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선 왜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 건가요?

0:00 / 0:00

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안녕하세요.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는 하태성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TV뉴스에 매일이다시피 시위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 북한이 그렇게 살기 어렵다면 시위가 일어나도 몇 백 번은 일어났을 것 같은데, 정말 북한에서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

'북한에선 왜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가' 이 질문은 제가 한국에 오고 나서 종종 받았던 질문입니다.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고, 국가는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사회에는 온갖 부패와 부조리 등이 만연한 곳이 북한이지만 그 험난한 사회에서 북한주민들은 시위는 커녕 불만의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못 내고 모든 걸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외부의 시선에선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오늘 이 질문에 답이 쉽진 않겠네요. 이 방송 들으시는 북한 동포분들에게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회와 시위가 무엇이며 법으로 어떻게 보장받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우선돼야 할 것 같고, 그 다음 북한에서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 아니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드릴 수 있을 텐데요. 너무나도 다른 남북한의 체제 속에서 시위는 정말 극과 극에 해당하는 일이니까요.

일단 한국에서 시위는 합법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게 법만 있는게 아니라 실제로 한국국민들은 시위 역시 국민의 권리로 보장받습니다.

근데 여러분, 시위라고 하니까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지고 도로에 연기가 자욱하고, 무장한 군인들이 시위대를 제압하고 잡아가고 하는… 혹시 그런 장면을 떠올리고 계셨나요? ‘그런 시위가 매일 반복되고 법으로까지 보장받는다고?’ 이렇게 놀라고 계실까요? 북한에서 유일하게 남조선 관련해서 조선중앙TV를 통해 보여줬던 한국의 시위현장은 그랬으니까요.

물론 없었던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군부가 권력을 잡고 있던 독재정권에서 국민의 자유가 억압됐고, 이에 시민들은 거리에 나와 온몸으로 투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시위는 물리적 폭력이 아닌 평화시위입니다. 요즘 평화시위라는 말 자체도 별로 쓰는 것 같지 않습니다. 무력으로 제압하지 않으니까요. 시위대 역시 폭력을 행사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현재 한국에서 보통 큰 규모의 시위는 보통 국회의사당, 그러니까 북한식으로 하면 최고인민위원회가 있는 서울의 여의도나 중앙당청사라고 할 수 있는 행정기관과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 근처인 서울의 광화문에서 진행됩니다. 시위대는 마이크와 음향장비를 준비하고, 방송국을 불러 TV에 방송될 수 있도록 하고, 연단에 오른 간부가 시위를 하는 이유와 원하는 바를 큰 소리로 외칩니다. 얼핏 보면 북한에서의 궐기대회 모습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모여있는 사람들이 간헐적으로 구호를 외치기도 하거든요.

집회와 시위의 이유는 각각의 단체마다 다양합니다. 임금인상, 로동환경 개선 등등의 포괄적인 내용부터 우리동네 쓰레기 매립장 건설 반대 등 사사로워 보이는 내용들까지, 아마 북한동포분들은 ‘그런 걸로 시위까지 한다고?’ 이렇게 생각하실 것 같네요.

사실 북한도 헌법에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각조차도 입 밖으로 꺼내기 조차 꺼려지는 단어가 돼 버린 게 현실입니다. 북한당국은 집회나 시위는 모의만 했다고 하더라도 본인은 물론 3대를 멸족 시킨다고 알려져 있죠.

북한에서 시위가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 한마디로 설명하면 엄청난 공포감 때문일 것 같습니다. 나 하나 희생해서 이룰 수 있는 혁명이었다면 이미 많은 분들이 시도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연좌제라는 이 무자비한 악법 속에서 시위는 그 싹조차 피울 수 없게 돼버렸습니다. 북한에서 시위가 일어난다면 제일 첫 번째 투쟁 구호는 독재 철폐! 그리고 개혁개방 요구가 될 테니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