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 안녕하세요. 유한남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와 있는 탈북민의 수가 많다고 알고 있어요. 탈북민들끼리는 서로 다 알고 지내나요? 뭔가 인터넷에서 모임을 만드는 온라인 커뮤니티 같은 것도 있는지 궁금하네요.
비슷한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어떤 모임을 갔다가 탈북민을 만나게 됐다며, 그 사람의 이름을 말하면서 아는 사람이냐고 묻는 경우도 있거든요. 북한에서 온 사람들끼리는 서로 다 아는 사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 아는 사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와 있습니다. 청취자여러분들도 한국에 간 사람이 많다… 정도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정확히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시죠? 현재 한국에 입국해 있는 탈북민의 수는 3만 5천명 정도입니다.
함경도에서, 황해도, 자강도, 량강도, 평양까지.. 탈북자가 배출되지 않은 지역을 꼽기 어려울 정도로 북한의 모든 지역 사람들이 여기 와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살고 싶은 곳을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는 곳이 한국이기에 탈북민들은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을 비롯해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 등 방방곡곡에 정착하여 살고 있죠.
이렇게 많은 이들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다 보니 그들을 다 알긴 어렵습니다. 탈북민들끼리도 보통은 고향이 같아서 친해지게 되는 경우가 많고요. 아니면 한국에 와서 최초로 머무는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같이 생활을 했거나 사회에서 어떤 모임을 통해 알게 되면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며 친한 사이가 되죠.
저도 평양에서 온 친구, 함흥에서 온 친구, 그리고 황해도 친구까지.. 함경도 청진이 고향인 제가 북한에 살았으면 평생 한번 마주칠 일도 없었을 이들을 이곳에서 만나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돼 주며 살아가고 있는데요. 그러고 보면 가끔 인생이, 그리고 인연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질문에서 탈북민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도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이건 인터넷상의 모임을 말합니다. 인터넷에 글이나 사진, 영상 등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거기에 가입된 사람들끼리 서로 글과 사진, 영상을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모임인 거죠. 이걸 온라인 커뮤니티라고 하는 건데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통하다, 가끔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진짜로 날짜와 장소를 정해 만나서 술 한잔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만나는 건 오프라인 모임이라고 합니다.
질문에 답을 해드리면 탈북민들 사이에 온, 오프라인 모임들은 꽤 많습니다. 나이 좀 있으신 남성분들이 주축이 된 탈북자 동지회부터, 탈북민 어머니들의 모임, 서로 고향에 대한 추억을 나누고 또 서로 필요한 물건을 사고 팔고 할 수 있는 인터넷장터 모임도 있고, 오로지 북한이나 탈북민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모임까지 많은 모임들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탈북민 청년들과 한국 청년들이 서로 교류하며 한반도 교류와 통일에 대해 고민하고 얘기 나누는 모임들까지… 다양한 모임들이 있죠.
사실 북한에선 사적 모임들이 없죠. 삼삼오오 모여 술 마시고 노는 것까지 뭐라 하진 않지만 일정한 시간과 장소를 정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경우는 자칫 무서운 오해와 처벌까지 받을 수 있기에 개인들의 정기적 모임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서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또는 고향이 같은 사람, 같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 등등 갖가지 이유들로 만들어진 수많은 모임들이 존재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여러 가지 경험과 즐거움으로 삶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그리워도 갈 수 없는 고향이기에 탈북민들은 서로에게서 고향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합니다. 그런 마음들이 다양한 모임과 만남을 만들어가고 있고요. 다시 고향 땅을 밟고 부모 친지들을 만나게 되는 그날까지, 탈북민들은 이곳에서 서로에게 위로가 돼 주고 힘이 돼 주며 열심히 살아갈 것 같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