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사람들은 정말 서로 감시하면서 사나요?

0:00 / 0:00

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안녕하세요. 도강호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 방송원을 꿈꾸는 대학생인데요. 통일 후의 방송까지 생각하면서 북한에 대한 여러 방송들을 챙겨 보다가 북한에서는 서로 감시하면서 산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다른 사람을 감시하고 또 감시 받으면서 산다는 게 좀 믿겨지지 않았는데, 사실일까요? 궁금합니다.

감시라는 단어, 오랜만에 써보네요. '감시'라고 하니까, 이어서 신소, 고발, 처벌 이런 단어들이 연상됩니다. 참 무서운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내용이 사회적인 큰 문제로 보도되기도 합니다. ‘검찰이 범법 사실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특정인을 지목하여 몰래 그 개인의 통화내용을 확인해봤다’라는 겁니다. 정확한 근거없이 심증만으로, 그리고 그 개인을 검열해봐도 된다는 법원의 허락 없이는 경찰이든, 검찰이든 누구도 개인에 대해 감시나 조사, 어떤 것도 법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 바로 정상적인 법치국가의 모습입니다.

하여 한국처럼 모든 국민이 똑같이 '법'이라는 기준에 의해 보호받는 법치국가에서 '감시'는 불법에 해당되는 행위입니다. 심증만으로 특정인을 감시하고 뒷조사를 한 경찰이나 검찰이 있다면 오히려 그들이 법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하물며 법을 집행하는 경찰이나 검찰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감시나 조사를 할 수 없는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청년에게 개인과 개인 사이에 서로 감시를 한다는 북한사회에 대한 얘기는 아마 믿기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이제 질문에 대답을 드려야 하겠죠. '북한사람들은 서로 감시하며 사나요?'라는 질문에 저는 '네'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저는 가족 중 아버지가 먼저 탈북했습니다. 그리고 5년 정도 헤어져 살았죠. 그렇게 살았던 5년 동안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늘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웠으니까요.

아마 탈북민가족을 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중국으로 갔거나, 한국에 와있는 가족과 통화를 하거나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선 주변의 감시를 잘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이 보내준 돈 역시 마음 편하게 쓸 수 없습니다. 동네에서 '저 집은 어떻게 돈을 많이 쓰나?'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그들은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니까요. 그래서 먹을거리, 입을 것 하나 사는 것도 동네사람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을 겁니다.

멀리서 실례를 찾지 않더라도 오늘 이 순간에도 여러분들이 마음 편하게 라지오를 듣지 못하는 이유, 소리를 더 키워서 크게 듣지 못하는 이유 모두 어디선가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일 겁니다.

북한의 독재체제가 비판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성의 말살입니다. 서로 정을 나누며 화목하게 살아야 하는 이웃끼리 인생을 함께 하는 친구 사이에도 서로를 감시하고 잘못을 찾아내고 보고해야하는 체계를 만들어 놨다는 것은 국민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고 북한사회 전체를 창살 없는 감옥으로 만든 거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탈북민들 중에도 자신의 약점이 발견되어 어쩔 수 없이 일명 조직 안의 '끄나풀'로 지목되고 조직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기적으로 정치지도원에게 보고해야만 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살기 위해 누군가를 고발해야만 했던 그때 일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워 합니다.

여전히 매일 누군가를 감시하고 잘못을 찾아내는 일을 해야하는 북한의 보안원, 보위지도원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조금은 다른 선택과 결정이 생명을 살리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당신들은 두고두고 할 후회를 조금은 줄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조미영,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