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김정은은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던데, 북한에는 금연정책이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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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 서울에 살고 있는 40대 남자입니다. 사실 저는 20대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서 작년까지도 하루에 거의 한 갑 정도의 담배를 피웠습니다. 그런데 이젠 건강도 생각하게 되고, 잘 짜여진 금연정책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끊어 볼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부터 금연에 도전했고, 현재 금연 27일째입니다. 그러다 얼마 전 본 북한 영상에선 김정은이 담배 피우는 장면이 많이 나오던데, 북한엔 금연제도나 정책이 없는 건가요?"

한국에선 새해가 되면 새로운 시작을 다짐합니다. 건강을 위해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한 달에 한 권 독서하기에 도전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자기 계발을 위해 새로운 취미나 공부를 시작해 보겠다는 다짐도 하죠. 그렇게 여러 다짐과 도전으로 더욱 활기찬 시기가 일년 중에서도 연초, 1월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남성 분들 중엔 새해 목표로 '금연'을 계획한 사람들이 많을 텐데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다짐은 했었지만 결국 올해 다시 새롭게 다짐하고 도전하는 분들이 북이나 남이나 많을 겁니다. 실제 담배 피우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금연'이라는 건 담배를 완전히 끊는다기보다 영원히 참는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 모른다고 할만큼 누군가에겐 좋아하는 음식을 완전히 못먹는 것에 맞먹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들 하더라고요.

한국은 그래서 금연을 개인의 의지에만 맡기지 않고, 금연을 위한 제도적, 정책적 노력을 계속해왔는데요. 특히 흡연이 개인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 아니라 간접 흡연으로 인한 폐해 등 공공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한국 정부는 사회 전반에 걸쳐 금연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수십년에 걸쳐 이어오고 있습니다.

사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한국 역시 흡연율이 매우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혔다고 합니다. 그러다 2002년 국민건강증진법의 개정을 시작으로, 금연구역 지정을 확대하고 TV나 방송 매체에서의 담배 광고 규제, 담배 가격 인상 등의 조치를 점진적으로 시행했는데요, 특히 2015년에는 담배 가격이 대폭 인상되었고, 담배갑에 폐암 등을 경고하는 노골적이고도 무서운 경고 그림을 넣는 것을 의무화하면서 흡연율 감소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또한 한국의 흡연율 감소에는 흡연에 대한 인식 변화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는데요. 과거에는 흡연이 남성적이고 사교적 행동의 일부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건강에 해로운 습관으로 간주되며 부정적인 느낌이 강해졌고, 특히 젊은 세대와 여성들 사이에서는 흡연 자체를 기피하는 분위기도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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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재 한국은 담배를 아무데서나 피울 수가 없는데요. 카페, 음식점, 공항, 대중교통 등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 흡연이 금지됐고, TV에서도 담배피는 장면을 내보낼 수 없게 됐으며, 흡연자들은 제한된 공간에서만 흡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흡연자들의 흡연 횟수를 줄이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결국 한국의 흡연율은 2000년대 초반 남성 기준 60%에 육박하던 수치가 2020년대 들어 30%대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법적 규제나 정책적 노력의 결과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와 금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함께 이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북한에선 여전히 공식석상이나 언론매체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아버지뻘 되는 나이 많은 간부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또 그 모습을 TV를 통해 보는 것은 한국사람들에겐 낯설고 불편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질문자 분처럼 북한에는 흡연을 규제하는 법이나 정책이 아예 없냐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거죠.

하지만 놀랍게도 북한 역시 금연을 장려하는 정책이 존재하며,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2020년 11월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금연법’이 채택되기도 했습니다.금연법에 따르면 학교, 병원, 극장 등 공공장소에서는 흡연이 금지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경고와 금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 얘기하듯 법규정과 제도 그대로 시행하는 정상적인 국가와 달리 북한은 규정과 제도는 글로만 있을 뿐 현실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전히 북한에선 담배 생산과 소비가 활발하며, 특히 담배는 주요 외화벌이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죠. 더구나 담배회사들은 생산량을 높이는 것에 대한 압박까지 받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담배는 니코틴 함량이 높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경제상황이 어려운 분들은 일명 '말아초'라고 해서 신문에 담배잎을 그대로 말아서 피우고 있어 그 독성과 위험성을 더 높이고 있다는 건데요. 정말 외부 세계에서 바라볼 땐 무용지물인 북한의 금연법 자체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질문에 한마디로 답하면 '북한에도 금연법은 있지만 김정은은 법 위에 있는 존재라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울 수 있다'라고 답해야 할 텐데, 정상적인 사회에서 비정상적인 사회에 대해 설명하려니 답을 하는 사람도 난감하고, 답을 듣는 사람도 기가 찰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이만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