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매년 12월 10일은 ‘세계 인권의 날’입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세계 곳곳에서 정부는 물론 시민단체마다 인권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요. 북한인권단체 LINK(Liberty in North Kore)에서는 12월2일부터 11일까지 열흘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액션장마당’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행동’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액션’과 ‘장마당’을 더해 탄생한 이름, ‘액션 장마당’은 많은 사람의 교류를 원한다는 청년들의 마음을 담았다고 하네요. 20여 명의 청년들이 5개의 조직으로 나눠서 저마다의 색깔로 활동을 펼쳤는데요. <여기는 서울>에서는 스피치팀에서 기획한 토크콘서트 현장을 찾았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그 현장, 전해드립니다.
[여기는 서울] (현장음) 제가 이 앞에서 지금 '저는 북한에서 왔어요'를 얘기를 하지만 처음에는 북한 사람이라는 것을 얘기 안 하고 싶었어요. 왜냐면 '북한에서 온 강사예요' 라고 하면 북한에서 왔는데 무슨 강의를 해, 언어나 말투 이런 것들이 정말 어눌하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정말 열심히 배웠고~
지난 12월 5일, 성수동에 위치한 행사장에서 토크콘서트가 한창입니다. 오늘 연단에 선 사람은 윤미소 씨입니다. 양강도 출신으로 2013년에 남한에 정착한 미소 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외적 인상을 관리하고 창조해 주는 ‘이미지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컨설턴트’는 미소 씨가 북한에서부터 관심 있었던 미용과 패션에 관련된 직업입니다. 탈북민들이 남한에 도착하면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아무 조건없이 할 수 있는 식당일 등을 시작하거나 자격증을 따서 일을 시작해보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금세 그만두는 등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데요. 미소 씨는 다행히 자신의 특기를 살리면서도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미소 씨는 색깔이 화려하거나 영문이 적힌 옷을 입었을 때 심하게 단속 대상이 됐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먹고 사는 어려움보다 입고 싶은 옷을 마음대로 입지 못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면서 사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서게 된 이유에 대해 말합니다.
(윤미소) 두 장의 사진이 있어요. 중국에서 공안에 쫓기고 3층에서 뛰어내리고 문만 두드려도 경찰이 오나 싶고.. 그런 생활을 함께 보냈던 친구예요. 우리 꼭 한국에 같이 가자, 그리고 우리 하고 싶은 것들을 꼭 이루자 했는데 이 친구랑 같이 오지 못했어요. 이 친구가 북한의 고향의 어머니가 계시고 친척이 계시기 때문에 가다가 잡히면 다 위험해지는 거예요. 저는 어머님께서 일찍 돌아가셨어요. 그 덕분에 좀 더 내가 자유롭게 한국에 오게 된 것 같고요. 도착을 해서 한 3개월 만에 전화했어요. '여기 너무 좋다, 여기는 여자들이 운전할 수 있다. 얼른 와~'. 그래서 그날 밤에 친구가 출발했는데 잡혔어요. 마치 제 잘못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아직까지도 소식을 몰라요. 이 친구한테 어떻게.. 어떻게 내가 미안한 마음이 전달될 수 있지? 내가 어떻게 살아야 되지? 어떻게 할까… 친구가 살아있다면, 만났을 때 너 한국에서 뭐 했니? 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뭘 했다고 대답할까요. '나 하고 싶은 것, 청바지 입고 먹고 싶은 거 먹고 놀고 싶은 거 놀았어'… 이러면 너무 이기적이지 않아요? 너무 나만 잘 살았잖아요. 그래서 오늘 여러분들과 함께 이런 얘기하고 북한에도 너희들이 있다고 얘기를 했고 북한에도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여러분들의 친구들이 있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통일이 된다면 너희들과 함께 우리가 원했던 것들을 함께 나누고 내가 좀 더 먼저 가서 이를 이끌어 줄게… 그런 마음을 항상 가지면서 제 마이크를 잡게 됐습니다.
미소 씨는 북한에 남아있는 친구들을 위해, 한국에 정착해 꿈을 좇는 탈북민들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토크 콘서트를 마무리 짓습니다. 이제부터는 뷰티 전문가로 참가자들과 함께 하는 체험해 보는 시간을 갖는데요.
(현장음) 앞을 보시면 스프레이 소독제가 있어요. 그 소독제를 용기 용기마다 한 번씩 칙칙 뿌려주세요. 너무 많이 뿌리지 마시고요, 그냥 한 번씩만 이렇게 뿌려주시면 되세요~
입술에 바르는 연고, 립밤을 직접 만들어 봅니다. 미소 씨는 참석자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돌아보며 설명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데요. 토크콘서트 때보다 훨씬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질문이 오가며 유쾌한 웃음이 여기저기 터집니다.
(현장음) 다른 질문 없나요? / 화장품 같은 거는 암시장에서 구해서 쓰는 거예요? / 화장품이요? 아니요. 저는 올리브영에… / 아니요. 북한에서요. / (전체 웃음) / 북한에서는 기본적으로 중국에서 화장품이 넘어와요. 중국에서 넘어오는데 저는 '꽃을 든 남자'라는 화장품 아세요? / 네. / 북한에서 저는 그거 썼어요. 그거를 너무 잘 썼는데 꺼내놓고 못 써요. 한국 화장품의 한국에 한 자도 나오면 안 돼요. 그럼 잡혀가요. 또 다른 질문 있어요? / 저 있어요.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랐던 뷰티 문화가 있었나요? / 막 남자들도 화장하는 거요. / (아~) / 남자들도 화장하고 그리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거는, 나는 청바지 찢어진 거 입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핫팬츠.. 되게 막 이렇게 올라가는~~
북한에선 여자들도 립스틱, 그러니까 구홍을 바르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는데 한국에선 남자들도 색조 화장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는 미소 씨의 말에, 또 찢어진 청바지뿐 아니라 엉덩이선까지 짧게 입는 청바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참가자들...
다들 손으로는 립밤을 만드느라 분주한데, 눈과 귀는 미소 씨를 향해 있네요. 어떻게 미용 공부를 시작하게 됐는지, 북한에선 화장을 어느 정도 했는지 등 미소 씨에게 쏟아지는 질문들은 참 다양합니다. 미소 씨는 하나하나 답을 해주면서 오늘 행사의 핵심! 립밤 만들기 진행도 빼먹지 않습니다.
( 현장음 )컬러는 최대 6방울까지 쓰셔야 돼요. 6방울 이상 지나가면 얘네가 굽는 데도 좀 문제가 있고 컬러가 너무 진해지거나 오버해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최대한 6방울을 쓰시고… 그리고 이제 이렇게 짜는 타입도 있고 그리고 동그란 가루 타입도 있어요. 그래서 가루 타입도 같이 이 앞 안에다가 짜서 섞을 거예요. 여기 보시면 여기 숟가락 모양이 있는 거는 손에 이렇게 잡으시고 ~~
이제 본격적으로 만들기를 시작합니다. 이 자리엔 총 16명이 함께 하는데요. 대부분 여성이었지만 연인이 함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떻게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됐을까요?
(인터뷰- 양주형)서울에서 온 양주형이라고 합니다. 여자친구의 동생 추천으로 북한 관련해서 강연도 한다고 해서 이렇게 오게 됐어요. 제가 원래 북한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북한 사람들이 한국으로 오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또 이곳에 왜 오고자 하는지 이런 것들을 더 생생히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 (리포터) 그 이야기만 듣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 뭔가를 만들고 있어요. / 이거 립스틱? 립밤 그건데 뭔가 새로운 경험 해서 좋은 것 같고요. 강연만 하면 좀 지루할 법도 한데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렇게 지루하지 않고 좀 재미있게 더 참여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주형 씨는 평소 북한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북한에 대해 편견이 사라지고 또 탈북민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주형 씨와 함께 온 여자친구는 오늘 이 자리가 어땠을까요?
(인터뷰- 김효경)저는 경기도에 살고 있는 김효경이라고 합니다. 일단 동생이 링크 활동을 하고 있어서 '이런 행사가 진행되니까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동생한테 듣는 거는 이렇게 전해 전해서 듣는 거니까 되게 단편적인 거잖아요. 그런데 직접 경험하신 분한테 이렇게 듣다 보니까 감회가 남달랐던 것 같아요. 아까 영상 보여주신 게 있었는데 북한 여성들의 성 착취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점이 좀 제일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친동생의 권유로 참가하게 됐다는 효경 씨는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앞으로는 자발적으로 이런 자리를 더 찾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액션장마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북한 인권을 위해서 행동하는 사람이 또 한 명 늘어나는데요. 20-30대 청년들 사이에 중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학생도 있습니다.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알고는 왔을까요? 립밤 만드느라 열중하는 그 친구에게 다가가 봤는데요.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