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안녕하세요. 저는 공태수라고 합니다. 얼마전에 아는 분에게서 북한산 명태라고 하면서 몇 마리 받았어요. 처음엔 말린 상태가 깨끗하지 않고 살짝 꼬릿한 냄새도 나서 망설여졌는데, 막상 먹어보니 짭쪼름한 맛에 중독되더라고요. 한국은 명태가 거의 안 잡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북한은 여전히 명태가 많이 잡히나요?
북한사람도 몰랐던 북한의 어부절 ?
마침 내일 3월 22일은 북한의 어부절입니다. 여러분도 알고 계셨어요? 전 며칠 전에 알게 됐습니다. 정작 북한에선 몰랐던 여러 가지를 여기 와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제가 바닷가 출신인 거 여러분 기억하시나요? 저는 청진에서 나서 자랐고 10여 년 전에 탈북해 한국에 온 탈북민입니다. 북한에 살 때 명태를 많이 먹었고, 한국에 와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중국을 통해 들어온 북한산 마른 명태를 구입해 먹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명태가 정말 많이 잡히던 때가 있었습니다. 가장 흔한 생선이었죠. 그래서 청진에선 명태로 만든 요리들도 여러가지가 있었는데요. 명태에 물을 가득 부어 끓이고 그릇에 담은 다음, 명태 내장인 애를 양념해서 한 숟가락 크게 올리면 정말 뜨끈하고 시원한 명태국이 완성되죠. 그 밖에도 명태 대가리 순대, 명란젓, 창란젓, 아가미젓까지 온갖 젓갈 종류들, 새콤한 명태식혜 등 명태는 버릴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깍두기에 들어간 명태는 깍두기의 쩡한 맛을 몇 배로 살려줬던 것 같습니다.
명태 대가리 순대부터 명태식혜까지
북한의 명태 사랑
그리고 명태 말리던 풍경도 아직 눈에 선한데요. 대부분 땅집 마당들엔 빨랫줄을 길게 늘어뜨리고 거기에 배를 딴 명태들을 주렁주렁 걸어뒀었습니다. 따뜻한 햇볕과 바람에 건조시키는 거죠.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랭동기가 거의 없었고, 게다가 소금까지 부족했던 당시엔 말려서 보관하는게 가장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이었죠.
그런데 여기까지만 듣고 '에고 그건 옛날 얘기지..' 하시는 분들, 아니면 '난 바닷가 사람이 아니라 그런 풍경 못 봤어...' 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하긴 북한은 그 지역에서 나는 농수산물이 아니면 쉽게 먹어보기 힘들긴 하죠.
최근에 청진에서 온 탈북민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명태 어획량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명태 값 뿐만 아니라 명태 알 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명태가 외화벌이로 중국에 수출되기도 하면서 북한에서 명태 맛을 보는게 더 어려워졌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생태 , 코다리 , 북어 …
북한 명태만 못해
그런데 한국은 명태가 금태가 된 지 오랩니다. 구경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아, 명태 구경이라고 하면 안 되겠군요. 생태라고 해야 정확하겠네요. 한국에서 시장에 가면 대부분 싱싱한 생물 상태의 물고기들을 볼 수 있지만 명태 만큼은 대부분 러시아산 동태나 꾸덕하게 말린 상태의 명태, 한국에선 코다리라고 부르는데요. 그리고 러시아에서 가져온 동태를 한국의 해안가에서 겨울의 바닷바람과 햇볕에 말린 북어 정도를 볼 수 있거든요. 그리고 어느 것도 북한에서의 그 명태 맛에 비교가 못 됩니다.
원래 명태는 냉수성 어종이라고 합니다. 북한의 동해 앞바다에서 더 많이 잡히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 거죠. 한국의 명태 사랑도 북한만큼 깊습니다. 하지만 수온 변화와 함께 한 때 너무 어린 명태를 싹쓸이하면서 명태자원이 고갈되고 말았죠.
그래서 한국에선 명태 살리기 운동을 시작해 올해로 8년째를 맞이했는데요. 인공적으로 수정란을 생산, 부화시켜 어린 명태를 어미로 키워서 다시 수정란을 생산하는 순환체계까지 구축했고, 방류한 명태가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다시 잡히는 것도 자연환경에 잘 적응해 살고 있다는 증거로 명태자원 회복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합니다.
중국어선들 싹쓸이로
북한 명태 멸종 우려돼
북한도 명태의 어획량을 늘리기 위해선 작은 치어들까지 깡그리 잡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일 겁니다. 그런데 정작 북한 어부들이 아니라 중국어선들이 동해 바다에 들어가 싹쓸이 포획을 하고 있다고 하니 걱정이 됩니다.
북한의 동해 바다에서 가득 잡은 명태가 싱싱한 상태로 여기 서울로도 수출될 수 있다면 북한의 어부들의 생계가 조금은 나아질 텐데, 지금은 그저 바람으로만 남기게 되겠네요. 서울에서 탈북민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