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북한 대학생들은 방학을 어떻게 보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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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 고향은 울산이고 부모님도 울산에 살고 계세요. 지금은 방학이라 울산 집에 내려와 있는데요. 부모님 일도 좀 도와드리고, 고향 친구들도 만나면서 오랜만에 빈둥거리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대학 친구 2명과 일본 삿포로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런데 북한의 제 또래 학생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네요. 북한 대학생들은 방학에 뭐하면서 보내나요?"

그러고 보면 한국 대학생들의 방학 기간은 꽤 깁니다. 12월말에 한 학기가 끝나고 나면 그때부터 2월말까지, 정말 두 달 꽉 채워서 방학을 보내게 되죠. 사실 처음에 대학교에서 방학을 맞았을 땐 '아니 수업 듣는 날이 너무 얼마 안 되잖아. 공부를 너무 적게 하는 거 아닌가?' 저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여러 번의 방학 기간을 거치면서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죠. 학교에서의 수업만이 공부가 아니라 수업을 잠시 쉬는 방학 기간이 어쩌면 그 나이대 청년들에겐 인생에서 최고의 공부가 될 수 있는 여러 경험들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한국 대학생들에게 방학은 그야말로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특별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기 중에는 바쁜 수업과 과제, 시험 준비로 정신없이 달려왔다면, 방학은 도전과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소중한 쉼표와 같은 거죠.

오늘 질문자 분의 얘기처럼 어떤 학생들은 해외여행을 떠나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외국어 능력을 키워 넓은 세상을 직접 느끼기도 하고, 또 다른 학생들은 회사에서 단기간으로 직무 경험을 쌓아볼 수 있는 '인턴십'에 참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부는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며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등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진로와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 경제적인 여유를 얻기 위해 시간제 부업인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이곳엔 정말 많거든요. 카페나 편의점이나 중고등학생들의 공부를 가르치는 학원에서 일할 수도 있고, 물론 개인 과외도 할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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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국은 2025년 기준 최저 시급, 그러니까 한 시간을 일하면 받을 수 있는 최소 법적 기준 금액이 한국 돈 10030원, 달러로 하면 7달러 정도가 됩니다. 이 돈은 법이 정해준 금액이어서 이보다 적게 준 사업주는 처벌받기 때문에 누구든 최소한 이 금액 이상으로는 꼭 받을 수 있는 건데요. 이렇게 대학생들은 방학 동안의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 정도는 스스로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물론 이런 생산적인 활동보단 오랜만에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친구들과 소소한 추억을 쌓는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거나 봉사활동에 참여해 나눔을 실천하거나 자신이 속한 소조, 동아리나 모임에서 여러 취미활동을 하면서 방학을 최대한 즐기는 이들도 있죠.

그러니까 한국 대학생들에게 방학은 누군가에게는 도전의 시간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휴식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건데, 중요한 것은 각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방학을 보내며 성장해갈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겁니다.

그럼 이제 비슷한 나이의 북한 대학생들의 방학에 대해 답을 해드려야 할 텐데요. 정말 한국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보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북한 대학생들에게 방학은 주로 국가의 요구에 따른 집단 활동 참여로 휴식이나 자기계발보다는 국가를 위한 노동과 정치 교육의 연장선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주로 농촌 지원에 나가야 하고, 겨울에는 공장이나 노력동원 현장에 참여하게 되는 건데, 여기까지만 듣고 이런 활동이 정상적인 사회의 관점으로 실제 미래에 써먹을 수 있는 직업체험을 하고, 그에 대한 돈을 받는 인턴십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아주 많이 다릅니다. 북한의 로동 현장은 그저 몸을 쓰는 완전히 극한 로동이고, 일에 대한 보상은 어떤 형태로든 받지 못합니다. 그저 "사회주의 건설에 이바지한다"는 명목으로 필수적이고 강제적으로 집단 로동에 내몰리고 있는 겁니다.

올해는 특히 퇴비 생산량 목표 때문에 방학 동안 집에 다녀오지 못한 지방 출신 대학생도 많고요. 무엇보다 기존처럼 집단으로 퇴비를 모아 농장에 배송하던 방식에서 각자가 농장까지 퇴비를 가져다가 바쳐야 해서 대학생들의 고생이 더 커졌다고 알려지고 있고, 여기에 더해 여전히 정치강연과 사상교육도 빠지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각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방학을 보내며 새로운 학기에 대한 기대와 함께 자신만의 인생을 위해 또 한 번의 성장을 꿈꾸는 기간인 한국 대학생들의 방학, 반면 개인적인 성장은 고사하고 '국가와 사회를 위한 의무를 다하는 시간'으로 기본적인 개인 시간이나 휴식마저 가질 수 없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북한 대학생들의 방학은 그 간극이 너무커 참으로 씁쓸한 기분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이만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