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북한 사람들도 농담이나 유머를 주고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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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 저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여행 온 20대 대학생입니다. 부모님은 모두 한국에서 태어나셨지만 저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한국엔 조부모님과 친척들이 많이 계셔서 방학 등 시간이 될 때 자주 오는 편입니다. 제가 요즘 북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데요. 오늘 드릴 질문은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정치 풍자나 생활 속 농담을 즐겁게 주고받는 경우가 많은데, 말 한 마디 조심스러운 북한에서도 친한 사람들끼리 그런 말들을 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북한 사람들은 평소에 어떤 농담이나 유머를 주고 받나요?"

한국인 부모를 뒀지만 미국 국적을 갖고 미국에 사시는 '한국계 미국인'이군요. 그러고보면 탈북민도 '북한계 한국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미국과 한국보다 북한과 한국이 더 다른 나라 같고, 탈북민은 이곳에서 새롭게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이제 '조선사람'이 아닌 '한국인'이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니까요. 그리고 참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 살든 상관없이 자신의 뿌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아가려고 하던데, 이분 역시 한국뿐 아니라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도 관심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오늘 북한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주고받는 유머나 농담에 대한 질문을 주셨는데, 워낙 북한에 대해 형성된 이미지, 그러니까 외부 사람들이 북한 사람에 대해 갖는 느낌이 워낙 경직되고 무섭고 여유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보니 '저 사람들도 평소에는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웃으면서 살까?'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오면 탈북민들은 말을 해보지 않은 상태로 얼굴만 보고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보통 웃음기라고는 거의 없는 무표정 때문입니다. 실제로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많이 바뀐 점이 바로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는 여러 표정이 생겼고, 훨씬 많이 웃으며 산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 적응도를 파악하기 위해선 개그콘서트를 보라는 말도 있었는데요. 개그콘서트는 KBS에서 20년 넘게 방송되다가 시청률이 낮아져 잠시 중단한 뒤 2년 전 부활한 희극 프로그램인데요. 지금도 일요일 밤 많은 사람들을 웃게 하고 있죠.

물론 웃음에 대한 취향에 따라 서로 웃는 지점이 조금씩 다를 순 있겠지만, 사람들의 일상은 물론, 사회, 정치, 하물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풍자하거나 희화화시키다 보니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든 보면서 웃을 수 밖에 없는 것이 개그콘서트거든요.

그러니까 개그콘서트가 탈북민들 적응도의 지표가 된 건 바로 그 희극 공연 속에 한국사회, 문화, 사람, 정서, 정치, 모든 분야가 들어가 있어 이걸 모두 정확히 알고 이해해야만 한국 사람이 웃을 때 같이 웃을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한국의 희극인들은 말이나 얼굴 표정뿐만 아니라 몸짓, 그리고 어찌 보면 우스꽝스럽고 괴상해 보이기까지 하는 분장을 하기도 하고, 여기에 더해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고위급 간부들을 흉내 내거나 사회, 정치 문제들을 해학적으로 풀어내기도 하는데요. 북한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그런 모습에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탈북민들은 웃음은커녕 불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절대 잡혀가거나 조사받거나 할 문제가 아닌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부분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북한 역시 아무리 감시하고 처벌하더라도 사람 사는 사회는 맞습니다. 물론 정말 친하거나 가까운 사람 한정이라는 전제가 붙긴 하지만 어느 정도 지도자나 정권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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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을 가르켜 일부러 '최고존엄께서'라는 극존칭을 쓴다든지, '로동당보다 장마당이 최고야’하는 식으로 말을 하는 거죠. 이 외에도 인민군의 영양실조를 꼬집는 얘기도 많은데요. 평양의 한 아파트에 군대 갔던 아들이 휴가를 받아 왔는데, 어느 날 윗집에서 청소기를 켜니 그 흡입력에 아랫집 군인이 빨려 들어가 천장에 매달렸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놀라 윗집으로 올라가 소리쳤고, 윗집에서 청소기를 끄자 아들이 천장에서 떨어지는데.... 쾅!소리 나게 떨어진 게 아니라 깃털 날리듯 흩날리며 유유히 떨어졌다는 겁니다. 영양실조에 걸린 북한 군인들의 허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군대에서 시작돼 입소문으로 퍼져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말인데, 정찰병이 앞서가다 '중대장 동지 적 땅크 발견!'하니 중대장이'본 사람이 책임지시오'라고 했고, '정찰병이 '괜히 말했군' 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무조건 밑으로 내려먹이기식의 일처리 방식에 괜히 나서지 말고 못본 척 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나름 현명한 생존기가 묻어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법대신 주먹이 앞서는 사회답게 '코피터져 볼래?'를 '코밑에 붉은기 한번 날려볼래?'라는 식으로 말한다든지 여러 정치적 발언에 따른 처벌로 인해 오히려 음담패설성 농담을 많이 하는 것도 북한 사회의 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오늘 질문에 답을 짧게 정리하면 '여러 유머나 농담들을 주고 받지만 당과 제도, 지도자에 대해서는 '짦은 혀 잘못 놀렸다간 긴 목 날아가는 곳이 북한 사회'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이만 줄이겠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