는 건 아니었습니다. 이것도 교육의 한 가지였네요.
[현장음]봉사 나가면 기본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는 거잖아요. 근데 이왕이면 거기에 웃음과 사랑을 같이 보태면 그 행복이 두, 세 배로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같이 가슴에서 같은 봉사자들끼리 '사랑합니다' 시작! / 사랑합니다~ / 좋아요.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웃음을 선물로 줍니다. 하트를.. 사랑합니다 하면서 여기서부터는 하하하하 하는 거에요. 사랑합니다. 하하하하 / 시작~~
게임 속에도 봉사자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한 것이 녹아 있습니다. 유니시드 엄에스더 대표의 말입니다.
[인터뷰]침목을 다지는 것 뿐 아니라 우리가 나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 이런 기회를 만든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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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는 '자원봉사'가 없다?
봉사 전문가의 강연도 이어집니다.
‘봉사’라는 말은 남북한에서 조금 다르게 사용됩니다. ‘국가, 사회 또는 남을 위해서 자기의 힘을 바쳐 씀’이 봉사의 사전적 의미인데요. 여기에 ‘자원’이라는 말이 붙으면 그런 일을 자기가 절로(스스로) 알아서, 대가 없이 한다는 뜻입니다. 남한에서는 ‘봉사’는 보통 ‘자원봉사’ 즉 ‘대가 없이 스스로 남을 돕는다’는 말의 줄임말처럼 사용됩니다.
북한에서 굳이 비슷한 것을 찾자면 ‘사회동원’일 것 같은데요. 같은 점은 자신의 노력을 대가 없이 바친다는 것이고 큰 차이는 자발성입니다. 남한에서는 불러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나가는 것이죠.
전문가가 전하는 자원봉사의 특성, 잠시 들어볼까요.
[현장음]자원봉사는 세 가지 특성이 갖고 있어요. 첫 번째, 가장 중요한 자발성. 두 번째는… 내가 김장해서 맛만 보는 수준이 아니라 남에게 '이만큼 갖고 가' 한다면 이것은 봉사다? 봉사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가 주의를 해야 돼요. 또 오늘 도시락 나눔을 해서 나도 이만큼 가지고 간다, 그러면 봉사일까요, 아닐까요? / 아니에요. / 맞습니다. 세 번째! 오늘 봉사활동을 다섯 시간 정도 했어요. 1시간에 최저임금 9,000원 정도를 책정한다고 봅시다. 그러면 우리 유니시드 엄에스더 대표가, 나갈 때 선생님들께 5 곱하기 9천 원, 4만 5천 원씩 나갈 때 드리면 봉사일까요, 아닐까요? / 아닙니다. / 아닌 겁니다. 그래서 자발성, 공익성, 무보수성. 이렇게 세 가지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봉사활동에도 예절이 필요하답니다.
[현장음] 자원봉사자의 예절은 유니시드에서 활동하는 기관과의 관계에서 자원봉사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되는 부분 그리고 담당자하고 소통을 잘 하셔야 되는 부분이 있고요. 대상과의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제 어르신들, 1인 가구를 만나게 되실 텐데요. 친절함, 예의, 배려로 대하셔야 됩니다.
-Closing Music-
수혜 대상자는 물론 봉사자들 간에도 존중해야 한다는 말로 기본 교육이 마무리되는데요.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3월부터 도시락 나눔 봉사를 시작하게 될 봉사자들은 어떨까요? 이날 연습 삼아 서울 지역의 도시락 나눔 활동에 직접 참여해 봤는데요.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전해드리겠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