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북한에서 선호하는 헤어스타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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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 서울에서 살고 있는 30대 여자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북한의 두발 단속'에 대한 내용을 봤는데요. 북한에서 남성은 10여 가지, 여성은 20여 가지 머리 형태를 따르지 않으면 단속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생각보다 할 수 있는 머리 형태가 아주 적은 건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그러면서 궁금해진 게 있는데요. 표준 머리 모양과 상관 없이 북한에서 가장 인기있는 머리 모양은 어떤 게 있나요?"

‘두발 단속’이란 말만 들으신 북한동포 분들은 아마 두 다리를 떠올리실 텐데, 걸어 다니는 두 다리, 두 발이 아닙니다. 머리 모양을 단속한다는 걸 한국에선 ‘두발 단속’이라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요즘 청년들한텐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한국도 예전에 두발 단속이 있었다고 합니다. 군사독재 정권 시절이었던 1970년대, 1980년 초, 중반까지만 해도 남성들의 장발 단속을 했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외국 유명 가수나 배우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젊은이의 저항 정신이 담긴 히피 문화가 한국에도 불어닥쳤던 건데, 한국 정부가 이를 퇴폐 문화로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때 한국 남성들은 단발머리를 하거나 파마머리를 길러서 뒷목을 아예 다 덮기도 하고 또 북한에선 직발이라고 하는, 긴머리를 찰랑거리는 경우도 있었더라고요.

현재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나 음악 등을 보고 들으며 한국식 말투와 언어, 그리고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을 모방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북한 당국이 이를 막으려 안간힘을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거죠.

사실 북한의 두발 단속도 그 역사가 오래됐습니다. 1980년대에도 ‘이런 현상 없앱시다’라는 단막극에서 장발 남성의 문제가 등장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그리고 현재는 그냥 남성들의 장발이 문제가 아닌 한국식 머리 모양을 따라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집중 단속이 북한에서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얼마 전에 나온 인터넷 기사를 보니, 제 고향인 함경북도 청진에서 머리 모양과 관련해 청년동맹 사상투쟁회가 열렸다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북한 당국이 남성과 여성의 머리 형태를 정해줬는데, 일부 청년들이 이를 따르지 않고 긴 머리를 하거나 혹은 너무 짧게 깎아 이색적으로 보이거나 구불구불 파마를 하거나 하는 비사회주의적인 머리 형태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사상투쟁회를 연 이유였다는 거죠.

일단 북한 당국이 제시한 사회주의 미풍양속에 어울리는 ‘표준 머리 모양’은 북한의 미용실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미용실 벽에 아주 크게 붙어 있거든요.

남성의 경우, 구름형, 채양형, 흐름형, 파도형, 부품형, 물결형, 넓은잎형, 부채형, 축포형, 선패기형, 해살형, 날개형, 기러기형, 누운패기형까지 총 14가지, 여성은 구슬형, 포도형, 파도형, 봉우리형, 분수형, 물결형, 보름달형, 제비형, 날개형, 타래형, 나비형, 반달형, 단발형, 갈매기형, 구름형 등 15가지, 이렇게 각각 남성과 여성 모델들의 사진을 보고 선택할 수 있는 거죠.

이름만 쭉 나열하고 보면 굉장히 다양한 머리 모양이 있는 것 같지만 사진을 직접 보신다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남성의 경우부터 말씀드리면 사진 밑에 써있는 이름을 보지 않으면 머리 모양이 어떻게 다른지 보면서도 구분이 잘 안 될 정도입니다. 물론 그래도 이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머리 모양을 굳이 꼽아본다면 그래도 일명 ‘패기머리’라고 불리는 김정은식 머리 모양입니다. 여러분들은 믿기 힘드시겠지만 사실 북한에선 김씨일가가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라고 할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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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경우도 리설주가 단발로 등장하면서부터 예술인 배우 모두 단발머리를 하는 모습이 방송에서 보이곤 하는데요. 김정은 시대에 새로 등장한 모란봉악단 등의 중앙예술단체 역시 예전의 긴 머리에서 지금은 아주 짧은 단발머리 모양으로 완전히 바뀐 모습입니다.

오늘 질문자 분이 북한이 제시한 표준과 상관 없이 실제로 북한에서 가장 선호하는 머리 모양에 대해 물으셨는데요. 일단 여성들의 경우, 일명 ‘직발’이라고 하는 생머리를 대체로 선호하긴 했으나 최근 들어 긴 머리 단속이 심해지면서 평양의 경우는 확실히 단발머리가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선호하긴 하지만 절대 할 수 없는 머리 모양이 있는데요. 바로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다닐 수 없다는 겁니다. 일단 어깨 정도까지만 돼도 묶거나 핀으로 고정하지 않으면 이것 또한 바로 단속 대상이 됩니다. 남성들의 경우는 앞서 얘기한 ‘김정은스타일’의 머리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남성이든 여성이든 북한은 짧은 머리 모양을 선호하지 않더라도 강요 받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머리 모양과 관련해 긴 머리는 인체가 소모하는 영양 물질도 많아지기 때문에 여성들도 머리를 너무 기르지 말고 짧은 머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김정은의 어린 딸 김주애의 머리 길이가 상당히 긴 건 지나친 영양 과다를 소모하기 위한 노력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짧게라도 답이 됐길 바라며 오늘 이만 줄이겠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