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 10년의 마음, 10년의 손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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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우리는 자주, 소소한 일상에도 ‘의미’를 부여합니다. 거리에 핀 꽃에 꽃말을 붙이고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걸 기념하는 각각의 날짜도 특별히 챙기죠. 그래서 100일, 200일, 300일을 기념하고 5년, 10년, 20년 같은 정주년을 축하합니다.

탈북 청년 4명으로 시작한 봉사단체 ‘유니시드’는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자신들이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알리는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도 함께 했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전해드립니다.

[현장음-영상 상영]안녕하세요. 저는 청진에서 온 릴리입니다. 저는 머리를 기르는 게 좋고 청바지 입는 것도 좋아하는데 학교나 사회에서는 여자는 단발로 잘라야 하고 바지 자체를 학교에서 입고 오지 못하게 하니까 너무 불편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여자라서 치마를 입어야 하고 나팔바지나 청바지는 안 된다고 막 찢고 불에 태우고 그랬을 때 '왜 그러냐'라는 질문을 못 한 게 너무 안타까워요. 그래서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북한 청년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청년동맹이라는 곳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다 잘못됐고 문제가 있으니까 의문을 좀 갖고 그대로 다 따를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은 한국에 와서 평생 하고 싶었던 소원인 머리도 기르고 청바지에 자전거도 마음껏 타고 있어요. 여자도 바지 입고 자전거 타도 되고 머리를 자유롭게 기를 수 있다는 것! 북한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그리고 북한 친구들과 같이 청바지를 입고 자전거도 타고 학교에 가보고 싶네요.

통일의 씨앗이라는 의미의 ‘유니시드’ 봉사단에서 마련한 10주년 기념 행사장.

지난 10년의 활동을 정리하고 그동안 주력했던 5가지 사업을 소개하는데요, 그중 마지막 인권 사업에 대한 소개 영상이었습니다.

탈북 청년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상이다 보니 모두가 숨죽여 화면을 바라봅니다.

[현장음-사회자]저희가 북한 인권, 특히 북한 여성의 인권에 대한 사업을 계획하면서 왜 대부분의 여성과 관련된 사업들은 감금, 성폭행, 인신매매 이런 쪽에만 너무 맞춰져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됐습니다. 실제 여성 인권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일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일상 속의 인권을 다루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도 얻고, 무엇보다 이 영상을 북에 있는 분들이 본다면 '아!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고 일상에서 나의 삶을 찾을 수 있구나' 용기도 되어주고 싶었고요. 또 이런 얘기를 털어놓으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치유하는 기회가 되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영상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유니시드의 엄에스더 대표가 강단 앞에 섰는데요, 엄 대표는 우선 함께 활동해 온 구성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현장음-엄에스더]저희가 함께한 사람이 1천 명이 넘고요. 저희가 나눈 도시락이 2만 개가 넘고요. 여기에 와 주신 분들이 100명 가까이 됩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 주셔서 지금 이 자리가 있고 유니시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5년 전에는 '작은 씨앗들이 꾸는 꿈'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10주년은 저희가 '열매를 맺는 씨앗들'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저는 여기 계신 분들이 열매이고 '유니시드'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동참해 주시면 더 많은 일들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혼자 하면은 진짜 작은 건데 같이하면 정말 많은 걸 이룰 수 있더라고요. 우리가 같이 그런 걸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엄 대표는 유니시드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들을 전했는데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지킬 수 있는 약속과 다짐이랍니다.

[현장음-엄에스더]유니시드는 앞으로도 나눔과 대화를 통해서 남북의 벽을 허물고 사회 계층과 소수자들과 연대를 통해서 함께 살아가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5년 안에 몇 명을 가입시키고 몇 명을 어떻게 하겠습니다' 이런 것보다는 만남을 통해서 마음의 거리를 좁혀가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고요. 탈북민이 주체적인 역할을 하는 공동체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회적 변화를 만드는 역량을 갖춘 공동체를 만들어 가보려고 합니다. 여러분 함께 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지금처럼 옆에 계셔 있으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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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RFA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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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청년들 그리고 유니시드를 후원하는 개인과 단체들이 함께 하지만 탈북민이 주체적인 역할을 하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 계획이고 목표라는 엄 대표의 말에 모두가 박수로 응원을 보냅니다.

아직도 할 말이 많은지 엄에스더 대표는 마이크를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는데요. 10년을 축하하며 감사한 분들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현장음-엄에스더]제가 10년을 (유니시드 활동) 해보니까 참 감사한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희에게 무료로 장소를 제공해 주신 분들도 있었고 돈이 없어서 뛰어다닐 때 흔쾌히 100만 원을 이렇게 내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그분들 덕분에 지금 여기까지 온 것 같더라고요. 그분들한테 10년을 맞으며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든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작은 마음을 담아서 감사 평화 감사장을 조금 만들었습니다. 먼저 저희에게 장소를 제공해 주셔서 과일 나눔을 잘할 수 있게 해주신 챙겨주시는 단체가 있어요. 그런 장소가 있어서 저희가 매달 나눔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서 오늘 감사패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감사장을 전하는 엄 대표의 목소리가 점점 더 떨립니다. 긴장해서 아니라 고마운 마음을 종이 한 장으로 대신하는 게 미안하다고 말이죠.

[현장음-엄에스더]귀하는 사단법인 유니시드가 평화의 씨앗을 심어갈 수 있도록 함께 해 주셨습니다. 소중한 인연을 기념하고자 회원들의 뜻을 모아 감사장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박수소리) / 감사합니다. / 그냥 종잇장 하나지만 그래도 작은 마음을 담아서 드리고 싶었습니다.

감사장을 받는 사람도,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박수를 건네는 사람들도 눈가가 촉촉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현장음-축하객] 10년이란 시간 동안 누군가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마음에 뜻을 품고 그 열매를 위에서 지금까지 스스로 한 알, 한 알의 씨앗이 되어서 그렇게 지내온 많은 회원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뭔가를 큰 걸 이룬다는 건 당장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 있을 때도 할 수 있겠지만 이 유니시드의 이름처럼 하나의 작은 씨앗이 땅에 뿌려준다면, 거기에 빛과 또 적당한 물을 꾸준히 만 줄 수 있다면 언젠가 우리도 열매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함께 마음을 모아 주셨으면 좋겠고요. 함께 할 모두를 위해 박수 한 번 칠까요? (박수소리)

서로에게 고마웠다고, 수고했다고, 앞으로도 잘해보자고 다짐하는 자리. 유니시드 10주년 기념행사가 이제 서서히 마무리되는데요. 기념 촬영을 빼먹을 순 없겠죠?

[현장음]찍어 보겠습니다. 여기 보세요. 여러 번 찍을 게요. 하나, 둘~ / 사랑합니다. / 한번 더, 하나 둘! / 유니시드 앞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박수와 환호)

[인터뷰 모음]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해 왔는데 그런 일이 10년 동안 이어져 왔다는 거는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내에 있는 북한이탈 주민들을 보호하고 앞으로는 북한 인권 문제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지금 10주년이 됐는데 10주년이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앞으로도 더 많은 일들을 하실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학생들을 위해서 많이 애써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저도 같이 돕고 싶습니다.

-Closing Music-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10주년을 특별하게 축하한 유니시드 봉사단은 함께 하는 많은 사람들과 다시 달릴 준비를 시작하는데요. 그들의 10년의 마음, 10년의 손길이 다음 10년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