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김민수라고 합니다. 먼저 북한 동포분들에게 새해 인사 전하고 싶어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가 궁금한 게 있었는데요. 한국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한해 목표나 계획들을 세우곤 하잖아요. 북한사람들도 새해 계획 세우는지, 세운다면 어떤 계획들이 가장 많은지 궁금합니다.
저도 여러분께 새해 인사 먼저 드리고 싶어요. 북한동포 여러분 새해를 축하합니다. 무엇보다 건강하시고 돈 많이 버는 한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작년과 똑같은 해가 뜨고 지는, 다를 것 없는 날들의 연속이지만 새해가 되면 왠지 반복되는 날들이 모두 새로운 날들 같고, 사람들은 새로운 뭔가를 시작하고 싶다는 설렘과 의지를 다지게 됩니다.
올해 첫 질문은 새해 계획이나 목표에 대한 거네요. 그럴 수 밖에 없긴 합니다. 연말, 연초에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주고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새해 계획이 뭐예요?'라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저마다의 목표나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새해 달력을 보면서 1년 동안의 총 휴일 수를 확인하고, 8월에 떠날 여름휴가를 미리 계획하는 분들이 있죠. 또. 3일이상 쉬는 명절에는 가족이나 연인과 떠날 여행계획을 미리 세우기도 하고요. 영어나 외국어공부를 시작하는 등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한 공부계획을 세우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해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금 세우는 계획은 바로 여성들은 다이어트, 그러니까 살까기고, 남자들은 금연입니다. 참 모든 것이 편리하고 풍족한 세상에서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겁니다.
어떠세요? 듣다 보니 한국사람들의 계획과 목표는 참 사소하고 개인적인 것들이라는 생각 드시나요? 맞아요. 한국사람들이 세우는 목표와 계획은 철저히 자신과 가족을 위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본인의 의지와 인내심만 있다면 충분히 실행 가능한 계획들이죠.
내 인생을 내가 스스로 계획하고 그 계획을 관철시켰을 때 얻는 성취감은 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큰 행복감 중 하나일 겁니다. ‘자신의 운명은 자신에게 있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힘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 이건 북한이 주장하는 주체사상의 요지이기도 하죠.
‘북한사람들은 새해 신년 계획 어떤 걸 세우나요?’ 라는 오늘 질문자에게 여러분은 어떤 답을 해주실 건가요? 자신의 운명과 삶을 원하는 대로 계획하고 개척하고 계신가요? 저는 어느 것 하나 마음먹은대로 하기 어려운 북한에서 개인의 목표나 계획을 세우긴 쉽지 않다고 답하겠습니다.
제 기억으로 생각해보면 1월1일부터 신년사 암기로 편안하지 못한 휴일을 보낸 분들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 신년사엔 역시나 개인들에게 부여된 국가의 목표들로 빼곡히 채워졌겠죠. 자력갱생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는 얘기 말입니다. 몇 십년 째 거의 똑같은 신년사가 계속 나오고 있어서 그나마 외우는 일은 좀 쉬워진 것 같기도 합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는 걸까요?
혹시 올해 신년사를 보면서, 또는 북한의 방송들을 보면서, 입당을 위해 이 한 몸 바쳐야겠다, 올해는 돌격대를 지원해야겠다… 이런 계획 잡으신 분은 안 계시겠죠? 혹여 계시다면 정말 진심으로 정중하게 절대 그러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의 인생은 여러분 스스로를 위한 계획과 목표들로 채워져야 합니다. 국민들이 자신의 인생을 위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관철할 수 있는, 예상가능하고 정돈된 사회환경을 만들어주는 건 바로 국가의 의무입니다. 일을 하면 받을 수 있는 월급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고, 한달에 어느정도 생활비로 살 수 있고, 그러고 어느 정도가 남고, 그러면 그 돈으로 어디로 여행 갈 수 있겠구나… 하는 예상 가능한 내일, 그리고 미래 말입니다.
올해만큼은 북한동포분들도 신년사 관철이나 조직의 과업 말고 여러분 스스로를 위한, 그리고 가족을 위한 다짐이나 계획을 세워보시기를 바라며,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