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자유를 찾아온 공대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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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 짐 로저스는 세계 3대 투자자로 손꼽힙니다. 투자를 통해 엄청난 이익을 창출하기에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죠.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는데요. 다양한 정보를 접한다는 겁니다.

세 사람 중 짐 로저스의 저서에는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에 투자할 때 역시 다양한 경로에서 정보를 찾아보고 분석해야 비로소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나는 5개 국가에서 발행하는 다섯 가지 신문을 읽는다’

한 마디로 같은 정보라도 다양한 시각으로 듣고, 알아야 한다는 거죠. 이 말은 투자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더 넓은 세상에 대해, 정보를 찾고 부단히 노력해 꿈을 이루는 탈북 청년들, 서울에서 열린 한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그들의 얘기 들어봤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청년들의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오금혁) 탈북민들이 중국을 통해서, 제3국을 통해서 한국으로 많이들 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북한에서 라디오를 들어보니까 중국에서 탈북민을 강제 북송시킨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또 북한에 있을 때 책을 읽었는데 '현대 국제조약집' 이라는 책이었어요. 그 책을 읽어보니까 '정치적 망명을 선언하면 원하는 곳으로 보내줘야 한다' 이런 국제 조약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중국으로 가서 미국이나 한국 대사관으로 가서 망명을 선언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중국에 가면 경찰이 북송시킨다는 걸 알고 저는 바다를 통해서 배를 타고 노를 저어서 한국에 왔습니다.

배를 타고 한국에 왔다는 이 청년은 함경남도 출신의 오금혁 씨입니다. 여느 탈북민들처럼 목숨을 걸고 한국까지 오게 됐지만, 그 과정은 조금 다릅니다. 금혁 씨는 라디오를 듣고 책을 찾아 공부하며 탈북을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금혁 씨의 얘기 들어보죠.

(오금혁) 라디오를 들을 수 있었던 건 북한에서 제가 컴퓨터 분야에 관심이 있고 또 공대를 다닌 덕분이었어요. 전자공학 쪽으로 관심이 많아서 TV 같을 걸 수리했거든요. 북한에서는 라디오를 듣지 못하게 주파수를 다 고정해 놓는데 제가 자체적으로 다시 조립해서 들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책 같은 경우에는 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찾아보다가 접하게 됐습니다. '현대 국제 조약집'을 보게 된 계기는 한국까지 바닷길로 갈 생각이었기 때문이었어요. 공해가 어떤 건지, 전석 경제 수역이 뭔지, 영해가 뭔지 이런 것에 대해 모르잖아요. 또 어디까지 가야 자주권이 미치는 건지 그런 것도 몰라서 그 조약을 찾았는데 조약 중의 하나가 세계 인권 선언이었어요.

금혁 씨는 출신 성분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한국행을 결심했습니다. 정착 이후에는 북한과 다른, 한국의 교육환경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북한에서 전공했던 컴퓨터 공학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고 졸업 후엔 컴퓨터 언어와 프로그램 개발로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올해로 한국 정착 8년 차, 한 회사의 대표가 된 지는 이제 1년. 해 낸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시기인데요. 금혁 씨는 바쁜 시간을 쪼개 토크 콘서트에 참가했습니다.

(오금혁) 제가 한국에 와 보니까 잘 아는 사람들도 많지만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 살고 또 잘 정착해 가는데 일부 한국 사람들은 아직 북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남북 사회 통합을 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생각했고 약간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토크 콘서트에 참여하게 됐어요.

토크 콘서트 제목은 ‘자유를 찾아온 공대생, 스타트업 대표가 되다!’

금혁 씨의 이야기를 전하는 자리인데요. 이 자리에는 탈북민 유튜버 심하윤 씨와 남한 청년 임학선 씨도 함께했습니다. 남북통합문화센터 박근희 연구원의 말입니다

(박근희) 저희 프로그램은 세 분이 참가하십니다. 사회자, 탈북민 참가자, 그리고 남한 청년 참가자인데요. 남한 청년은 궁금한 점들을 솔직하게 물어볼 수 있는 역할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탈북민 개발자분께서 북한의 생활과 남한에서의 생활을 적당한 배분으로 말씀해주시는데요. 남북한의 생활을 모두 이해하고 알 수 있는 탈북민 패널 분이 같이 이제 사회자로 자리해주면 좋겠다는 생각과 남한 청년 참가자가 질문을 하거나 질문을 하는 거에도 같이 답변을 해 주고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해서 탈북민 사회자를 선정했습니다. 청년 참가자의 경우 메인 참가자와 관련된 직종에 종사한다거나 남한에서 관련 경력을 쌓고 있는 분들을 모시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 토크콘서트는 '자유를 찾아온 공대생 스타트업 대표가 되다'라는 제목으로 진행했기에 청년 참가자의 경우 남한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임학선 씨를 모셨습니다.

토크 콘서트에서는 금혁 씨의 탈북과 한국 정착 이야기, 특히 컴퓨터 공학과 진학과 학업을 시작으로 스타트업 기업을 창업하는 이야기가 이어졌는데요. 남한 청년 참가자로 함께한 임학선 씨는 기대 이상의 자리였다고 말합니다.

(임학선) 제가 관심 있는 분야를 좀 들어보고 싶어서 참여했는데요. 북한 관련 얘기도 많이 듣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처음에는 살아온 배경이 달라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희가 출신이 다르다고 해도 하는 일은 비슷하고 하고 싶은 게 같다 보니까 선배의 경험을 들으면서 많이 배우게 됐습니다. 제일 인상 깊었던 건 한국행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어떻게 처음 한국으로 넘어왔는지에 대한 얘기를 들었는데 며칠간 쪽배를 타고 바다를 넘어왔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아주 놀랐습니다.

사회자로 함께한 탈북민 유튜버 심하윤 씨는 금혁 씨의 탈북 계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라디오 방송과 책을 통해 한국행을 결심하고 바닷길을 따라 한국까지 온 금혁 씨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고요. 하윤 씨 역시 외부의 정보를 통해 한국행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하는데요. 그녀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심하윤) 저는 북한에서 안내 통역원으로 일했습니다. 외국인들 만나서 통역 서비스 제공하고 보내는 역할을 하죠. 일하면서 외국인들 많이 만나다 보면 '북한 너네 왜 이렇게 가난한지 아니'라고 얘기해줘요. 몰랐을 때는 '여기서 돈 많이 벌어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돈 벌어서 집도 사고 내가 어떻게든 살아야지' 이 정도에서 목표가 정해져요. 그런데 '너 같은 사람은 중국만 가면, 너희 같은 사람은 대한민국에 가서 돈 벌면 1년만 일해도 여기서 평생 일해서 벌 수 있는 돈을 번대' 이런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생각을 계속하게 돼요.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하면 이 땅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사회에 대한 불만이 터지고, 여기서부터 시작이 되는 거예요. 그런 정보가 없었으면, 축적된 정보가 없었으면 북한에서 못 나왔을 거예요. 제가 그냥 평범하게 농사를 짓고 평범한 다른 일을 했다면 외부 세계를 몰랐을 것이고 그랬으면 불만도 크게 없었을 것이고 북한을 빠져나갈 생각을 못 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알게 하는 게 되게 중요하다는 것을… 제가 탈북해 봐서 너무너무 뼈에 사무치게 느끼고 있거든요.

-Closing Music –

남한 사람들에게는 북한의 진짜 이야기를,

북한 사람들에게는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준 스타트업 대표 오금혁 씨와 유튜버 심하윤 씨!

두 사람은 오늘도 각자의 위치에서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누군가에겐 꿈이 되고 또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가 잘 전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